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하고 수심 오십 미터에서 건져 올렸다는 생물 홍합들

이 이대로는 절대로 포장마차 끓는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노라며

입술을 앙다물고 버티시는 바람에 오늘도 목포집 아주머니는 시

퍼런 바다와 싸우느라 구슬땀을 흘리시다

 

-이시영 [홍합] 전문

 

 

 

 내 한 친구는 어떤 상황을 명쾌하고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계곡의 상류는 조용하고 하류는 시끄럽다네. 물이 적으니 소란도 적은 법, 세상사도 그렇지 않은가."

 이 도사(?)가 홍합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홍합 안주를 돈 받고 팔기 시작하면서 인정에서 물질의 시대로 경계가 넘어간 것이지."

 녀석의 해석인지 넋두리인지 모르겠지만 꽤 그럴듯했다. 시장에서 홍합은 여전히 싼데, 술집 인심은 야박해진 것이다.내가 술을 배우던 때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인정의시대였다. 홍합을 흔히 빈자의 굴이라 한다. 값이 싼데 맛은 좋다는 뜻일 게다. 포장마차 주인은 홍합이 담긴 양은대접을 서너번은 더 채워주었다. 홍합을 워낙 좋아했던 나는 그 홍합 안주가 무료라는 사실이 더 불편했다. 돈을 받고 팔았다면 당당하게 먹고 싶은 만큼 시켰을 텐데, 공짜인지라 청하기가 무색했던 셈이다. 그 공짜 홍합에도 예(禮)가 있었으니, 알맹이를 다 까먹었다고 한그릇을 더 청하는 건 예가 아니었다.

 

 

 국물까지 알뜰하게 먹고 난 뒤에야 당당히 추가를 외칠 자격이 주어졌던 것이다. 또 충분히 끓어서 국물이 진득해지기 전에 퍼주는 건 주인의 예가 아니었고, 단골에겐 마지막 홍합을 퍼주는 게 또 예였다. 왜냐하면 홍합을 끓이면 거대한 들통 바닥에 홍합 알갱이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중간한 때 홍합을 받으면 껍질만 수북하고 알맹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포장마차에서는 홍합을 미리 꺼내두었다 주문이 오면 토렴하듯 홍합을 빠트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골고루 분배가 되는 장점은 있었는지 몰라도 알맹이가 말라서 그다지 인기는 없었던 것 같다.

 홍합은 요리법이 간단하다. 그런데 홍합탕 하나 끓이는 데에도 마늘을 넣네 어쩌네, 파는 넣네 안 넣네 말이 많다. 나는 홍합 그대로의 순수한 요리법을 지지한다. 홍합 무게의 절반쯤 되는 물을 넣고 오직 홍합만으로 탕을 끓이는 것이다. 비린내를 잡아준다는 술도 필요없고 마늘이며 파도 의미없다. 더러 후추를 뿌리기도 하는데, 이거야말로 '과공비례(過恭非禮)'(?)다. 홍합은 그냥 홍합 스스로 맛을 내는 희한한 재료다. 그렇게 맑게 끓이면 국물에 청량감이 있고, 시원한 맛이 머리끝에 이른다. 그리고 뒤늦게 감칠맛이 천천히 찾아든다. (P.12~15 )

 

 

 

 홍합은 성을 바꾼다. 생식을 위해서 성을 바꾸는 건 고등동물에서는 볼 수 없다. 홍합은 성을 바꾸어서 개체수를 늘린다. 수컷은 기꺼이 암컷으로 성을 바꾸어서 잉태한다. 이 눈물겨운 결정이여. 홍합은 살을 찌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P.12 )

 

 

 

 

 

                                                                            -박찬일, <뜨거운 한입>-에서

 

 

 

 

 

     간밤도 달렸기 때문에, 아직도 약간 어지럽지만 정신 차리자, 생각하며 꺼내 읽기 시작한

     박찬일 님의 <뜨거운 한입>을 펼치자마자 첫번 째로 딱 나오는 이 '홍합'에 대한 글을

     읽으며 흠...흠... 나도 이따 저녁에는 홍합탕을 끓이자. 아무것도 넣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비롯해 소중한 님께서 어제 보내주신 네 권의 책들을 짜르륵, 넘겨본다.

     서경식 님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 원철스님의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좋아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 님의 <사소한 행운>.

     다들 참 마음에 쫙 든다. 오늘은 즐독의 하루를 누리고, 저녁에는 '홍합탕'을 끓이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시집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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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12-17 11:53   좋아요 0 | URL
바다를 넉넉히 품에 안은 짭쪼름한 숨결을
기쁘게 누리셔요~

appletreeje 2014-12-18 09:03   좋아요 1 | URL
예~시원하고 감칠맛 있게 잘 누렸습니다~^^

2014-12-17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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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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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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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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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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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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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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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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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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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0 0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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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서 온 편지 -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하명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매서운 찬바람 속에 한줄기 쨍,한 겨울햇빛같은 소설. 너무 좋아서 자꾸만 아끼며 읽는다. 한해의 끝에서 이런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참 다행이다. 슬픈 물고기들과 나무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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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2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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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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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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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2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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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12-14 03:16   좋아요 0 | URL
어떤 소설일는지 궁금하네요.
말씀대로 겨울햇빛처럼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는 작품이겠지요?

appletreeje 2014-12-16 00:02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은, 1991년에 고등학교학생운동에 들어가고, 그일에 어떤 동기가
있었으며 어떻게 진행되고 또 어떻게 끝나갔었는지를, 주인공의 눈과 마음과
행동으로 차근차근 이어진 이야기예요.
글쎄요...포근하게 우리를 감싸는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지나왔던 그 시대에
있었던 어떤 슬픈물고기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이 소설의 마지막 챕터인 `어디로` 중에서

˝1991년 4월 26일부터 6월 29일까지, 전국에는 살인정권을 규탄하는 2,361회의 집회가 열렸고, 13명이 쇠파이프와 의문사, 질식사, 분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을 규명하려는 자들에게 정권이 붙여준 이름은 `패륜아`였다. 우리는이 영화를 1991년 잊혀진 계절, 5월 투쟁의 현장에 있었던 모든 `패륜아들`에게 바칩니다.˝

화자의 말처럼,
잠깐동안 만나 잊을 수 없는 시절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구름의 일생처럼 끝나지 않는 필름이 될지도 모르겠지요.

에디 2014-12-15 08:39   좋아요 1 | URL
월요일 아침입니다. 힘찬 한주간 되세요

appletreeje 2014-12-15 23:50   좋아요 1 | URL
앗, 어느덧 월요일 밤입니다.^^
에디님께서도 편안한 밤, 힘찬 한주간 되세요~^^

2014-12-16 1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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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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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리리 2014-12-23 07:31   좋아요 1 | URL
슬픈물고기들의 이야기~ 이시대에 꼭 읽어야하는 책이네요

appletreeje 2014-12-23 07:36   좋아요 1 | URL
앗, 실시간이네요! 반갑습니다.^^
예 제게는 참 좋았고 많은분들이 함께 읽으셨으면 하는
책이었어요.

강리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돌바람 2014-12-23 15:51   좋아요 1 | URL
전태일문학상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슬픈 물고기와 나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막막했는데요
찾아 읽어주는 눈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제게도 따뜻한 겨울이 되겠어요.

appletreeje 2014-12-23 23:42   좋아요 1 | URL
전태일문학상은 늘 챙겨 보았습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 <나무에게로 온 편지>로 더욱 좋았구요.

반가운 남궁산 화백님의 판화,로 이루어진 표지그림으로 더 반가웠구요
어두운 주제임에도 담담하고 맑게, 투명한 물속으로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는 듯한 소설이 참으로 고맙고 좋았습니다.
`수와진`이 명동성당 앞 가두에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나, 일감호나,
성대앞 풀무질 서점..등등..제게도 너무나 익숙하고 함께하고 경험했던 그 시간들에 몰입과 공감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어요.
이렇게 좋은 소설을 읽게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돌바람님! 편안한 밤 되시고, 따뜻한 겨울 되세요~*^^*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하늘바람 2015-04-14 01:43   좋아요 0 | URL
아끼며 읽으시는 책.
아끼며.
좋네요

appletreeje 2015-04-14 03:20   좋아요 0 | URL
예~그렇치요.^^
아끼며. *^^*
 
모란, 동백 - 이제하 그림 산문집
이제하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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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제하 선생의 글을 읽고 글 사이사이에 있는 친숙한 그림을 보며 좋았다. 특유의 회색빛 비가 내리는 듯한 사유의 글과 행간에...이 시끄럽기만 한 세상에서 혼자 골방에 박혀 조동진의 `진눈깨비`를 듣듯. 나도 와리바시펜이나 만들어 뭐라도 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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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2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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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0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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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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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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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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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2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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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이 없어서 드립커피 대신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봉 타 먹는다.

      이거 달달한 게 땡기는게 혹시? 당뇨병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당뇨병은 아니구..

      근데 오늘 아침엔 컵에 부어놓은 커피를, 메일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 일을 하면서

      까먹고 놔두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저물고 친구가 잠깐 들려 자기네 족발 사면서

      우리 것까지 샀다며 떨구고 간, 갓 삶은 촉촉한 족발!  그런데 흑흑...모두들 늦게 온다는

      문자에 그냥 혼자 먹기로 함. 그리고 어차피 혼자 먹을 것 작은 소줏잔 대신 그 슬림하고

      어여쁜 컵에 먹으려 하니 믹스커피 가루가! 그리하여 컵안의 커피를 탈탈 털어내고 물로

      씻어서 소주를 부었는데 앗, 워낙 눌러 붙은 커피가 몰래 남아 있었던 모양이라 무지무지

      연한 예쁜 브라운색에 커피향까지 났다!! 그런데 이게 맛이 은근 뛰어난 게 아닌가~?^^

      (살짝 덜 달고 연한 '블랙러시안' 맛 같기도 하다.)

      오홋!!! 오이를 채 썰어 넣은 '오이소주' 장어를 먹을 때 채썬 생강을 넣은 '생강소주'는 왕왕

      먹어 봤지만 예기치 않은 '커피소주'는 첨이지만, 그런데 이 커피소주 은근 매력 돋는다.^^

      자 어서 부추무침과 마늘이랑 파랑 상추와 깻잎이랑 여섯 가지 쌈장이랑 맛있게 먹자~

      근데...혼자 이러고 있는 내가 좀 남새스럽긴 하구먼. 끌끌,

      어쨌든 다음 우리집에서 하는, 주당모임엔 새 레시피인 이 '커피소주'를 그대들에게도 소개

      해드리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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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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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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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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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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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12-11 21:46   좋아요 0 | URL
ㅎㅎ커피 소주 맛, 캬~~ 커피향에 알콜이 묻히는데요?
개인의 취향이지만 전 얼음넣어서 마시는 소주와 맥주가 정말 맛있습니다.
평상시 얼음을 무지 좋아하거든요~~^^
다음엔 소주에 커피를 타서 ㅎㅎㅎ 마셔봐야겠습니당~~~맛날 것 같아요~~^^

appletreeje 2014-12-12 00:58   좋아요 0 | URL
앗, 저 소맥도 좋아하는데요~ 양주 마실때만 얼음 넣는데
일간 꼭! 얼음 넣은 소맥 마시며 드림님 생각 상쾌하게 해야겠어요~ㅎㅎ
저는 오늘 족발에 소주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설거지를 미흡하게 한 것이
우연찮게 `커피소주`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ㅎㅎ
근데 생각해보니, 저는 종일 습기를 머금은 커피의 찐득함에 소주가 희석되어
커피소주가 된 것 같아요. 커피가루를 넣으면 둥둥 떠서 잘 희석이 안 될 듯 하오니
농축액으로, `더치맥주`처럼 `더치소주`를 드심이 좋으실 듯 하옵니다.^^
아...이거...본의 아니게, 심야에 음주댓글을 드리네욤.ㅋ

사랑하는 드림님! 편안하고 포근한 밤 되세요~*^^*

2014-12-11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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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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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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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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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2-11 22:50   좋아요 0 | URL
참, 댓글 안달고 갈 수 없게 만드시네..울 트리제님..^^
음식에 남다른 혜안이 있으신 줄은 워낙 소문이 자자하지만 이번 `레시피`는 정말, 역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약청이든 특허청이든 당장 등록하셔야 할 듯 합니다.

저도 당장 커피 알갱이에 소주 타보고 싶지만 지금 소주 사러 갈수도 없고..ㅠㅠ
내일 한번 해보고 시음결과도 보고할..까요 말까요..ㅎㅎㅎ

appletreeje 2014-12-12 01:0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녁짬에 홀로음주타령이 울 컨디션님의 발걸음을 잠시 잡았네욤.ㅎㅎ
저도 새로운 소주의 레시피를 `발견`한 줄 알았는데요~ 알아보니 이미 자리잡은
커피소주,였어요. ㅎㅎ
소주를 일단 한잔 마시고 다시 소주에 아메리카노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라든지,
원두 알갱이를 소주에 며칠 담가놓았다가 우려서 마시는 등등~~
여튼 같은 주당들끼리, 여직껏 몰랐던 소주칵테일을 함께 마시게 되어 즐겁습니다.^^
컨디션님께서도 일간 함 시음해보셔용~~


사랑하는 컨디션님! 편안하고 포근한 밤 되세요~*^^*

하늘바람 2014-12-12 02:13   좋아요 0 | URL


넘 재미나네요. 혼자 족발을.
저도 아침에 믹스커피 타마셔요.
빈속어ᆞ.
오늘은 믹스가 떨어져. 못 마셨지만.
이제 마실때마다 님 냉각 나겠어요

appletreeje 2014-12-12 10:50   좋아요 0 | URL
혼자 족발을. ㅋㅋ
하늘바람님께서도 아침에 믹스커피 드시는군요~
저도 이제 아침 커피 마실때마다 님 생각 날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오늘도 예쁜 아기들과 좋은 하루 되세요~*^^*

파란놀 2014-12-12 04:02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즐겁게 누리면
몸이 아프지 않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누리다가도
`당뇨병` 같은 이름을 떠올리면
참말 이러한 것이 찾아와요.

언제나 즐겁게 누리면서
아름답고 튼튼한 내 몸을 그리시면
이러한 결 그대로 늘 재미난 하루가 되리라 생각해요.

다음에도 맛나게 누리셔요~

appletreeje 2014-12-12 10:52   좋아요 0 | URL
예 그렇네요~ 이젠 좋아하는 음식들 먹을 때마다
좋은 생각만 하며 즐겁게 누려야겠어요.^^
고맙습니다~~

icaru 2014-12-12 09:11   좋아요 0 | URL
엇, 괜찮은 레시피 같은데요~ 우연찮게 얻어가요 ㅎㅎ;;

appletreeje 2014-12-12 10:55   좋아요 0 | URL
우연히 만난 레시피인데, 언제 한번 드셔보셔요~ㅎㅎ

icaru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아무개 2014-12-12 11:56   좋아요 0 | URL
오호!! 아메리카노 진하고 차갑게 만들어 놓고
내일쯤 시음해봐야겠어요.
족발이랑 함께요!
벌써 군침이 꾸우우울꺽!!

근데요 역시 아침 첫잔은 뭐니뭐니해도
믹스커피가 옳아요!! ^^

appletreeje 2014-12-12 12: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오늘 아침에 접한 소식에 의하면, 아메리카노도 괜찮지만
`더치소주`가 더 맛나다 합니다~~
이번 연말엔 왠지 족발을 더 먹게 될 것 같아요.
족발의 살짝 느끼한 맛을 커피향으로 잘 잡아주니까요.ㅋㅋ

아침 첫잔은 믹스커피!!!^^


아무개님! 내일 족발 맛나게 드시고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2014-12-12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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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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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2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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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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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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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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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4-12-28 12: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깜짝놀랐어요..^^ 실시간 답장이 가능하군요..북플은..ㅎㅎ애플트리님
도 상큼한 연말보내시고 신선한 새해맞이 하시길 바랄게요! 사과나무아래..그장소에서~♥

appletreeje 2014-12-28 14:13   좋아요 0 | URL
북플로 답장 드린게 아니고 컴으로 드렸어요.^^ 저는 북플앱을 안 깔았기에
서재에서 읽고 서재에서~ㅎㅎ 어떤 방식으로든 이웃끼리 정을 나눌 수 있어
참 좋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장소]님을 생각하면, `사과나무아래`가 떠올라 더 상큼할 것 같습니다~

[그장소]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2014-12-28 14: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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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2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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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4-12-29 00:29   좋아요 0 | URL
아..저만큼이나 밤낮이 없으신모양예요.트리제!제제 생각이 나는건 엉뚱한가요?ㅎㅎㅎ

appletreeje 2014-12-29 00:35   좋아요 0 | URL
아~같은 동지시군요.^^ 트리제,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그장소] 2014-12-29 00:40   좋아요 0 | URL
네..네!!^^♥
 

 

 

 

 

 

 

 

 

"보일 듯 말 듯 내리는 비부터 시작해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도 있잖아요? 비의 세기에 따라 붙인 이름들은,"

 아이들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은 칠판에 비의 이름들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안개비, 아주 가는 비예요.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조금 가는 비를 는개라고 해요. 그럼 는개 다음은 이슬비겠죠? 이슬비는 보슬비라고도 불러요."

 이슬비 옆에 괄호를 치고 보슬비라고 쓴 다음, 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하품을 하다가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쳐서 괜히 눈을 비볐다.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억수라고 해요. '억수로 나쁘다, 억수로 좋다', 그런 말들 들어본 적 있어요?"

 몇몇 아이들이 짝꿍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억수처럼 눈물이 솟구친다, 그런 표현도 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비처럼 울고 있는 거지요. 더욱 굵은 빗발이 끝없이 내리는 것을 장대비라고 해요. 장대는 나무로 만든 긴 막대기니까. 빗줄기가 막대기만큼이나 굵다는 거죠. 그러면,"

 선생님은 막대기를 상상하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막대기 때문인지, 하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부르는 비의 이름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예를 들어 봄에 오는 비는?"

 "봄비?"

 정답이 이렇게 쉬울 리는 없는데, 하고 머뭇거리는 대답이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맞았어요."

 

 

 선생님이 활짝 웃었다.

 "그럼 가을에 내리는 비는?"

 "가을비!"

 "밤에 내리는 비는?"

 "밤비!"

 "그래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낮비라는 말은 없어요. 왜 없는지는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여러분이 한번 생각해볼래요?"

 그리고 선생님은 지금 내리는 비를 '봄장마'라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봄철에 오는 장마다. 제철이 지난 뒤에 오는 장마는 '늦장마', 초가을에 쏟아지다 개고, 개었다가 다시 내리는 비는 '건들장마'라고 부른단다.

 "건들건들 내리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와아아 하고 웃었다.

 "여러 날 동안 쉬지 않고 퍼붓는 장마는 그럼 뭐라고 할까요? 우리가 아까 배운 말이에요."

 아이들은 열심히 칠판에 쓰인 단어들을 살폈다.

 "억수장마?"

 누군가의 자신없는 대답에, 선생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외에도 비는 많은 이름을 갖고 있어요. 여우비, 소나기, 단비,

 

 

 약비, 웃비, 먼지잼이나 개부심 같은 어려운 이름도 있고, 칠석물처럼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름도 있어요."

 전설이라는 단어에 아이들이 반응했다. 이건 뭔가 옛날이야기 같은 거다.

 "칠월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에요. 그날 오는 비는,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해서 칠석물이라고 불러요."

 갑자기 말똥말똥해진 아이들의 눈망울이 선생님을 이겼다. 결국 나머지 수업시간 동안, 선생님은 우리에게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 나는 우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그냥 비가 아니라 봄장마다. 오전까지는 억수비가 내렸는데, 지금은 이슬비다. 이슬비, 괄호 열고 보슬비, 괄호 닫고. 이름을 붙여주니 다정해진다. 그러고 보니 외할머니는 '비가 온다'라 하지 않고 '비가 오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봄장마 님, 이슬비로 오시는 봄장마 님,하고 비의 이름을 부르며 걷다가, 보아뱀에게 얼른 알려주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차박차박, 장화 아래로 빗방울들이 몸을 뒤척여 자리를 바꾸는 소리가 들렸다.  (P.125~128 )

 

 

 

 

 

 질문을 하면, 자신의 멍청함을 들킬 거라고 생각한다. 멍청하게 보이면 손해니까 그건 안 될 일이라고 장화 신은 고양이의 계획이 성공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있잖아,"

 보아뱀의 말을 곰곰이 더듬으며 내가 말했다.

 "그 마법사가 마음에 걸려.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마법사였을까? 책에는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와. 만약 그랬다면 고양이가 꾀를 내서 마법사를 처치하는 걸 수도 있잖아. 마법사가 부려먹는 사람들도 행복해졌을 테고."

 "설사 그랬다 해도 고양이한테는 그런 의도가 없었어. 고양이는 정의나 도덕의 가치관으로 움직인 게 아니야. 사람들이 마법사의 손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어쩌면 사정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 고양이는 사람들의 행복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어. 그렇다면 주인을 위해 그런 일을 한 걸까?"

 보아뱀은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기를 죽여 장갑을 만들 생각부터 했던 사람을 좋아했을 리가 없잖아."

 "바로 그거야. 마지막에 고양이는 그 나라의 총리대신이 되었지. 고양이 신분으로 왕은 될 수 없지만, 고양이로서는 최고의 권력을 잡은 거야. 어떻게 보면 막내아들은 이용을 당한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막내아들도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어. 아버지한테 방앗간을 물려받은 큰형과 나귀를 물려받은 둘째형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잖아. 막내아들의 가치관은 그런 거였어. 고양이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끼리끼리 만난 거지. 서로의 이익이 맞았던 거야."

 "그럼 백작에다 부자라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인정한 왕도, 젊고 잘 생기고 돈도 많다는 이유로 그 남자랑 결혼한 공주도, 다 끼리끼리인 거겠네? 왜 그런 사람끼리 뭉쳐서 잘 되고 마는거야?"

 보아뱀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말이야. 세상이 왜 그지경인지.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별 다를 게 없지. 그러니까,"

 보아뱀은 말을 멈추고 한동안 내 눈을 가만이 바라보았다.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 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창피한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 세니까."

 그나저나 비가 끈질기게도 오시네, 보아뱀은 혼잣말을 하며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라, 보아뱀도 비가 오신다고 표현하는구나. 나는 조금 놀라고 기뻐서 히히, 웃고 백과사전을 펼쳤다. 선생님이 어렵다고 했던 비의 이름들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어째서 밤비란 말은 있고 낮비란 말은 없는 건지, 비는 왜 그렇게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건지. 나는 어떻게 자라 누구와 끼리끼리가 되어 어느 마음에 무슨 이름의 비로 내릴 건지, 어린 마음의 질문들이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P.134~136 )/  아홉 번째 이야기. 장화 신은 고양이

 

 

 

 

                                                                -황경신 연작소설 <한입 코끼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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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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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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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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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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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2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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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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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5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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