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이 어쩜 이리 술술 넘어갈까...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사찰에서 나던 향 냄새, 계곡의 이끼 냄새와 물 냄새, 숲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먼지 냄새와 시장 골목에서 나던 과일이 썩어가는 냄새, 소나기가 지나간 뒤 한의원에서 약을 달이던 냄새・・・・・
내게 희령은 언제나 여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다. - P9

희령에 처음 간 건 열살 때 일이었다.
할머니 집에서 열흘 정도 지내는 동안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줬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산속에 있는 사찰에도 가고 집 근처의 바닷가에도 갔다. 시장에서 갓 튀긴 팥 도넛과 꽈배기도 먹고,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할머니의 친구들과 춤을 추기도 했다.
어린 내 눈에 희령의 하늘은 서울에서 보던 것보다 더 높고 푸르렀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할머니와 함께 본 희령의 밤하늘이다. 나는 그때 은하수를 맨눈으로 처음 봤는데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배가 울렁거리고 간지러웠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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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3-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가는 책, 짱입니다.

은하수 2023-03-01 10:55   좋아요 0 | URL
네 .. 정말 짱짱입니다
벌써 다 읽어버렸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