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다. 이야기가 끝을 향해갈수록 감정이 고조되면서 멈출수가 없게 된 것이다.
페이지를 다 기억하고 싶어서 열심히 남겨본다.



세라 페인이 말했다. 자신의 글에 약점이 보이면 독자가 알아내기 전에 정면으로 맞서서 결연히 고쳐야 해요. 자신의 권위가서는 게 그 지점이에요. 가르친다는 행위에서 오는 피로가 얼굴에 가득 내려앉았던 그 강의 시간 중 하나에서 그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 P157

남편이 그날 말고도 나를 보러 왔었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내가 기억하는 건 그날이라 내가 쓰는 것도 그날에 대해서다. 이건 내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우리를 지나쳤던 숱한 늪지와 풀밭과 신선한 공기와 눅눅한 공기 나는 그런 순간들을 쥐고 있을 수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 보라고 펼쳐 보일 수도 없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 있다. 엄마가 옳았다. 내 결혼에 문제가 생겼다. 내 딸들이 각각 열아홉,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아이들의 아버지를 떠났고, 우리는 둘 다 재혼했다. 우리가 결혼해서 같이 살 때보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한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만, 그건 생각만이니 쉬운 것이다. - P171

그가 나를 보러 병원에 온 그날, 우리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않았다. 아마 그의 아버지가 스위스 은행 계좌에 그의 앞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남겨둔 사실을 알게 된 즈음이었을 것이다. 그의할아버지가 전쟁 때 돈을 많이 벌어 스위스 은행에 적지 않은 돈을 맡겨두었는데, 윌리엄이 서른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 돈이 갑자기 그의 것이 된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 집에 돌아간뒤에 알았다. 윌리엄은 그 돈이 어떤 돈이고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며 기분이 묘해졌을 것이고, 그는 자기 감정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니 나와 함께 침대에 그냥 누워 있었을 것이다. - P172

제러미.
나는 제러미가 게이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가 아팠던 것도 몰랐었다. 그렇게 안 보였어, 남편이 말했다. 제러미는 그런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어. 이제 그는 가고없다-그는 죽었다. 내가 입원해 있던 동안에 죽었다. 나는 끊임없이 울음이 나왔다. 흐느껴 우는 조용한 울음이었다. 내가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있으면 베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이따금 크리시는 내 옆에 앉아 내 어깨를 제 작은 팔로 감싸안아주었다. - P177

하지만 엄마가 몸져누웠다. 이번에는 내가 시카고에 있는 병원에 가서 엄마의 침대 발치에 앉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내게준 것을 엄마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내 곁을 지킨 그 며칠 동안잠도 자지 않고 주의깊게 돌봐준 엄마의 그 한결같음을 돌려주고 싶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아빠가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도와주러 온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 낯선 사람의 눈빛에서읽지 못했다면 나는 아빠를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빠는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내가 느꼈던-어쩌면아빠가 느꼈던 분노는 그게 어떤 것이었건 간에 더는 우리와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 동안아빠에게 느꼈던 역겨움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아빠는 죽어가는 아내를 둔 늙은 남자일 뿐이었다.  - P189

"그만 가주면 좋겠구나." 엄마는 조용히 말했는데, 목소리에화난 기색은 없었다.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단호함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더럭 겁이 났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지금 떠나면 다시는 엄마를 볼 수없을 거예요. 우리가 같이 지내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나보고 가라고 하지 말아요.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 P190

대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요. 엄마. 그렇게 할게요. 내일 가면 돼요?"
엄마가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엄마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엄마가 조그맣게 말했다. "지금가줄래, 얘야, 제발."
"오, 엄마ㆍㆍㆍㆍㆍㆍ"
엄마가 조그맣게 말했다. "위즐, 제발."
"엄마가 보고 싶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데 울음이 터지려했다. 나는 엄마도 견디기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렇겠지."
나는 허리를 굽히고 엄마의 머리에 키스했는데, 엄마는 병이든 뒤로 침대에만 누워 있어 머리카락이 엉켜 있었다. 나는 돌아서서 내 물건을 챙겼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밖으로나가려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돌아보지 않은 채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 사랑해요!" 내가 소리쳤다. 나는복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엄마 침대 가까이에 서 있었기 때문에, 분명 엄마는 내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기다렸다. 대답도,
어떤 소리도 없었다. 나는 엄마가 내 말을 들었을 거라고 혼잣말을 한다. 나는 여러 번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그렇게 해왔다. - P191

아빠는 장례식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이해했다. 이해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올 사람들이 있을텐데요." 내가 말했다. "엄마한테 바느질 일을 맡긴 사람들도 있었고, 올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아빠는 고개를 젓기만 했다. 장례식은 없을 거라고, 아빠가 말했다.
정말로 엄마의 장례식은 없었다.
이듬해 아빠가 폐렴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은 없었다.
오빠가 아빠를 병원에 모셔가려고 했지만 아빠는 못하게 했다. - P192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야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를 보았고, 긴 세월 가보지 않은 그 집에 머물렀다. 나는 그 집이 그 집의 냄새가 그 집의 작은 크기가 무서웠고, 아빠는 몹시 아프고 엄마는 없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가버린 것이다!
"아빠" 내가 침대 위 아빠 옆에 앉아 말했다. "아빠, 오, 아빠,
미안해요." 나는 그 말을 하고 또 했다. "아빠, 아빠,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빠." 그러자 아빠가 내 손을 꼭 쥐었는데, 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피부는 아주 얇았다. 아빠가말했다. "루시, 너는 늘 착한 아이였어. 늘 참으로 착했지." 아빠가 내게 이 말을 했던건 확실하다. 이건 확실하지 않지만, 그때언니는 방에 없었을 것이다. 아빠는 그날 밤에 돌아가셨다. 새벽세시였으니 다음날 아주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편이더 맞겠다. 아빠 옆에는 나 혼자였고, 그 갑작스러운 침묵의 소리가 들린 순간 나는 일어서서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 그만해요! 그만해요. 아빠!"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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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03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껴 읽기!

스트라우트 작가의 매력
에 빠지셨군요.

왠지 브레이크 걸 수 없
는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하수 2022-11-03 17:10   좋아요 2 | URL
네~~^^
이제 다 읽어가는데... 넘 아까워요
뭔가 이야기가 계속돼도 될거 같은..
그런 느낌이예요
우리의 삶이 계속되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