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흡연을다룬 저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은 《연경(烟經)》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담배의 경전‘이다. 1810년 이옥(李鍾)이 쓴 단독 저술이다. 오랜 동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한 줄조차 몰랐다. 도서관에 갈무리되어 있던 이 책이 몇 년 전 김영진교수의 논문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그 이후 역자가 전체 내용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연경》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연경>은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으로, 경북대 남권희(南) 교수가 기증한 장서인 남재문고(南齋文庫)에 들어 있다.
전체 분량은 25장이고, 판의 크기는 11.9cm㎡x21.7cm²이다. 관심(版心)에 ‘화석장본(花石本)‘이란 원고지 이름이 박혀 있는, 쓰인 사란공권(絲欄空)에 정사(正)하였다. 이 원고지는 이옥이 사용하던 것이므로 저자 수고(手稿本)이다. 글씨도 이옥의 친필이다.
사침(四)으로 제본하였고, 겉표지는 황지(黃)이다. 중국 스타일로 아담하고 세련되게 만든 책자이다.
책은 서문과 4권으로 구성되었다. 구성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연경서(經序): 경오년(1810) 5월에 쓴 저자의 자서
•연경 첫째 권: 담배씨를 거두는 내용인 ‘수자부터 담배 뿌리를보관하는 ‘엄근(根)‘까지 담배를 경작하는 방법과 과정을 17조에걸쳐 상세하게 기록했다. - P15

• 연경 둘째 권: 담배의 원산지와 전래, 담배의 성질과 맛, 담배를 쌓고자르는 방법, 태우는 방법 등을 19조에 걸쳐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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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셋째 권: 담배를 피우는 데 사용되는 각종 용구를 12조에 걸쳐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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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넷째 권: 흡연의 멋과 효용, 품위와 문화를 10조에 걸쳐 다각도로 묘사하였다. - P16

담배를 다룬 저작이 많지 않기는 중국이나 일본도 크게 다르지않다. 일본에서는 이옥보다 십여 년 앞선 1796년에 서양 전문가인오츠키 겐타쿠(大槻玄澤)가 《언록(焉錄)》(담배의 기록)이란 책을 펴냈다. 중국에서는 1822년에 진종(陳)이 《연초보(烟草譜)》를 저술하였다. 한중일 삼국에서 각 나라의 담배와 흡연 문화를 기록한 대표적인 저작이 모두 1810 년을 전후한 시기에 지어졌다. 모두 당시의동아시아 공통의 문어인 한문으로 쓰였다. 각각의 저작은 서로를 참조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지어졌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비슷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사는 나라가 다르고 체험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개성과 내용이 담겨 있다. 한중일 세 나라학자가 담배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쓴 세 책을 비교 검토한다면, 그것 또한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P17

담배의 요모조모를 기록한 《연경》은 이렇게 당시 학술의 첨단을보여주는 저술의 하나다. 《연경》이 학술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18세기 실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유득공도 《연경》을 지었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둘째 아들 학유(學游)에게 양계를 권하는 편지에서, "네가 벌써 닭을 치고 있다니, 온갖 서적에서 닭을 다룬 기록을 초록하여 육우(陸羽)의《다경(茶經)》이나 유득공(柳得恭)의 《연경(烟經)》처럼 《계경(鷄經)》을 편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속된 일을 하면서도 맑은 운치를 지니려면 모름지기 이러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을 일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애연가였던 정약용은 유득공의 《연경》을 읽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 편지글에 따르면, 유득공도 《연경》을 저술하였다는이야기인데, 현재 그의 이름으로 된 《연경》은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득공은 이옥과 이종사촌 사이다. 유득공의 몰년(年)은 1807년이므로 그가 《연경》을 지었다면 이옥보다 앞서서 지은 셈이다.
유득공이 정말 《연경》을 지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옥이 지은 《연경》을 정약용이 유득공의 저작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유득공과 이옥이 같은 주제의책을 비슷한 시기에 지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생활과 학문, 현실문제와 지식을 서로 분리시켜 보지 않으려는 당시 선진적 학자들의 학문 태도가 이들 저서에 나타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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