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콜럼버스와 서구 문명

˝이교도에 맞서 화약을 사용하는 것은 신께 경의를 표하는 것˝,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고 문명화하는 것˝이 미국의 의무라고? 뭔 개소리여... 그리스도교가 문명이면 인디언들은 문명이 없었단 말인건가?
그나저나 그런 의무를 지라고 아무도 부탁한 적 없는데...ㅆㅂ 욕나오네...


17. 새로운 역사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점점 더 주목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력함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는 파괴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민중운동이 어떻게 부자와 권력층에게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우리는 그들을 권좌에서 물러나게도 할 수 있다. 게다가 권력자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해 놓은 피고석에 그 자신들을 앉힐 수도 있다.》(181)



군사 정복에서는 언제나 여성이 잔혹한 취급을 당한다. 쿠네오라는 이름의 한 이탈리아인 귀족은 초기 성적 접촉을 기록해 뒀다. 쿠네오가 ‘제독‘이라고 언급한 이는 콜럼버스다(스페인 군주와 맺은 협정 가운데 하나가자신을 제독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쿠네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우 아름다운 카리브 여인을 붙잡았다. 제독은 그 여자를 내게 준다고 말했고나는 즐기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나는 욕망을 실행에 옮기고 싶었지만 그 여자는 원하지 않았고, 나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방식으로 내게 손톱을 들이댔다. 그러나 난 그런 행동을 보자마자, 밧줄로 그 여자를 마구 때렸다. ......마침내 우리는 합일(合一)에 다다랐다.

... - P127

몇몇 선생님들은 불필요하게 아이들을 겁주지 않으면서도 실제 일어난 역사의 진실을 왜곡 없이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진실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다 자란 아이들조차도 여전히 진실을 듣지 못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앞서도 밝혔지만, 나는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내가 저학년일 때 들은 콜럼버스 신화를 반박하는 정보를 보지 못했다. 모든 연령의 독자들이 내게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미뤄 볼 때, 내 경험이 전형적임이 분명하다. - P131

성인용 책인 <컬럼비아 백과사전>을 보면, 매우 길게 약 1000단어로 된콜럼버스 항목이 있다(나는 1950년판을 갖고 있지만, 모리슨의 전기를 포함해 당시까지의 모든 관련 정보가 들어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콜럼버스와 부하들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언급한 문구는 찾을 수 없다. - P131

1986년판 《컬럼비아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콜럼버스에 대한 언급은 몇몇 있지만, 콜럼버스가 원주민에게 한 짓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아메리카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할애된 몇몇 쪽에서도, 당대의 신학자들이나 오늘날의 역사가들 사이에서 당시의 원주민들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컬럼비아 세계사》의 한 구절을 통해서,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이 ‘균형 잡힌 접근법‘의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 - P132

인디언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라는 왕실과 교회의 결정, 신대륙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 인디언들을 보호하려는 몇몇 스페인 사람들의 시도는 매우 두드러질 만큼 복잡한 풍습, 법, 제도를 낳았다. 이 때문에오늘날까지도 역사가들은 아메리카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수행한 구실에관해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이 질문을 놓고 학술적 논쟁이 무성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름 끼칠 정도로 인디언들의 수를 감소시킨 것은 의심할 나위 없이 잔혹 행위, 과로, 질병이었다. 최근 계산에 따르면, 1519년에 멕시코에는 인디언들이 약 2500만 명이 있었지만, 1605년에는 그 수가 100만 명을 약간 넘길 정도였다. -1986년판 《컬럼비아 세계사》
- P130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카리브 해와 태평양까지 뻗어 간 미국의 새로운 팽창주의는, 미국인들이 자신들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니 괜찮다는 식으로 용납됐다.  - P136

‘진보‘와 ‘문명‘이 가져다준 이득들, 그러니까 기술, 지식, 과학, 보건, 생활수준 등의 발전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진보는 좋지만 인류는 그것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이다.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산업과 기술상의 통계 수치 변화만 측정해, 진보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를 강력한 산업국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스탈린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는데도? - P140

그런데 우리는 이 거대한 산업상의 진보를 위해 인류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흑인 노예들의 노동이 어떻게 목화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는지, 열두 살에 공장에 들어와 스물 다섯에 죽은 어린 소녀들의 노동이 어떻게 방직 산업 발전시켰는지, 한여름의 더위와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말 그대로 죽도록 일한 아일랜드인과 중국인 이민자들이 어떻게 철도를 건설했는지, 파업을 벌인 이민자들과 본토 노동자들이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방위군들에게 체포돼 가며 어떻게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했는지, 도시 빈민가에 사는 노동계급의 어린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며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얼마나 일찍 죽었는지 등을 배우지못했다. 이 모든 것이 ‘진보‘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 P141

콜럼버스의 원정이 야만에서 문명으로의 전환이었는가? 콜럼버스가 상륙하기 전에 이미 수천 년 넘게 이룩돼 온 인디언들의 문명은 무엇인가? 라스카사스 같은 이들은 인디언 사회의 특징인 공유와 관용의 정신, 공동체 생활, 미적 감수성, 남녀평등 등에 경탄했다. - P141

북아메리카의 영국인 식민지 개척자들은 뉴욕과 펜실베이니아에 걸쳐살던 이로쿼이 족의 민주주의에 깜짝 놀랐다. 미국 역사가 게리 내시는이로쿼이 족의 문화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에 동부 산림지대에서는 법령이나 규정도, 보안관이나 경찰관도, 판사나 배심원도, (유럽 사회의 권력기관인) 법정이나 감옥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의 경계선은 명확하게 존재했다. 각자의 자율성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이로쿼이 족은 옳고 그름은 엄격히 구분했다."
- P141

콜럼버스 이야기, 더 나아가 전통적인 역사의 모든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우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흔히 받는다.
 참으로 기이하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책,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정보,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은 낡은 이야기와 표준적인 역사의 수호자들이 아닌가. 그들은 ‘자유시장‘을 믿자고 주장하면서도, 온갖 사상이 존재하는 자유 시장은 믿지 않는다. 오직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 시장만 믿을 뿐이다.
물질적 상품에 관해서든 생각에 관해서든, 그들은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사람들이 지배하는 시장을 원한다. 그들은 새로운 생각이 시장에 유입된 탓에, 사람들이 지난 500년의 ‘문명‘ 동안 너무도 많은 고통, 너무도 많은 폭력, 너무도 많은 전쟁을 야기한 사회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1960년대의 신좌파들이 시작해 1990년대 유행한 일종의 언어 순화 운동. 인종, 민족, 종교, 성별 등과 관련돼 차별이나 편견이 포함되지 않은 표현을 쓰자는 운동이었다. - P149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른바 문명의 혜택에서 제외됐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현재를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세계를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일이지만, 우리가 애써서 성취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곧 다음 세기에 들어서게 될 우리에게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다가올 세기가 뭔가 다르기를 원한다면, 다가올 세기가 미국이나 서구, 백인이나 남성, 또는 또 다른 국가나 집단의 세기가 아니라, 그저 인류를 위한 세기가 되기만을 바란다면 말이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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