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나는 오, 하고 속으로 외쳤다.
설명을 읽으니, 그는 감옥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고, 아이들은아버지에게 자기들을 먹어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아버지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그에게_오, 행복하게, 행복하게 자기들을 먹으라고 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도 알고 있겠구나, 하고.
그 조각가 말이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조각상이 표현한 것을 글로 쓴 그 시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103

세라 페인이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자, 그럼 이렇게 말씀드려볼게요. 제가 픽션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려낸 그 여자가 그남자를 고령의 노인네라고 일컬으면서 그의 아내가 점성술 차트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말했다면, 나라면・・・・・. " 그녀는 고개를 단호하게 까딱한 뒤 뜸을 들였다. "나라면, 나라는 사람은, 세라 페인은 이 나라의 시민인 나라면, 내가 만들어낸 그 여자가 그를 아주 쉽게 말하고 다닌다고 말하겠어요."
뉴욕의 독자들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그들은 그녀가말한 것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곤소곤 말을 주고받았다. - P114

"내 말을 잘 들어요. 깊이 새겨들어요. 당신이 쓰고 있는 이것. 당신이 쓰고 싶어하는 이것." 그녀가 몸을다시 앞으로 숙이며 손가락으로 내가 보여준 그 글을 톡톡 두드렸다. "이건 아주 좋아요. 발표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들어요. 가난과 학대를 결합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학대‘라니, 정말 바보 같은 단어 아닌가요. 아주 상투적이고바보 같은 단어예요. 사람들은 학대 없는 가난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절대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요. 자기 글을절대 방어하지 말아요.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건 당신도 알 거예요. ...... - P124

비키 언니가 그날 나를 찾으러 소리를 지르며 학교 운동장에왔는데, 그날이 등교일이었는지, 비키가 어째서 나하고 같이 있지 않았는지 그건 잘 모른다. 그저 기억나는 건 비키의 비명소리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웃음소리뿐이다. 아빠가 트럭을 몰고시내 중심가를 돌면서 오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빠는내가 그 바구니에서 봤던 큰 하이힐을 신고 티셔츠 위에 브래지어를 한 채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목에는 모조 진주 목걸이가걸려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빠는트럭을 몰고 오빠 옆을 따라가면서 오빠가 빌어먹을 동성애자라는 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내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었고, 내가 동생이었음에도 비키의 손을잡고 집까지 함께 걸어왔다. 집에 있던 엄마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오빠가 엄마의 옷을 입고 돌아다녔는데, 그건 혐오스러운 일이라 아빠가 오빠를 혼낼 테니 비키보고 소리 좀 그만 지르라고했다. 그래서 나는 비키와 함께 들판으로 나가 날이 저물고 우리집보다 어둠이 더 무서워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 P137

내가 어렸을 때 익숙하게 듣던 목소리로 엄마가 말했다. "루시바턴, 못된 계집애 같으니, 너한테 우리가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러 내가 이 나라를 가로질러 여기까지 날아온 게 아니야. 우리는 이 나라로 건너온 최초의 사람들이었어, 루시 바턴, 내 조상과 네 아빠의 조상 모두. 너한테 우리가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러내가 이 나라를 가로질러 여기까지 날아온 게 아니라고. 그들은선량하고 점잖은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매사추세츠 주 프로빈스타운의 해안에 닿았고, 물고기를 잡는 정착민이었어. 우리는 이나라에 정착했고, 나중에 선하고 용맹한 사람들은 중서부로 건너갔지. 우리는 그런 사람이야. 너는 그런 사람이라고. 그 사실을절대 잊어서는 안 돼."
내가 대답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잊지 않을게요." 그러고는 말했다. "안 잊어요.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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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이름은 루시 바턴 읽으시는 군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 중에 아직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은하수 2022-11-03 12: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술술 잘 읽히지는 않는데 장면장면을 하나하나 연상하며 읽게 되는 글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
완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