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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액자에 내 얼굴이 조금 비치네..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잡는다

宣川서 돌아온지 오늘로 몇 날인가

윤삼월 젖은 흙길을

수레로 천리 뱃길로 시오리

나루는 아직 닿지 않고

석양에 비친 일몰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 같은 저 섬으로 가고 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들 모아

화전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九雲夢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 바다

삿갓처럼 엎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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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문학이라는 것이 있다. 생각해 보면 옛날의 유배라는 것이 멋이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철없는 넘의 천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소리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 국문학의 대단히 아름다운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유배지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포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지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배문학의 대가로는 단연코 윤선도를 들 수 있겠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쩌구 저쩌구리하던 어부사시사가 아마도 그 유명산 보길도에서 지어졌을 것이다. 다른 문장은 기억에 가물거리는데 ‘지국총’하던 부분은 분명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지국총이 무슨 뜻이었지?) 고등학교 고문시간에 어부사시사를 배우면서, 죄를 지어 귀양간 인사가 배를 저어라, 닻을  올려라 어쩌고 저쩌구리하니 참 팔자도 좋아 늘어졌구나, 그런 귀양이라면 서로 갈려고 줄섰겠다 하는 한심한 생각도 했었다.


정약용 형제를 뺄 수 없겠다. 다산이 남해 일대를 전전하며 18년의 유배생활을 했지만 끝내는 살아 생전에 고향땅을 밟았고, 유배지에서 저술한 대단한 저작들로 그 명성이 후세에까지 자자하게 회자했으니 그 삶이 덧없었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형 정약전은 끝내 적소 흑산도에 뼈를 묻었으니, 섬 주위에서 물고기들이나 물풀들과 벗하며 쓸쓸하게 살았을 그 삶을 생각해보면 슬프다. 후세의 한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을 내게 된 것은 진정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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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승의 시에는 빤스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김영승은 빤스가 하나 뿐인 것 같다. 빤스가 너무 적어서 반성하는 것일까?
 

 

제1신 

아직은 미명이다. 강진의 하늘 강진의 벌판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 죽로차를 달이는 치운 계절, 학연아 남해바다를 건너 牛頭峰을 넘어오다 우우 소울음으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하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형님의 안부가 그립다. 저희들끼리 풀리며 쓸리어가는 얼음장 밑 찬 물소리에도 열 손톱들이 젖어 흐느끼고 깊은 어둠의 끝을 헤치다 손톱마저 다 닳아 스러지는 謫所의 밤이여, 강진의 밤은 너무 깊고 어둡구나. 목포, 해남, 광주 더 멀리 나간 마음들이 지친 봉두난발을 끌고와 이 악문 찬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아득하여라, 정말 아득하여라.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미명의 저편은 나의 눈물인가 무덤인가 등잔불 밝혀도 등뼈 자옥이 깎고 가는 바람소리 머리 풀어 온 강진 벌판이 우는 것 같구나

 

제2신

이 깊고 긴 겨울밤들을 예감했을까 봄날 텃밭에다 무우를 심었다. 여름 한철 노오란 무우꽃이 피어 가끔 벌, 나비들이 찾아와 동무해주더니 이제 그 중 큰 놈 몇 개를 뽑아 너와지붕 추녀 끝으로 고드름이 열리는 새벽까지 밤을 재워 무우채를 썰면, 절망을 쓸면, 보은산 컹컹 울부짖는 승냥이 울음소리가 두렵지 않고 유배보다 더 독한 어둠이 두렵지 않구나. 어쩌다 폭설이 지는 밤이면 등잔불을 이루어 詩經講義補를 엮는다. 학연아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이며 한이라는 것도 속절이 없어 첫해에는 산이라도 날려보낼 것 같은 그리움이, 강물이라도 싹둑싹둑 베어버릴 것 같은 한이 폭설에 갇혀 서울로 가는 길이란 길은 모두 하얗게 지워지는 밤, 四宜齊에 앉아 시 몇 줄을 읽으면 세상의 법도 왕가의 법도 흘러가는 법, 힘줄 고운 한들이 삭아서 흘러가고 그리움도 남해바다로 흘러가 섬을 만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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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年묵은문어가밤마다사람으로변신하여그고을單하나착한처녀를꼬셨드

란다온갖날多島海해떨어지는저녁마다진주를물어다주고진주를물어다주

고장인장모몰래서방노릇석달열흘진주알이서말하고도한되


처녀는달밤이좋아라달밤을기달리고그러던中무서워라냉수사발을떨어뜨

려깨어진날먹구름이끼고달지는어둠새끼손가락약속은무너지고사랑이보

이지않는칠흑같은어둠속아주까리불심지는뱀처럼흔들거려타는구나


이승에서의信標거울은몸안에돋는가시만보이다갈라지고모든주문들의효

력도별처럼흘러가고돌아오지않는사람을몸달아흘리는신음으로손에땀적

시며문빗장풀어놓고동백기름먹인알몸뚱이꼬며全身으로기다리는구나


돌연門빗살에엄지손톱만한구멍이뚫리고새가슴으로놀라는어머니한숨줄

기눈물줄기앞서거니뒤서거니줄을잇고아이고폭폭해서나는못살겠네보름

달대신배가불러오는理由끝끝내는쫓겨났드란다


그날以後로빛나는눈빛을생각하며바다를바라보며하루이틀사흘헤어보는

손가락접고진주알진주알문고리휘어지는아히를낳았고아히가자라면서바

라보이는바다는부활이다부활이다


깊고넓은바다어둠파도따라하얀치마말기적시며죽음속으로떠난어매의유

언을만나면턱고이는아히는오늘도등대불을밝히기위해섬을올라가는구나

'깊은바다홀로외눈뜨신이여어메데불고길잘돌아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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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당시의 오세영 시인과 김종해 시인의 심사평이다. “갯바위섬 등대는 무속적 테마를 시적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모든 시가 이러한 세계를 지향해야 될 이유는 없으나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적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임영봉 씨의 작품은 충분히 개성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영봉씨의 시에는 물론 긴장된 정서적 갈등이나 지적인 이미지의 반짝거림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심원한 상상력의 깊이와 언어를 다루는 남다른 감수성이 있다. 노력하면 앞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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