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봄은 온통 꽃구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하늘에 떠있는 꽃보다는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분분한 낙화...
1박2일의 여행을 하면서 욕심을 부려 오정희의 <가을 여자>와 윤광준의 <찰칵, 짜릿한 순간>을 챙겨넣었더니, 책은 펴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조만간 <오정희론>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서이지요.
그러나 지금의 저에게는 ‘분분한 낙화’가 더 많은 메시지를 줍니다.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보니<제발 천천히>라는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천천히...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0-04-1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진을 보면서 이형기의 낙화를 읊조리며 내려왔는데
낙화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역시~~~ 알라딘에 올라온 수많은 꽃 사진 중에서
중전님의 사진이 최고예요!!

gimssim 2010-04-15 06:47   좋아요 0 | URL
나, 지금 비행기 어지러워요~~~ 내릴 때는 천천히요.

hnine 2010-04-15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지만 끝에서 두번째 사진에 제일 끌려요. 또 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모셔갔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그 사진은 서양화로, 혹은 동양화로 꼭 그려보고 싶네요.
다섯번째 사진과 여섯번째 사진은 촛점만 달리 해서 찍으신 것, 맞지요? 훌륭합니다.

gimssim 2010-04-15 06:38   좋아요 0 | URL
칭찬에 힘이 납니다.
배운 것 공부하느라 노출, 셔터, 맞춰가며 찍었더니 많이 햇갈렸어요.
그래도 오학년 아줌마의 가상한 노력의 결과입니다.ㅎㅎ

꿈꾸는섬 2010-04-1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사진이었어요. 저도 보면서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도 깜짝 놀랐네요.ㅋㅋ

gimssim 2010-04-15 19:51   좋아요 0 | URL
분분한 낙화...
모짜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처럼,
이런 시를 쓰신 이형기님에 대한 질투가...
노년에 쓰신 것인지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세실 2010-04-1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폭의 수채화네요. 님 땜에 제가 요즘 사진 배우고 싶은 강한 욕구가 밀려 옵니다.
책도 샀는데 정작 카메라는 똑딱이라는 ㅎㅎ
참 아름다운 사진과 시네요.

gimssim 2010-04-15 19:51   좋아요 0 | URL
요즘 똑딱이 성능도 만만치가 않아요.
제 카메라도 무늬만 DSLR인걸요.
제 친군 결혼기념일 선물 십년치 당겨서 백악관 기자들이 쓰는 카메라 장만했다고 자랑하더군요.
조언하자면 '사진찍기'를 좋아하셔야 합니다요.

프레이야 2010-04-1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과 끝에서 세번째 사진이 전 무지하게 좋아요.^^

gimssim 2010-04-15 21:37   좋아요 0 | URL
좋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찍어야겠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0-04-1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사진 좋습니다.
사진 얻어갑니다. 중전님

제 방에도 중전님 꽃 사진 올릴 겁니다. 하하


같은하늘 2010-04-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시가 모두 너무 멋지십니다.
밖으로 나가 벚꽃이라도 한장 찍어 오려했는데 그만두어야겠습니다.^^

gimssim 2010-04-16 21:18   좋아요 0 | URL
아무려면 자신이 찍은 사진만 하겠습니까?
어서 찍으세요. 그리고 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