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으면 엉치뼈나 다리가부러졌을 것이다. 이번이 여섯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왕따를 당한 뒤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겪었다. 두 번이나 이직을 했고,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여섯 번의 깁스 - P59

고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고모가 똑똑하고 빈틈없다고 말한 그 조카가 얼마나 웃기는 짓을 저질렀는지 아냐고. 결혼을 하기 한 달 전까지도 영훈은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영훈의 신혼집 현관에 욕을 써놓았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도어록을 본드로 발라버렸다. 마당에 들어와보니 그사이 평상은 치워져 있었다. 황토방 안에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모가 황토방에 들어가면서 나 빼고 재미있는 이야기 하지 마, 하고 소리쳤다. 내가 따라 들어가자 아빠가 말했다.
"우리 가족은 오늘을 만우절로 정했어. 해마다 오늘 거짓말을 해야 해." 만우절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만우절을 위해 사 년 동안 타이어를 산 정상으로 날랐다는 사람이 생각났다. 알래스카의 어느 산이었는데 화산 폭발이 일어난 줄 알고 경찰이 가보니 타이어가 타고 있었다.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 년 동안 타이어 칠십 개를 날랐다는 남자를 생각하자 도어록을 본드로 붙여버린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만우절 - P308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소설은 독자의 삶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나는 조심스럽게 인정한다. 그러니 내 소설도 누군가의 삶과 멋지게 조우하길. 우연히 스쳐가는 동안 서로 위로를 받길 정말 그렇게 되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2021년 여름윤성희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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