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을 읽고 있다. 유쾌하지만 어딘가 쓸쓸하다. 으아아아아!!!! 늙고 싶지 않다...는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사는 게 뭐라고”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말인데,,,하이트 맥주 광고 문구 아닌가?? 맞쥬? 현빈이 나와서 ‘사는 게 뭐라고’ 하면서 친구들과 맥주잔을 격렬하게 부딪히면 허연 개거품이 멋들어지게 튀어 오르고....‘사는 게 뭐라고’ (맥주나 한 잔 하지....말이죠 ㅋㅋ) 코러스가 깔리고. 소생은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생각했는데 ‘사는 게 뭐라고’란 멘트와 현빈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소생이 볼 때 이 광고는 실패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현빈같은 비주얼의 남자는 ‘사는 게 뭐라고’ 이런 멘트를 절대로 날리지 않을 것만 같다. 저런 멘트는 정말 사노 요코쯤은 되어야 어울릴 듯도 하고, 어쨌든 사는 것에 대한 쓴맛을 좀 본 사람이 해줘야 어울린다. 티끌하나 없는 깨끗한 대리석 조각같은 얼굴로 사는 게 뭐라고라고라.....에이씨...

 

 

이런 구절이 있다. “일본으로 돌아오던 해에 네 살짜리 남동생이 죽었고, 그 다음 해에는 오빠가 죽었다. 영양실조였을 것이다. 오빠가 죽은 이듬해 여름, 아버지는 엄마에게 또다시 자식을 낳게 했다. 아, 생명이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네 살짜리 남동생은 죽을 때까지 쌀밥이라는 걸 먹어보지 못했다.”(P56)

 

 

터키 해변에서 엎드려 잠자는 듯한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는 세 살이라고 했다. 오늘 인터넷을 보니 이집트의 한 억만장자가 지중해의 섬 하나를 통째로 사서 난민들의 정착지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시리아의 정부군이나 반군이나 IS나 모두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전체인구 2300만 가운데 400만명이 조국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알 수 없는 곳이다. 답이 없다. 진짜.

 

 

이런 구절도 있다. “나는 노인이 된 이래 적어도 자세만은 똑바르게 걸으려고 언제나 신경 썼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딱 마주친 지인이 말했다. “뭘 그리 거만하게 으스대며 걷는 거야” 세간(世間)은 어렵다."(P59)   맞는 말이다. 세상은 어려운 곳이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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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9-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의사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고는 항암치료도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시도도 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대목이 와닿았어요. 오래 고통받으며 심지어 죽지도 못하는 상태가 될까봐 걱정이에요ㅠㅠ 미리 걱정해봤자 소용도 없지만요.-_-;;
아일란 쿠르디 아기는..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ㅠㅠ. 맞아요. 도대체 이 세상이 어찌된 건지, 사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ㅠㅠ;;;

붉은돼지 2015-09-06 21:40   좋아요 0 | URL
아직 거기까진 못읽었어요
한국 드라마이야기도 재미있더라구요 ㅎㅎㅎ

자유도비 2015-09-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2쪽, 문어 요리하면서 선정적인 풍속화 떠올리는 장면은 읽으셨어요? 호쿠사이의 <문어와 해녀>를 말하는 거여서, 그 대목 읽다가 뿜었어요.

붉은돼지 2015-09-07 09:20   좋아요 0 | URL
오오오!! 놀랍군요. ㅎㅎㅎㅎ 이런 거시기한 작품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날의 일본의 거시기한 것들이 역시 그냥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군요....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만발하기 위해선 거름이나 토양이 필요한 법이죠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5-09-0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늙는것에 대해 거의 공포수준의 감정을 느껴요.
왜 그래야 하는건지 ...
당연한 일에 대해 이렇게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게 참....


붉은돼지 2015-09-07 09:2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락가락하고 있어요
어떨 때는 몹시 두렵다가도 또 어떨 때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가.....
하지만 역시 두려움이 맞겠죠..ㅜㅜ

뭐 지금도 젊은 건 아니지만 늙는다는 건 슬픈 일인 것 같아요,....흑흑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늙으면 늙은대로 잘 적응해 살겠죠....뭐 도리 없잖아요??? ㅎㅎ

Mephistopheles 2015-09-0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한 맥주 한잔에 응어리가 풀리면서 ˝사는게 뭐냐고˝ 외치는 인생은 글쎄요....그냥 너무 단순해보이네요..
그래서 저 역시 저 하XX 맥주 광고는 볼때마다 별로네..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붉은돼지 2015-09-07 17:10   좋아요 0 | URL
저 같이 뭐 늙지도 젊지도 않는 그냥 그런 직장에 다니는 중년의 남자들.....끼리모여 소주 서너 잔에 꽐라되어서 `인생 뭐 있나?` 이러고 주접떠는 건 뭐랄까.....약간은 심금을 울리는 게 있는 것도 같아요 ^^
저 하**맥주 광고는 그런 이미지를 조금 젊고 세련되게 만들려다 실패한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