˝무엇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을 느껴야 하오˝

화자는 드디어, 첫사랑 소녀 질베르트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병이 나으면 월요일과 금요일에 간식을 먹으러 오라고... 스완과 스완 부인에게 거절을 당했었는데 반전이 일어난 거다. 화자는 이 아니 기쁠소냐 하게 되는 것이고~~
지루한 듯 이어지는 프루스트의 이야기 속에서 포착되는 줄거리라 이름 붙일만한 서사를 발견하게 되니 이것이 집중을 하게 만든다.^^

어머니, 아버지의 교육관도 눈에 띈다.
어릴 때부터 병으로 바깥 활동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이니 걱정은 끝이 없었겠지? 이 앞 내용에서는 아버지가 작가가 되겠다는 아들의 꿈을 인정하면서 자식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을 느껴야 하오. 이제는 어린애가 아니잖소. 지금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취향도 거의 변하지 않을거요. 또 인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 거요.˝(103)

이 당시에 쉽지 않은 일이 아녔나?

화자의 병은 지금으로보면 기관지 천식, 잦은 고열, 폐렴, 폐부종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 생각이 된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들이 포기하지 않고 잠수를 잘 마치게 하기 위해 수영 교사에게 부탁해 ˝멋진 조가비 상자와 산호 가지들을 가져다 주어 내가 그것들을 물바닥에서 스스로 발견했다고 믿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소절을 읽다 우리 아이들 수영장 보낼 때 기억이 떠올랐다. 직장맘이었던 나도 아이들 수영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난 사실 물이 무서워 수영을 배우고 싶단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두 아이들을 엄마없이 보내기 두려워 큰 아이가 좀 클때까지 기다렸다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너무도 해맑게, 그리고 쉽게 두려움없이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이런저런 영법을 배우면서 적응해 나갔다. 여름 휴가 때 아이들이 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수영하는 모습보고 얼마나 뿌듯하고 기뻤는지 모른다.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 아빠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이들이 나왔지? 하면서 우리 부부 너무 신기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안 잊힌다.




 "사랑하는 친구에게."라고 편지는 말했다. 
"네가 많이 아파 더 이상 샹젤리제에 오지 못한다는 걸 알아. 나 역시 그곳에 환자들이 너무 많아 이제는 거의 가지 않아. 하지만 내 친구들이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간식 먹으러 우리 집에 온단다. 네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방문해 주면 아주 기쁠 거라고 엄마가 전해 달라고 했어. 그럼 우리가 샹젤리제에서 나누던 즐거운 이야기들을 집에서도 다시 나눌 수 있을 거야. 안녕, 내 사랑하는 친구, 네 부모님이 우리 집에 간식 먹으러 자주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내 우정을 전하면서, 
질베르트."

이 글을 읽는 동안 내 신경계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내게 큰 행복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 영혼, 즉 나 자신, 요컨대 주 당사자인 나는 아직 이 소식을 깨닫지 못했다. 행복, 질베르트를 통한 행복이야말로 내가 줄곧 생각해왔던 내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회화에 대해 ‘코사 멘탈레(cosa mentale)‘"라고 했던것 아닌가.  - P134

우리 삶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늘 소망하는 이런 기적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 이 기적은 어쩌면 며칠 전부터 살아야 할 이유를 완전히 상실한 나를 보고 어머니가 질베르트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부탁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마치 내가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숨이 막혀 무척이나 하기 싫었던 잠수에 재미를 붙이게 하려고 어머니가 몰래 수영 교사에게 멋진 조가비 상자와 산호 가지들을 가져다주어 내가 그것들을 물 바닥에서 스스로 발견했다고 믿게 했던 것처럼말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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