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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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TV를 보니 누가 김광석 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가사가 많이 보고 듣던 것이었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였다. 저게 노래로도 나왔던가 의아한데,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현성이라하고 시에 노래를 붙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뮤지션이라고 한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도 그가 작사 작곡 했단다. 노래에 별 무관심인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다만 옛날에 좋아했던 시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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