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님의 포스팅을 보다가 잠깐 아리한 추억에 잠겼다. 잊혀진줄 알았던 옛 기억이 방울방울 올라온다.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아득한 옛 사랑을 주책없이 더듬는 뭐 그런 것은 아니고, 역시 책에 관한 추억이다. 아! 재미없군. 그렇죠? 제목을 보시고 무슨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인줄로만 알고 방문하신 알라디너님들에게는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혜량하여 주시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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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의 '한국사' 시리즈는 총27권이다. 25권, 26권은 연표고 27권은 색인이다.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첫눈에 반해서 껄떡거려봤지만 집구석에서 용돈 받아 쓰는 주제에 가당찮은 일이었다. 내용이 다소 학술적이어서 읽기에 조금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보니 아직도 사랑이 식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초대가수 이은하씨 등장.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아시는 분은 따라 불러주세요.) 그런데 모두 절판 내지는 품절이다. 27권 전집이 중고로 30만원에 나와있다. 사랑이 아무리 활활활 불타오른들 역시 무리다.
한길사의 '한국사' 시리즈는 강만길이 저자로 되어있고 안병직, 최장집 등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식민사관을 철저히 극복하고 투철한 민족사관에 입각하여 5천년 역사를 체계화한 한국사 서적. 또한 식민시기의 민족해방운동과 해방공간의 통일운동을 새롭게 해석했으며, 기존의 정치 왕조사 중심에서 탈피 사회경제사, 사상사, 생활사 중심으로 서술하려 했다”라고 알라딘에 소개되어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강은 흐르고 소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도 흘렀는데...... 그게 약간 빗나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한국사' 시리즈 대신에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한권씩 사서 읽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면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꿩에게는 꿩의 쓰임이 있고 닭에게는 닭의 맛이 있는 것이다. 22권을 다 읽었고 22권을 다 모았다. 이이화의 한국사 역시 생활사, 문화사, 민중사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강만길의 책이 학술적 역사책이라면 이이화의 책은 대중적 역사서라고 할 것이다.
안그래도 세계사 연표를 하나 장만해야 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한국사 연표'를 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해 보니 수요역사연구회에서 나온 '곁에 두는 세계사'가 가격은 48000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내용은 최고인 것 같다. 30만원은 차마 불감당이나 4만8천원은 대충 가당할 것이다. 연표를 이리저리 뒤적뒤적 보고 있으면 뭐랄까 세계 정복이라고 하면 좀 많이 웃기고,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쭈물쭈물 주무르는 듯한 그런 얼토당토 않은 기분도 조금은 드는 것이다. 소생만 그런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하는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소생이 뭐 역사학자도 아니고 이런 연표가 얼마나 소용될지 약간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왠지 이 연표는 심심하지 않게 용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