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읽고 있는 잠자리용 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밀의 숲>이다. 물론 없겠지만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 말씀드린다. 소생이 하루키 책만 읽는 것도 아니고 또 잠자리에서만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나름 이런저런 책들을 보고 있다. 그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어떤 책을 보는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이슬람 제국의 탄생>과 <로마제국쇠망사 5>와 같은 묵직한, 중량감 넘치는 - 책이 정말 무겁다. - 역사서들을 보고 있다. 아!! 쇠망사는 참으로 오래도 본다.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읽고 있다. 우공이산이라고 하니 문득 생각나는데 소생은 이 사자성어를 볼 때마다 짱꼴라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삽 두삽 삽질해서 한삼태기 두삼태기 삼태기로 퍼날라 자자손손 대를 이어 산을 옮긴다는 생각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도 저 비슷한 속담이나 성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짱꼴라 짱!!! 이 말은 조금 이상하네..... <비밀의 숲>을 읽다보니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여행의 동반자, 인생의 길동무’(p254-255)에서 하루키는 여행길에 어떤 책을 가지고 가느냐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아마 누구나 고민하는 고전적인 딜레마라고 하면서 ‘언제 어떤 여행길에도 오케이’인 만능적인 책을 한 권 추천한다. 일본의 중앙공론사에서 출간된 <체홉전집>이다. 이유는 대충 이렇다. ①단편이어서 단락 짓기 쉽다. ②어느 작품이나 질이 높다. ③문장이 읽기 쉽고 소탈하다. ④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기가 가득하다. ⑤사이즈도 알맞고 무겁지 않다. ⑥만약 누군가 보더라도 ‘체홉을 읽는 걸 보니 별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군’ 하고 여겨질 확률이 높다. ⑦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어도 싫증나지 않고 오히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하루키의 말마따나 정말 여행길에 가져갈 책을 선정하느라 비행기 시간을 놓칠 뻔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는 물론 아니고, 어쨋든 여행이나 출장 갈 때 가져갈 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소생의 서가에도 체홉이 몇 권 있는데 아직 하나도 읽어보지 못한 것 같다. 요번 여름휴가 때는 하루키상의 추천을 적극 수용해볼 요량이다.

 

 

 

 

 

 

 

 

 

 

 

 

 

 

 

 

 

‘소도 알고 있는...’(p270-271)에는 대충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유타주의 게리 길모어라는 강도 살인범이 총살형을 자청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뉴스위크>의 표지인물이 되기도 했고 노먼 메일러는 길모어를 취재하여 <사형집행인의 노래>라는 논픽션 소설을 써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형집행 후 20년이 지난 뒤 게리 길모어의 동생인 마이클 길모어가 이제까지 가슴에 꾹 담아놓았던 사실을 책으로 써서 밝혔다. 게리 길모어가 두 명의 죄없는 사람을 살해한 이면에는 실로 가슴이 메이는 끔찍한 가족사가 있었다. 그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책이라는 것이다. 소생 분명히 <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언젠가 구입했었는데 위 글을 읽고 생각나서 찾아보니 책에 갑자기 발이 생겨 어디로 달아났는지 온데간데 없다.

 

 

 

 

 

 

 

 

 

 

 

 

 

 

 

길모어 이야기를 읽으니 또 문득 생각난다. 얼마전에 본 알라딘 16주년 사은품 <끝내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 제임스 엘로이는 어릴 때(아마도 10살 쯤) 엄마인 진 엘로이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는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제임스는 한참을 방황했다. 알코올 중독과 좀도둑질 같은 범죄로 망가져 가던 젊은이는 또 다른 미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블랙 달리아>라는 소설을 쓰고 그 첫장에 이런 헌사를 남긴다. “어머니, 스물아홉 해가 지난 지금에야 이 피 묻은 고별사를 바칩니다.”

 

 

 

 

 

 

 

 

 

 

 

 

 

 

 

 

 

<블랙 달리아>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꽝이라고 한다. 반면 엘로이의 또 다른 소설 <LA 컨피덴셜>은 동명 영화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오히려 대중에게 알려진 경우다. 소설 <블랙 달리아>의 출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엘로이는 어머니의 죽음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하는 한편 자신의 암울했던 시절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자전 에세이 <내 어둠의 근원>에서 엘로이는 자신이 어머니에게 성적으로 이끌렸으며 어머니가 바람을 피울 때 뒤를 밟은 적도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길모어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엘로이의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엘로이 소설들도 이하동문이다. 영화도 못봤다. 이제 알았으니 언제 시간나면 영화나 소설이나 뭐 하나라도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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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7-08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글이 너무 재밌어서, 따라 소리내어 읽고 또 읽고 그랬어요. 왠만한 장르소설이나 수필집보다 더 재밌는걸요~^^

붉은돼지 2015-07-09 10:1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이렇게 말하니 제가 뭔가 된 것도 같아요 ㅎㅎㅎ 뭔가 된 것도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군요 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고,,, 제가 쓴 대부분이 <비밀의 숲>과 <끝내주는 책>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ㅎㅎㅎㅎ,,,

서니데이 2015-07-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엘로이의 책 소개에서 사연을 읽은 것 같은데요, 소설속 이야기보다도 현실이 더 믿기 힘든 사연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어요,.
붉은 돼지님, 좋은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5-07-09 10:18   좋아요 0 | URL
맞아요....어떨 때는 정말 현실이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소설적이고, 더 믿기 힘든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stella.K 2015-07-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꼴라 짱!ㅋㅋㅋㅋ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우리말이로군요.ㅋㅋ
우공이산! 정말 대단하죠.
제가 유일하게 우공이산으로 읽는 책이 있다면 성경 정도!
뭐 좋아서 읽는다기 보다 그냥 신앙인의 양심으로다가...ㅎㅎ
그나저나 <끝내 주는 책> 괜찮던가요?
그런데 저는 그 책을 못 읽지 싶습니다.
한꺼번에 5만원을 지른 적이 저는 아마도 영원히 없을 것 같아서...ㅠㅋ

붉은돼지 2015-07-10 09:32   좋아요 0 | URL
혹시 <끝내주는 책>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보내 드릴께요~~ 뭐 중고도 괜찮으시다면요 ^^
내용은 저는 뭐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stella.K 2015-07-10 13:36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어요. 제가 읽을 책이 하도 많아
쌓아 놓은 책이나 읽으려고요.
대신 붉은돼지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amoo 2015-07-1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읽고 있는 건 몇 권의 책이 있지만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정말 우공이산의 정신으로도 안되더군요..ㅎ

재밌는 책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도 있어 반갑네요! 여름날 시원하게 읽고 갑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07-12 13:20   좋아요 0 | URL
헤겔의 정신현상학 이라니 정말 제목만 들어도 정신이 혼미하네요ㅋㅋㅋ
저는 철학책은 정말 못 읽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책 보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러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