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께서 가로되 일치일난(一治一亂)이라 하였으나 아둔한 축생은 언제가 치세인지 언제가 난세인지 알 길이 없다. 인간세와 축생계의 구분이 지엄하고 또 엄연한데 축생들이 인간세를 어지럽히니 혼세(混世)라고 해야할지 암세(暗世)라고 해야할지 또한 알 수 없다. 주술과 마법이 횡횡하고 탐관과 오리가 발호하며 가렴주구에 시달린 인민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뜻있는 선비조차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게되면 암세라 할 것이나 어둡고 캄캄한 밤의 꽁무니에는 언제나 희뿌염한 새벽이 붙어 있듯이 암세라고 말세는 아닌 것이다.
저 머나먼 우주 저편에서 제국의 황제 펠퍼틴이 미쳐날뛸 때, 공화국을 수호하던 제다이들은 허무하게 죽어자빠지고 오직 제다이들의 은사인 요다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어둡고 습한 행성에 은둔하게 된 것이니, 선지자 요다가 900년이나 질기게 버티며 살아낸 것은 바로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요다는 그 습지에서 다스 베이다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를 제다이로 키웠다. 앗의 씨앗에서 희망의 싹이 트니 미시적으로 보자면 이 또한 일치일난이라 할 것이다. 일천한 견문으로 돌이켜보면 치세에 능신들이 있었다고 하기도 어려우니 난세엔들 인물들이 나올까 싶지만 어느 구석에서 새로운 희망의 싹이 올라올지 축생은 역시 알 지 못한다.
가끔 산책을 다니는 공원의 화단에서 쥐의 무덤을 발견했다. 어느 의로운 용사가 거사했는지 일세를 풍미하던 쥐는 이제 운명하셨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닭인가? 말인가? 아아아 동물농장의 복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 어떤 축생보다도 농장을 위해 피땀으로 헌신했고 진심으로 믿었지만 돼지들에게 배신당하고 참혹하게 죽은 복서의 복수인가. 원통한 복서의 혼을 달래줄 누가 진혼가라도 목놓아 불러라. 어느때인들 돼지들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쥐의 무덤을 지나는 돼지 한마리. 눈물이 속된 줄을 알지라도 돼지들아 구천에서 호곡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