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경에 일주일간 수원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란 자기 연찬의 기회라기보다는 일종의 공인된 휴가로 생각되어 왔고 또 사실이 그러했다. 뭐 이틀에 한번 꼴로 쌍코피가 터지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로 일주일에 삼사일은 골이 또갈라지거나 아니며 짜갈라지거나 그도 아니면 빠개질려고 하는 그런 격무에 시달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일매일의 신경쓰이는 업무일랑 잊어버리고 교육중에 좀 졸기도 하고 여유를 좀 가져보라는 그런 의미에서 지엄하시지만 자애롭기도 하신 상(上)께옵서 하사하시는 일종의 은사랄 수도 있다. 말하자면 말이다.

해가 하늘 위든 옆이든 어쨌든 하늘 한쪽에 있는 동안에는(물론 하루분의 교육이 끝나고 말이다. 내 비록 모범적인 교육생은 아니지만 수업까지 땡땡이 칠 만큼의 배짱은 없다.) 청계천이니, 엑스코 몰(반디앤루니스도 처음 가봤다.)이니 수원 화성이니 하는 곳을 무슨 관광하듯이 돌아다녔고, 그넘의 해가 땅 아래로 떨어진 후에는 그야말로 음주로 고주망탱이가 되어 허덕허덕하다가 새벽녘에야 간산히 하숙집으로 돌아와 죽은 듯이 자빠졌던 것인데, 땅아래로 꺼져있던 그놈의 해가 다시 땅위로 솟아오를 때면 나도 이놈의 지친 몸을 어쩔수 없이 일으켜 세우지 아니할 수 없었으니, 위에 잠시 언급했듯이 소심한 본인으로서는 교육을 땡땡이 칠 정도로 간이 땡땡 붓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게 행인지 불행인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수원성에 처음 가봤다. 사진으로 보던 것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슷했고 또 어떤 면에서는 달랐다. 정조가 언제부터 계몽군주로 인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정조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만 같다. 본 소설을 둘러싼 정치적 또는 문학적 공방은 차치하고라도 역사소설이나 추리소설류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의 이목을 확 끌어당길만큼 이 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정조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통탄하고 탄식하지 아니한 독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뭐 없다고 해도 관계는 없다.


아버지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노론 신하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나라를 경영할 수 밖에 없었던 정조의 절치부심을 생각하면 그가 불쌍하기도 하고, 절대적 전제왕권의 확립을 꿈꾸며 오랜 세월을 견뎌왔던 그 인고를 생각하면 그 억장이 무섭게도 느껴진다. 어쨌든 소설은 정조의 친위 쿠데타가 거의 성공하는 듯 급박하게 클라이막스로 치닫다가 그만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조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급강하를 하고 마는데, 그 헛되었든 그 진실되었든 어쨌든 한 사람의 꿈이 이른바 한낱 포말로 스러지고 말았던 것이니, 애닯은 마음이 없지 않다. 이 소설과 작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차치하고 말이다. 수원화성을 둘러보는 동안 정조니 사도세자니, 심환지, 정약용이니 뭐 그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나 노론이니 남인이니 홍재유신이고 당쟁이고 전제군주고 뭐고 하는 그런 생각은 별로 안나고 다만 이 근처에 살면 저녁에 운동이나 산책하기에 정말 좋겠다!!는 그런 생각만 자꾸 들더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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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6-0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하기 정말 좋아요. 여자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면 걷기 운동 코스로 그만이고, 옆지기는 달리기를 한다죠. 마로는 연무대에서 뛰놀길 좋아하구요. ㅋㅋ

붉은돼지 2006-06-0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성을 한 바퀴 완전히 돌아 보지는 못했는데....설렁설렁 일없이 산책하거나 걷기 운동하기엔 정말 그만인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