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푸르네.
맑은 개울물이 노래하네.
-아가씨!
봄이 왔네.
••••••.

작년 베이핑에서
푸른 살구 먹던 시절,
금년 나의 운명은
푸른 살구보다 더 시리다!
••••••.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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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극동에서 활약한 예수회 신부들 가운데 루이스 프로이스는 한반도와 관련해 가장 많은 자료를 남긴 인물이다. 1563년 일본에 도착한 이후 1597년 나가사키에서 사망할 때까지 프로이스는 전국시대의 정치적 격변기를 몸소 경험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임진왜란을 계획하고 치르는 전 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본 극소수의 이방인 중 한 사람이었다. 프로이스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예수회 서간문이나 각종 필사본 형태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특히 프로이스가 일본 연례서간문의 집필을 담당한 1580년대 이후에는 그의 집필방식이 예수회 서간문의 중요한 모델로 부각됐으며, 유럽인들은 이 연례서간문에 커다란 반응을 보였다. 프로이스가 일본에서 작성한 서간문들은 주로 마카오나 인도 고아에서 수집돼 포르투갈 코임브라로보내졌다. 코임브라에서 필사된 서간문들은 로마와 유럽의 예수회 수도원으로 발송됐다. 예수회는 이 서간문들을 편집해 1581년부터 일본 연례서간문집 Cartas Anuas』 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여러 도시에서 출판했다. 16세기 후반기에 집필된 예수회 서간문들에 실려 있는 한국 관계 자료들은 대부분 프로이스가 작성한 것으로, 유럽의 주요 언어로번역 · 소개됐다. 프로이스가 임진왜란과 관련해 집필한 서간문들은영어로 번역돼 1599년 해크루트가 발행한 항해기 전집에도 포함됐다.
구즈만 Luis de Guzman이 선교사들의 이야기 Historia de las missiones』를 집필하는데도 대부분 인용됨으로써 이 책은 마르코 폴로가 한반도를 의미하는
‘가올리‘를 언급한 이후 유럽인들에게 가장 광범위하게 알려진 한국 관련 자료가 됐다. - P15


이 나라는 풍요해 쌀과 밀이 많이 난다. 과일로는 배와 호두, 무화과, 밤, 사과, 잣이 있으며 무한량의 꿀, 약간의 비단, 많은 변화와 마가 난다. 금광이나 은광은 부족하다고 한다. 말과 소가 많고 양종의 조랑말과 나귀가 있다. 전 국토에 걸쳐서는 수많은 호랑이가 서식하며 이외 많은 동물이 있다.
그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은 완벽하고 마무리를 잘해 솜씨가 좋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살갗이 희고 활기차며, 대식가이고 힘이 아주 좋다. 터키것만큼 작은 활과 화살에 매우 능숙한데, (소문에 따르면) 독을 바른 화살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의 선박들은 크고 견고하며 상단이 덮여있다. 화약통과 화기를 사용하고, 쇠로 된 사석포와 비슷한 것이있는데 탄환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사람 넓적다리 굵기의 나무 화살에 물고기 꼬리처럼 갈라진 쇳조각을 붙여 사용한다. 이것은 부딪치는 것이라면 모두 절단하기 때문에 아주 위력적인 무기다. 이밖의 무기들은 별 위력이 없다. 특히 칼은 길이가 짧고 수명이 길지 않다. 그리고 총상이 없는 소총을 사용한다고 한다.
중국에 공물을 바치고 있음에도 중국인들은 조선인들을 두려워한다. 조선의 왕은 가장 중요한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 대단히 큰 궁전을 가지고 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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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으면 엉치뼈나 다리가부러졌을 것이다. 이번이 여섯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왕따를 당한 뒤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겪었다. 두 번이나 이직을 했고,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여섯 번의 깁스 - P59

고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고모가 똑똑하고 빈틈없다고 말한 그 조카가 얼마나 웃기는 짓을 저질렀는지 아냐고. 결혼을 하기 한 달 전까지도 영훈은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영훈의 신혼집 현관에 욕을 써놓았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도어록을 본드로 발라버렸다. 마당에 들어와보니 그사이 평상은 치워져 있었다. 황토방 안에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모가 황토방에 들어가면서 나 빼고 재미있는 이야기 하지 마, 하고 소리쳤다. 내가 따라 들어가자 아빠가 말했다.
"우리 가족은 오늘을 만우절로 정했어. 해마다 오늘 거짓말을 해야 해." 만우절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만우절을 위해 사 년 동안 타이어를 산 정상으로 날랐다는 사람이 생각났다. 알래스카의 어느 산이었는데 화산 폭발이 일어난 줄 알고 경찰이 가보니 타이어가 타고 있었다.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 년 동안 타이어 칠십 개를 날랐다는 남자를 생각하자 도어록을 본드로 붙여버린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만우절 - P308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소설은 독자의 삶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나는 조심스럽게 인정한다. 그러니 내 소설도 누군가의 삶과 멋지게 조우하길. 우연히 스쳐가는 동안 서로 위로를 받길 정말 그렇게 되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2021년 여름윤성희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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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이론을 위시한 현대철학 및 이론은 ‘나‘라는 인식이 어떤 시기를 거치고 나면 깔끔하게 구성되는 의식이나 태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번 호 편집자가 지적하듯 ‘나‘라는 정체성은 타자와 맞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과정으로서의 시간성을 갖는다. 정체성은 ‘타자‘를 동일자로 만드는 자기동일화의 무한정한 과정이다. 에세이 「동일화」에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에서 동일화는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에 대한 최초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안정되고 깔끔한 ‘나‘란 어쩌면 불가능한 환상인지도 모른다. 정체성은 끝없이 타자의 문제를 제기하며, 나와 타자 사이의 근본적인 틈새와 차이를 담고 있다. 랭보의 "나는 타자" 선언은 이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 선언의 원문 Je est un autre에는 주어와 동사 일치를 파격적으로 무시하며 ‘나‘에 3인칭 동사를 사용함으로써 배반과 불복종의 전율을 담고 있다.
차이와 다양성에 관한 세심함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산되어있는 2018년의 한국은 이 책의 원저인 저널 <엄브라》가 나온 해인 1998년과는 20년의 시간차만큼 멀어져 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고 소셜네트워크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고전적 질문은 자기노출과 현시의 무대 뒤에 어른거린다. "나는 나"라고 외치는 그 무수한 셀피 속 ‘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믿는 그 ‘나‘인가 아니면 또다른 낯선 이미지일 뿐인가. 셀피를 찍는 ‘나‘와 찍히는 ‘나‘, 셀피문화 자체가 ‘나‘의 분리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또 이처럼 증식되는 ‘나‘들은 각각의 ‘나‘ 사이의 차이와 다양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 P10


혹 우연이라도 이 책을 집어든 독자가 이 서문을 읽게 된다면 다른 무엇보다 다음의 내용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정체성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일종의 가면과도 같은 것이라면, 주체란 그 가면 뒤의 ‘나‘라는 어떤 실체이며, 그 실체의 본질은 ‘틈‘이다. 이주체의 틈으로부터 라깡이 이론화하고 지적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한 ‘윤리적 행위‘가 빛을 발하고 나온다. 결국 정신분석이론의 핵심은 상징질서에 균열을 내는 행위자는 다름 아닌 주체라는 점이다. 이 주체의 윤리적 행위를 배신하는 것은 어떤 악행이 아니라 기적과도 같은 윤리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극구 부정하며 자신을 상징질서의 유한한 감옥 안에서 근근이 버티고 살아가는 필멸의 존재로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젝은 지적한다. 지젝의 이 발언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에게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되어 첫 장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다가 이어지는 다른 저자들의 글이 제공하는 지적 모험을 경험할수 있기를 바래본다. - P12

정체성(identity)이라는 개념은 철학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정체성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은 진정한 의미에서 철학적인 탐구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정체성 개념을 분석할 때 그것의 타자, 즉 차이(difference)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정체성‘은 한 개체가 자신과 맺는 관계로 정의된다.
정체성은 우리가 ‘차이‘라고 부르는 개체가 다른 개체와 맺는 관계와 정반대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체성을 규정하면 정체성에 필수적인 술어인 단일성(unity)과 정체성 개념이 결정되는 순간 발생하는 분리(split)를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 P13

어떤 것이 자기 자신과 동시발생한다는 사실은 적어도 두 가지, 즉 단순한 출발점으로서의 자아(self) 도착지점으로서의 그 자신(itself)을 고려하도록 요구한다. 하나를 갖기 위해선 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이 먼저 오는가?
이것은 또 하나의 오래된 철학적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도 지금까지 수많은 방법이 제시되어왔다.
정체성 논쟁에서 정신분석이 기여한 점은 인간의 정체성이 복수성(plurality)뿐 아니라 시간성(temporality)과도 연관된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서 성취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정체성은 시간 속에서 성취되는 자기 동일화identi-fication의 과정이다. 주체는 시간 속에서 지속적인 진자운동을 통해서 타자를 동일자(the same)로 만드는 무한한 과업의 수행과정에서 탄생한다. 그 결과 정체성은 더 이상 일원성 (one-ness) 또는 완전한 현전(presence)이라는 측면에서만 사유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체성은 현전과 비-현, 큰 일자 (the One)와 타자 사이의 틈새와 차이로 구성된다. 정체성의 두 극점이 동시에 맞물리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분리에서 무의식이 출현한다.
정신분석을 통해서,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가 함축하고 있는 자족적 성격은 랭보의 유명한 문장 "나는 타자이다 Je est un autre"(역주:랭보가 1871년 5월 조르주 이장바르에게 보낸 편지에 사용한 문장. 주어는 일인칭 나je이지만 동사는 3인칭 est를 사용한 비문법적인 문장을 통해서 ‘나‘라는 주체가 본질적이지 않고 구성된 정체성임을 보여준다.)가 드러낸 곤혹스러움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타자를 얘기하고 있는 것인가?  - P14

에고(ego)보다 앞서 있고 윤리적 책임의 토대가 되는 목소리 없이 비실체적인 타자인가? 아니면 에고가 존경하고 따라하고 싶은 타자, 혹은 에고가 그 자신이 되도록 강박하고 최종적으로 타자를 다른 에고(alterego)로 만들게 하는 징벌적인 타자인가? 그도 아니면 우리 자신처럼사랑해야 할 이웃으로서의 타자인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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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920년대 후반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심리가 고조되며 반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탓이라고 지적한다. 콜레라, 티푸스, 결핵 등 전염병의 유행이 사회 불안을 부채질하듯이 사회규범이 붕괴되면 이런 ‘변태적인 범죄자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무튼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 사이에 있었던 ‘엽기적인 범죄, 연쇄살인이나 대량살인의 발생에는개인적 문제 외에도 사회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선사회는 한편으로는 외세의 침략과 왕조의 몰락, 다른 한편으로는일제 침략과 그 침략에 대한 항쟁이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또한 기존의 사회규범이 무력화되고 반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도 ‘연쇄살인‘이나 ‘대량살인‘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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