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찍부터 담배를 피우는 세상 사람들을 보아왔다. 대부분 담배를 남초(草)로만 알고 있을 뿐, 연초(烟草)로도 불리는 줄은 모른다. 단지 담배가 왜국(倭國)에서 건너온 줄만 알고 있을 뿐, 그에 앞서 본래 어디서부터 전래한 줄은 모른다. 또 시골사람들 가운데는 담배를 비벼 동글동글 마는 방식에 익숙해져, 시장에서 썰어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도 있다. 서울 사람들 가운데는 좋은 품질의 담배를 사는 데만 젖어서 작두로 써는 작업이 어떠한 것인지를 모르는 자도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생활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담배의 근원과 유래, 성질과 맛, 그리고 잎을 펴고 싸고말고 써는 방법과, 담배를 떠서 채우고 불을 피워 태우는 방법을 상세히 갖추어 써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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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흡연을다룬 저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은 《연경(烟經)》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담배의 경전‘이다. 1810년 이옥(李鍾)이 쓴 단독 저술이다. 오랜 동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한 줄조차 몰랐다. 도서관에 갈무리되어 있던 이 책이 몇 년 전 김영진교수의 논문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그 이후 역자가 전체 내용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연경》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연경>은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으로, 경북대 남권희(南) 교수가 기증한 장서인 남재문고(南齋文庫)에 들어 있다.
전체 분량은 25장이고, 판의 크기는 11.9cm㎡x21.7cm²이다. 관심(版心)에 ‘화석장본(花石本)‘이란 원고지 이름이 박혀 있는, 쓰인 사란공권(絲欄空)에 정사(正)하였다. 이 원고지는 이옥이 사용하던 것이므로 저자 수고(手稿本)이다. 글씨도 이옥의 친필이다.
사침(四)으로 제본하였고, 겉표지는 황지(黃)이다. 중국 스타일로 아담하고 세련되게 만든 책자이다.
책은 서문과 4권으로 구성되었다. 구성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연경서(經序): 경오년(1810) 5월에 쓴 저자의 자서
•연경 첫째 권: 담배씨를 거두는 내용인 ‘수자부터 담배 뿌리를보관하는 ‘엄근(根)‘까지 담배를 경작하는 방법과 과정을 17조에걸쳐 상세하게 기록했다. - P15

• 연경 둘째 권: 담배의 원산지와 전래, 담배의 성질과 맛, 담배를 쌓고자르는 방법, 태우는 방법 등을 19조에 걸쳐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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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셋째 권: 담배를 피우는 데 사용되는 각종 용구를 12조에 걸쳐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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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넷째 권: 흡연의 멋과 효용, 품위와 문화를 10조에 걸쳐 다각도로 묘사하였다. - P16

담배를 다룬 저작이 많지 않기는 중국이나 일본도 크게 다르지않다. 일본에서는 이옥보다 십여 년 앞선 1796년에 서양 전문가인오츠키 겐타쿠(大槻玄澤)가 《언록(焉錄)》(담배의 기록)이란 책을 펴냈다. 중국에서는 1822년에 진종(陳)이 《연초보(烟草譜)》를 저술하였다. 한중일 삼국에서 각 나라의 담배와 흡연 문화를 기록한 대표적인 저작이 모두 1810 년을 전후한 시기에 지어졌다. 모두 당시의동아시아 공통의 문어인 한문으로 쓰였다. 각각의 저작은 서로를 참조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지어졌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비슷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사는 나라가 다르고 체험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개성과 내용이 담겨 있다. 한중일 세 나라학자가 담배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쓴 세 책을 비교 검토한다면, 그것 또한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P17

담배의 요모조모를 기록한 《연경》은 이렇게 당시 학술의 첨단을보여주는 저술의 하나다. 《연경》이 학술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18세기 실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유득공도 《연경》을 지었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둘째 아들 학유(學游)에게 양계를 권하는 편지에서, "네가 벌써 닭을 치고 있다니, 온갖 서적에서 닭을 다룬 기록을 초록하여 육우(陸羽)의《다경(茶經)》이나 유득공(柳得恭)의 《연경(烟經)》처럼 《계경(鷄經)》을 편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속된 일을 하면서도 맑은 운치를 지니려면 모름지기 이러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을 일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애연가였던 정약용은 유득공의 《연경》을 읽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 편지글에 따르면, 유득공도 《연경》을 저술하였다는이야기인데, 현재 그의 이름으로 된 《연경》은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득공은 이옥과 이종사촌 사이다. 유득공의 몰년(年)은 1807년이므로 그가 《연경》을 지었다면 이옥보다 앞서서 지은 셈이다.
유득공이 정말 《연경》을 지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옥이 지은 《연경》을 정약용이 유득공의 저작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유득공과 이옥이 같은 주제의책을 비슷한 시기에 지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생활과 학문, 현실문제와 지식을 서로 분리시켜 보지 않으려는 당시 선진적 학자들의 학문 태도가 이들 저서에 나타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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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푸르네.
맑은 개울물이 노래하네.
-아가씨!
봄이 왔네.
••••••.

작년 베이핑에서
푸른 살구 먹던 시절,
금년 나의 운명은
푸른 살구보다 더 시리다!
••••••.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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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극동에서 활약한 예수회 신부들 가운데 루이스 프로이스는 한반도와 관련해 가장 많은 자료를 남긴 인물이다. 1563년 일본에 도착한 이후 1597년 나가사키에서 사망할 때까지 프로이스는 전국시대의 정치적 격변기를 몸소 경험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임진왜란을 계획하고 치르는 전 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본 극소수의 이방인 중 한 사람이었다. 프로이스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예수회 서간문이나 각종 필사본 형태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특히 프로이스가 일본 연례서간문의 집필을 담당한 1580년대 이후에는 그의 집필방식이 예수회 서간문의 중요한 모델로 부각됐으며, 유럽인들은 이 연례서간문에 커다란 반응을 보였다. 프로이스가 일본에서 작성한 서간문들은 주로 마카오나 인도 고아에서 수집돼 포르투갈 코임브라로보내졌다. 코임브라에서 필사된 서간문들은 로마와 유럽의 예수회 수도원으로 발송됐다. 예수회는 이 서간문들을 편집해 1581년부터 일본 연례서간문집 Cartas Anuas』 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여러 도시에서 출판했다. 16세기 후반기에 집필된 예수회 서간문들에 실려 있는 한국 관계 자료들은 대부분 프로이스가 작성한 것으로, 유럽의 주요 언어로번역 · 소개됐다. 프로이스가 임진왜란과 관련해 집필한 서간문들은영어로 번역돼 1599년 해크루트가 발행한 항해기 전집에도 포함됐다.
구즈만 Luis de Guzman이 선교사들의 이야기 Historia de las missiones』를 집필하는데도 대부분 인용됨으로써 이 책은 마르코 폴로가 한반도를 의미하는
‘가올리‘를 언급한 이후 유럽인들에게 가장 광범위하게 알려진 한국 관련 자료가 됐다. - P15


이 나라는 풍요해 쌀과 밀이 많이 난다. 과일로는 배와 호두, 무화과, 밤, 사과, 잣이 있으며 무한량의 꿀, 약간의 비단, 많은 변화와 마가 난다. 금광이나 은광은 부족하다고 한다. 말과 소가 많고 양종의 조랑말과 나귀가 있다. 전 국토에 걸쳐서는 수많은 호랑이가 서식하며 이외 많은 동물이 있다.
그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은 완벽하고 마무리를 잘해 솜씨가 좋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살갗이 희고 활기차며, 대식가이고 힘이 아주 좋다. 터키것만큼 작은 활과 화살에 매우 능숙한데, (소문에 따르면) 독을 바른 화살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의 선박들은 크고 견고하며 상단이 덮여있다. 화약통과 화기를 사용하고, 쇠로 된 사석포와 비슷한 것이있는데 탄환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사람 넓적다리 굵기의 나무 화살에 물고기 꼬리처럼 갈라진 쇳조각을 붙여 사용한다. 이것은 부딪치는 것이라면 모두 절단하기 때문에 아주 위력적인 무기다. 이밖의 무기들은 별 위력이 없다. 특히 칼은 길이가 짧고 수명이 길지 않다. 그리고 총상이 없는 소총을 사용한다고 한다.
중국에 공물을 바치고 있음에도 중국인들은 조선인들을 두려워한다. 조선의 왕은 가장 중요한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 대단히 큰 궁전을 가지고 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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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으면 엉치뼈나 다리가부러졌을 것이다. 이번이 여섯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왕따를 당한 뒤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겪었다. 두 번이나 이직을 했고,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여섯 번의 깁스 - P59

고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고모가 똑똑하고 빈틈없다고 말한 그 조카가 얼마나 웃기는 짓을 저질렀는지 아냐고. 결혼을 하기 한 달 전까지도 영훈은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영훈의 신혼집 현관에 욕을 써놓았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도어록을 본드로 발라버렸다. 마당에 들어와보니 그사이 평상은 치워져 있었다. 황토방 안에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모가 황토방에 들어가면서 나 빼고 재미있는 이야기 하지 마, 하고 소리쳤다. 내가 따라 들어가자 아빠가 말했다.
"우리 가족은 오늘을 만우절로 정했어. 해마다 오늘 거짓말을 해야 해." 만우절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만우절을 위해 사 년 동안 타이어를 산 정상으로 날랐다는 사람이 생각났다. 알래스카의 어느 산이었는데 화산 폭발이 일어난 줄 알고 경찰이 가보니 타이어가 타고 있었다.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 년 동안 타이어 칠십 개를 날랐다는 남자를 생각하자 도어록을 본드로 붙여버린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만우절 - P308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소설은 독자의 삶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나는 조심스럽게 인정한다. 그러니 내 소설도 누군가의 삶과 멋지게 조우하길. 우연히 스쳐가는 동안 서로 위로를 받길 정말 그렇게 되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2021년 여름윤성희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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