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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평점 :
약 2주 동안 [리아의 나라]를 읽었다. 노란색 표지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네이버 블로그에서 디자이너분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 링크 : https://blog.naver.com/banbibooks/22288047576
"열일곱 번의 입원과 세 번의 굿, 리아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라는 뒷표지의 카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끝없이 되뇌이는 질문이었다. '뇌전증을 앓는 몽족 아이'(13쪽) 라는 표현은 이 책의 제재를 나타내는 가장 축약된 표현이다. 하지만 뇌전증을 대하는 미국 의료와 리아를 대하는 몽족 부모의 이야기는 그리 간단히 축약될 수 없기에 약 오 백 쪽의 두꺼운 책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포스트잇을 붙인 부분이 참 많은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중간중간 기록을 남기지 못한 후회가 들기도ㅎㅎ)
이야기는 리아의 탄생부터 시작되어 리아의 이야기와 몽족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진다. 알라딘 책소개 부분에는 그냥 일렬로 적혀있어 책의 차례부분을 사진으로 찍었다.(어플을 쓰니 흑백이 너무 깔끔^^;;)
Lia 부분을 읽으면서 미국 의사들에게 이입해 마음이 답답해 진다면 Hmong 부분을 읽으면 그들이 왜 병원에 대해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며 도리어 서양의 의료체계가 답답해진다. 이 충돌의 경계에서 읽는 이는 리아에게 필요했던 것이 진정 무엇이었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리아가 3개월이 되던 때, 갑작스럽게 기절하고 만다. 이 병은 서양 의학에서도 몽족에게도 잘 알려진 병이었다.
(인용) 댄 입장에선 푸아와 나오 카오가 딸의 증세를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으로 이미 진단했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푸아와 나오 카오 입장에선 댄이 리아를 뇌전증으로 진단했으며 그것이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양쪽 다 증상을 정확히 알아보긴 했으나 그 원인이 혼을 잃어버린 탓이라는 말을 댄이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리아의 부모 역시 리아의 발작 원인이 비정상적인 뇌세포 자극에 의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격발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61쪽)
책을 읽던 초반에는 리아가 겪었던 병이 차라리 희귀병이었다면 상황이 좀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리아의 부모에게는 리아의 병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 속에는 자부심도 있었다. '몽족의 뇌전증 환자는 흔히 샤먼이 된다.'(50쪽) '치 넹'으로 불리는 샤먼은 몽족 사회에서 굉장히 도덕적이며 명예로운 인물로서 존경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아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리아의 부모가 병원 치료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리아의 병명과 상관 없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 몽족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과 무지, 그리고 난민으로서의 몽족의 처지를 Hmong(이 책의 짝수 차례들)에 실린 글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개괄적으로 접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특히 Hmong 부분) 한 가지 더 감탄했던 것은 작가가 몽족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몽족을 돕는 일을 하는 몽족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그들이 정말 대단하고 숭고한 일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겪는 괴로움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이 밖에 시간이 지난 후 리아의 형제들, 병원 의사들, 사회복지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아의 가족과 병원과의 과거의 일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끝까지 읽다 보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 선의로 리아를 돕고자 했고, 모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인용)그리고 푸아와 나오 카오는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을 병행하는 중도를 걷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자기들이 제대로 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타협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닐과 페기는 몹시 당황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190쪽)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은 이 책의 9장 제목이기도 하자 푸아와 나오 카오가 바랬던 바이기도 하다. 여기서 '넹'은 하나의 의식으로서 동물을 잡는 일종의 희생제의이다. 친척들과 행사를 치르고 희생제에서 잡은 동물(닭, 돼지, 소 등)을 전부 (요리해) 먹는 그들의 문화는 미국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고 이에 대한 이미지는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의 말미에서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은 리아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이 아닐지에 대한 이야기와 예시들이 제시된다.
(인용)제일 중요한 것은 결합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바투이는 (그리고 많은 이들은) 말한다. 즉 대증요법적인 서양의학과 전통적인 치료술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오 카오 리의 표현을 따르자면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을 병행하는 것이다.(441쪽)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이라는 해결책이 상투적이고 뻔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리아가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 몽족들, 실제적으로 바뀐 미국 병원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결국 선의는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 [리아의 나라]를 읽으며 이 책이 이번에 재출간된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도 다문화의 물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만큼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이 책은 훌륭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 오늘 어깨가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부항도 뜨고 왔다. 검붉은 소세지처럼 남은 부항자국을 보고있자니 이번 책에서 몽족의 전통 치료법으로 남은 자국을 보고 깜짝 놀라는 미국 사람들 이야기가 생각났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결합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바투이는 (그리고 많은 이들은) 말한다. 즉 대증요법적인 서양의학과 전통적인 치료술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오 카오 리의 표현을 따르자면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을 병행하는 것이다. - P441
댄 입장에선 푸아와 나오 카오가 딸의 증세를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으로 이미 진단했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푸아와 나오 카오 입장에선 댄이 리아를 뇌전증으로 진단했으며 그것이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 P61
그리고 푸아와 나오 카오는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을 병행하는 중도를 걷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자기들이 제대로 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타협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닐과 페기는 몹시 당황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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