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이버를 보다가 우연히 내 맘대로 뽑은 최고의 첫문장 best 10” 이라는 포스팅을 발견했다. 세계문학전집이 가지런히 꽂힌 멋진 서가 사진을 배경으로 한.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1.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의 그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2.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그 유명한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3. 이상 <날개>의 그 유명한 첫 문장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4. 알베르 까뮈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상기한 4개의 첫 문장은 소생도 인정하고 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첫 문장인데, 하기한 2개의 첫 문장이 빠진 게 소생의 심사에 몹시도 서운해서 본 페이퍼를 작성해 본다. 어차피 마음대로 뽑은 최고의 첫 문장인데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수 있겠나만은 소생이 소생 마음대로 뽑는 다면 이 두 문장은 꼭 넣고 싶다는 이야기다. 특히 박상륭은.

 

1.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의 그 놀라운 첫 문장 공문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 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은 없는데다, 우기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도 모인다.“

 

2.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의 감각적인 첫 문장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옹 2015-03-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누냄새ㅠㅠㅠㅜ어떤 의미에서는 이중에서도 제일, 짧고 굵게 내용을 상기시키는 문장이에요

붉은돼지 2015-03-0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저 문장이 강하게 와 닿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째 약간 시큰둥 합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거 같아요

AgalmA 2015-03-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 말씀하실 때 ˝소생은...˝하며 운을 띄우실 때 <죽음의 한 연구> 늬앙스를 느꼈었는데, 제가 그리 헛다리를 짚은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어제 박상륭 작가의 산문집 한권 샀는데, 반갑네요^^

붉은돼지 2015-03-03 19:19   좋아요 1 | URL
대학 다닐 때 처음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햐~~이런 소설도 있구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박상륭의 책을 찾아 읽고 하다가 나중에는 칠조어론을 끝내 다 못 읽고 중도 포기했습니다. 읽을수록 어려워지고 마치 미로속을 헤매는 것 같아서요...

AgalmA 2015-03-03 20: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칠조어론 포기...책의 기, 작가군에서 그 정도로 강렬하게 느낀 건 거의 없는 듯...
흐흐, 습죠 수정했는데 말입지...요 ㅎ;

붉은돼지 2015-03-03 20:44   좋아요 0 | URL
˝...습죠˝ 에서도 `죽음의 한 연구` 뉘앙스가 ㅋㅋ

cyrus 2015-03-0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알프레드 베스터의 소설 <타이거! 타이거!>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암울한 미래사회를 잘 표현했어요.

황금의 시대, 강렬한 모험의 시대, 삶은 풍족하고 죽기는 어려운 시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와 절도, 약탈과 탈취, 문화와 악습이 낳은 미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극한의 시대, 기이함이 가득한 매혹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붉은돼지 2015-03-03 20:57   좋아요 0 | URL
타이거 타이거는 못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암울한 미래사회라고 하니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 빗속에서.... 리플리컨트 룻거하우어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납니다....sf영화사상 최고의 명대사라는 생각입니다^^

조선인 2015-03-0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느티나무. 하악 하악 제 사춘기 연정에 불을 지른 소설입죠.

붉은돼지 2015-03-04 13:44   좋아요 0 | URL
옛날 소설입죠...<젊은 느티나무> 여성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청춘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저는 젊은 느티나무보다 <별들의 고향>이 더 좋아요...경아가 나오는 ㅋㅋ 제목도 너무 멋지구리하잖아요

icaru 2015-03-0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나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요?
문장 1번. 좀전에 친구가 선물한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서문에 인용되었거든요.. 이거 읽으면서, 이 구절이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소설에서도 인용된다는 걸.. 기억해냈는데, 아 역시나 고전을 잘 인용하면 책이 살아나나봅죠..확실히...

붉은돼지 2015-03-05 13:00   좋아요 0 | URL
이 문장이 유명하긴 유명한 것 같습니다. 심심찮게 나오드라구요. 얼마전에 읽은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에서도 파묵이 이 문장을 여러번 인용하고 있어요. 정말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