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봄은 온통 꽃구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하늘에 떠있는 꽃보다는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분분한 낙화...
1박2일의 여행을 하면서 욕심을 부려 오정희의 <가을 여자>와 윤광준의 <찰칵, 짜릿한 순간>을 챙겨넣었더니, 책은 펴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조만간 <오정희론>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서이지요.
그러나 지금의 저에게는 ‘분분한 낙화’가 더 많은 메시지를 줍니다.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보니<제발 천천히>라는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