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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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TV를 보니 누가 김광석 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가사가 많이 보고 듣던 것이었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였다. 저게 노래로도 나왔던가 의아한데,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현성이라하고 시에 노래를 붙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뮤지션이라고 한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도 그가 작사 작곡 했단다. 노래에 별 무관심인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다만 옛날에 좋아했던 시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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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월 10일자 2면의 바로잡습니다라는 코너를 보니 일전에 정동영 의장이 사퇴의 변으로 인용한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 라는 말 중에 ‘철’은 ‘살’로 써야 맞으니 바로 잡는다고 한다.  야후 옥편을 찾아보니 ‘거두다’, ‘치우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철로 읽고, - 예를 들자면 철수(撤收) - ‘뿌리다’, ‘놓다’, ‘놓아주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살로 읽는 것 같다. 살포(撒布)처럼 말이다. 내 생각에는 손을 거두다로 해석해서 ‘철’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은데 과문한 주제에 감히 왈가부 하기가 어렵다.


‘낭떠러지에 매달렸을 때 손을 탁 놓아 버리는 것이 대장부’라는 의미의 이말은 백범이 거사 전 윤봉길에게 전한 말이라고 한다. 흔들림 없는 결단과 대의를 위해 목숨을 초개로 여길 것을 주문하는 말일 것이다. 양인간에 교감되었을 감정을 생각해 보면 그 비장함이 시황제를 시해하러 가는 자객 형가의 노래 “역수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지방선거에 패배해 당을 떠나는 정동영의장의 마음과 꽃 같은 대한남아를 사지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백범의 마음, 그 두마음 사이의 간극을 생각해보면 비유가 차고 넘침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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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가게에선 흔히 <엄마와 아기>로 표기되어 있는데, <the three age of woman> 의 한 부분이다. <키스>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살색 부분이 실로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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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6-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작업속도가 훨씬 빨라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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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6-1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보면 훨 좋은데...사진이 좀 안나온 것 같다...

조선인 2006-06-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액자까지. 충분히 근사합니다.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를 갔었는데, 말하자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본 척 휘리릭 지나칠 수는 없는 법일러라. 어찌할 수 없이 교보(서울 교보가 아니다)에 잠시 들러 이리저리 기웃거렸는데, 바로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따.........역사소설 같은 걸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날 우연히 그는 교보에 들르게 되었다. 이 우연한 방문이 훗날 그의 운명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리라고는 그 자신은 물론 그 누구도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뭐 이런 거 말이다.

그날 교보에서 본인은 직소퍼즐을 하나 구입하게 된다. 1000피스 짜리로...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본인이야 뭐 퍼즐에 관심도 없고 어쩌다 퍼즐이란 것을 끼워 맞추어 본 기억도 가물가물 삼삼한데, 금회 행차시 동행한 우리 마눌님께옵서 왠 심사로 그러하셨는지 갑재기 퍼즐이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덜렁 구입하게 된 것이었다. 클림트의 <키스>


그러니까 그걸 구입한 시각이 6월3일 18:00경. 저녁을 먹고 그 1000조각을 방바닥에 풀어헤쳐벌셔 놓은게 21:30경. 그로부터 그야말로 퍼즐과의 한판 처절한 악전고투가 시작되었으니 본인은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안고 6월 4일 03:00경 취침. 마누라는 밤을 꼴딱 세워가며 깽깽대다가 06:00경에 뒤로 나자빠졌고, 해가 중천을 지나 서천으로 기울어질 무렵에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둘이 같이 붙어앉아 새벽까지 쪼물딱 쭈물럭 꿍꿍.....온몸이 쑤시고 다리가 저리고 무릎이 아프고 눈알이 빠져 튀어나올라고 하고.....여차저차 차차차 파란곡절을 거쳐 엄숙 경건한 현충일 하오 2시경에 작품의 완성을 보게 되었으니 실로 감개가 무지무량하였다. 이에 그 인고와 고난의 과정을 디카에 담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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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6-09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해요. 과정이 저리 생생하니 감탄스러워요.

조선인 2006-06-0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도전이 1000조각이라니, 그걸 이틀만에 다 해내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붉은돼지 2006-06-0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뭐 굉장할 건 없고요....님도 한 번 해보세요..나름으로 재미있습니다. 방바닥에 펼쳐놓고 하면 팔다리허리어깨 온몸이 다 아픕니다. 큰 상 같은 걸 펴놓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선인님/혼자 한 건 아니고요.. 마누라하고 같이 근 4일동안 식음전폐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또 하나 구입했습니다. .클림트의 <엄마와 아기(역시 1000조각!!)> 로...

조선인 2006-06-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거걱 클림트로 도배를. ㅎㅎㅎ

붉은돼지 2006-06-1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고흐로....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