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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조금은 특별한 여행
최승은.김보희 지음 / 예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구입한 넥서스북스에서 나온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지 40]를 보니 베스트 포티 중 제일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앙코르 와트” 였다. 작가가 어떤 기준을 세워 무슨 의도로 앙코르 와트를 그 기라성같은 여행지들 중에서도 제일 먼저로 내세웠는지는 스스로 밝히고 있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에 또 앙코르 와트를 만나게 되니 반갑다. ‘앙코르 와트’와 ‘캄보디아’ 하면 생각나는 영화 두편. “툼레이더”와 “킬링필드” 하나는 캄보디아의 처절하고 비극적인 학살의 역사와 관련된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앙코르 유적 중 거대한 뿌리의 공룡나무들과 돌궁전이 뒤엉킨,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장엄한 장면만이 기억에 오래 남은 영화다.
항상 진실은 진실 그대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을 누구나 쉽게 알수있도록 밝게 밝히는 작업이 실로 지난하고 험난하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이해가 상충되고 이른바 역사를 보는 눈이 서로 틀린 까닭일 것이다. 흔히 킬링필드라는 것은 캄보디아의 잔혹한 공산정권 크메르 루즈가 200만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제분쟁전문 전선기자 정문태가 전하는 이야기는 다르다.(이 책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서 인터넷 여러곳에 돌아다녀봤다) 서방 학자들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붉은 크메르가 캄보디아 정권을 잡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친미정권 부역자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학살한 인민의 수는 대략 대략 10~30만 정도이고, 그 기간동안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한 수가 70~80만 정도이며, (이는 미국 등 국제기구가 공산 캄보디아 정권에 경제적 원조를 중단한 데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것은, 크메르 루즈의 공산혁명이 성공하기 이전의 내란시기인 1969~1973년 사이 미국의 캄보디아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사망한 양민이 40~80만에 이른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총 10여년간에 걸친 실로 유혈낭자한 처절한 질곡의 역사속에서 100만에서 150만의 캄보디아 양민이 사망했다는 것이 킬링필드의 전모이자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롤랑조페 감독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킬링필드>는 결국 미국의 캄보디아 양민학살을 은폐하자는 수작이고,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킬링필드 전범재판은 짜고 치는 사기 고스톱판이라는 것이다.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가 존재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메리카가 자행한 킬링필드도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인생의 어떤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여 무언가 의미있는 결정을 해야하거나 지나온 세월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혹은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어떤 전환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생각한다. 사랑을 잃었을 때나 사랑이 필요할 때, 삶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 숨막히고 답답할 때, 인생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 대개 여행을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시간없고 돈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연이나, 며칠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세상이 문득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거나, 내 영혼의 키가 갑자기 훌쩍 커버리는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가슴속 어디에선가 둥둥 북소리라도 들려올라치면 가슴이 벌렁벌렁 대책없이 뛰고, 이런 종류의 여행기라도 읽게되면 궁뎅이가 절로 들썩들썩거리는 건 우리가 뭐 역마살 낀 떠도는 방랑객 여행애호가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휴가철이다. 마누라나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 물론 더 재미있겠지만 부모님이나 가족들과의 의미있는 여행도 계획해 봄 직하다.
추신 : 엄마 이야기 부분이 딸 이야기부분보다 양적으로 배는 많은 것 같고, 어머니로서 딸에 대한 애정의 감정이 과잉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녀인 딸의 경우로 말하자면 보다 진솔한 내용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인데 보여주기 위해 쓴 일기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쉽다. 다소 정형적이라는 느낌. 又, 견문 일천한 자의 무식한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앙코르 와트가 앙코르 유적지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앙코르 유적지가 있는 ‘씨엠립’이 경주라고 한다면 앙코르와트는 불국사에 해당된다는 편집자 분의 설명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앙코르 유적지 전체를 개괄적으로 볼 수 있는 지도 같은 것이 첨부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부록에 나온 관람 일정이 더 유용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