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와인
조정용 지음 / 해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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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하 세계 유명와인을 사 모으거나 위대한 와인들을 열심히 마시고 있는 것은 당연히 단단하게도 아니고, 다만 와인관련 서적을 대충 사모으며 또 읽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 와인에 관심을 두게 된 데에는 물론 즈음의 세태에 기인한 바 크다 할 것이나 더 보태자면 같은 공장에 다니는 동료 직원의 부채질 뽐뿌질도 대략 지대했다는 것을 밝히지 아니할 수 없다.


본인이 다니는 공장에 대단한 포스의 위스키 메니아가 한명 있었던 것이니, 전국단위 위스키 동호회에서 매우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며, 직책에 걸맞게 민족의 명절을 전후해서는 전국 각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위직에 대한 안부 전화는 아니고 어떤 어떤 술을 구할 수 없느냐는 뭐 그런 전화다.) 유명 위스키 증류소의 위치가 표시된, 신문지를 활짝 편 크기만한 영국지도를 무슨 지하철 노선도처럼 가지고 다닌다. 소장중인 희귀하거나 저명한 위스키, 꼬냑이 소나타 한 대 값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류 주당은 또 아니다. 소주나 맥주는 회식 때 마지못해 한 두잔 마시는 정도이고 위스키만은 대충 홀짝거린다고 한다. 말하자면 컬렉터다. 보고 듣고 있자니 본인도 뭐 하나 하고 싶은 생각이 꿀뚝을 타고 피어 올랐던 것이다. 본인도 컬렉터로서의 기질은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 마누라로부터 말이다. 그런 저간의 사정으로 연하여 요즘 와인관련 서적을 읽으며 나름으로 열공하고 있다. 


본 책을 읽고 느낀 소감 몇 토막

 

1. 와인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서는 아닌 것 같다. 와인관련 잡지에 연재한 컬럼을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딱딱한 교과서가 아니라 읽기 쉬운 에세이집이다. 실용적이고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와인에 대한 대충적인 분위기 파악에 적합하다.


2. 와인은 기호식품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투자대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금 잘 사놓은 와인 몇 병은 십여년 뒤에 수 십배 혹은 수 백배로 뻥튀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와인은 그냥 술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대단히 복잡하고 오랜. 더하여 인간의 고단한 노력이 가미된. 말인즉슨 와인은 하나의 산업이고 문화다


3.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와인 메니아 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1997년 5월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웨버 컬렉션으로 출품된 와인 18,000병이 600만달러(72억원)에 팔렸다. 이거 병당 얼마인고, 당시로서는 최고였으나, 지금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단독 출품 와인 경매라고 한다. 진정한 수집가는 수집품을 팔지 않는 법인데, 웨버가 왜 50평생 모은 와인을 처분 했는지 궁금하다. 


4. 언젠가는 내가 와인 라벨을 수집하고 있을 것만 같다. 엔디 워홀이나 피카소의 작품 이미지를 새긴 샤토 무통의 라벨이나 화려한 보졸레 누보의 와일 라벨을 모으고 싶다. 객주도전되어 와인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와인 라벨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나에게 컬렉터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가 보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파워가 나를 내몰고 있는 것 같다.  구루마 끌고 와인병 모으러 다닐지도 모르겠다. 라벨 수집가를 빈티툴리스트(vintitulist)라고 한단다.


5.  <신의 물방울>에도 숱하게 등장하는 로버트 파커에 대한 의문점이 더 커졌다. <신의 물방울>을 보면 와인평론가로 로버트 파커라는 인물은 거의 절대적으로 그려져 있다. 미국인인 파커에 대하여 주로 프랑스에서 안티운동이 활발하다고 하고, 어느 샤토에서는 파커가 슈나우저에게 물리기도 했다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업계를 주무르는 파커의 권력은 거의 무소불위인 것 같다. 잘 하는 말로 양대산맥이니 어쩌니 하여 어느 분야에서건 독보적인 존재는 흔하지 않고 보통은 맞수 혹은 천적이 있기 마련인데, 파커는 거의 절대적인 것 같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두고 볼 일이다. 파커가 어떻게 해서 그런 절대적 위치에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6. 끝으로 역시 와인에 심취하는 것은 귀족적 호사취미임에 틀림없다. 필부의 구할 바가 아닌 것이다. 어찌 평생에 한번이라도 샤토 무통 로쉴드 1945를 맛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꼭 값진 와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그에 못지않은 맛과 향과 풍미를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을 타면 종을 부리고 싶은 법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그리 생겨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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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5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