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2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모든 운동의 기본이 수비라고 생각하며 야구는 수비맛이라고 늘 주장해 왔다. 타격이 좀 약해도 수비가 뛰어나면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너그러워진다. 수비 잘하는(잘 할 수밖에 없게 생긴) 잘빠진 야수 옵하야들을 보면 눈이 빠르게 돌아간다. 몸.매.(?) 때문에? 나 그렇게 응큼한 사람 맞다.

물론 수비만 잘하고 타격이 정말 안되는 사람을 보면 쌍욕(?)을 하곤 하지만 수비실력이 아까워 토해내는 한숨 쯤 되는 거라고 해두자. 가끔 큰(홈런) 거 빵빵 터뜨려도 거북이처럼 허둥지둥 달리며 공을 놓치는 실책을 하는 아해들은 정말 사절이다. 수비의 기술이라면 과연 어떤 비밀을 알려줄지 두근두근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파리치오 로드리게스라는 가상인물을 주인공의 동경대상으로 설정했다고 책에서 언급됐지만 실존인물인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유격수인 루이스 아빠리시오(에스빠냐식 발음으로)를 얘기하는 것 같다. 야구 꽤 좋아한다고 자처하지만 국내야구만 겨우 겉핧기로 아는 터라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아빠리시오(aparicio)라는 수비왕(?)의 존재를 처음 찾아보게 됐다. 우리 종범신(타이거즈 이종범)보다 더 뛰어난 유격수가 있었구나. 작가가 그 수비영웅을 흠모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수비는 삶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에 내던져진, 어쩔 수 없는 "인간"인 우리는 성장통을 겪지 않고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니까. 십대 엔 자아를 펼칠 힘이 부족하고 이십 대에야 비로소 방황과 번뇌에 몸부림치며 청춘을 만끽(?)한다. 그때 이후로 마음은 늘 그 언저리에 있다. 동틀 무렵 하루 중 가장 싸늘한 시간, 술이 떡이 된 채로 생일을 맞은 선배를 분수대에 빠뜨리기로 사전모의 했다가 도리어 내가 당했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 책은 작가의 허먼 멜빌,『모비 딕』에 대한 오마주 라고 보여진다. 전에 조잡한『모비 딕』번역본을 읽다가 도저히 책장이 안넘어가서 미뤄뒀는데 책을 읽고 나니 궁금하다. 원서를 읽을 능력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잘된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문학적 이해와 재기넘치는 문장들이 돋보인다. 그렇기는 하나, 등장인물들의 성장이 점점 궤도에 오르면서부터 소강상태가 된다. 그리고는 그 상태가 계속된 채로 흐지부지 되고 만다. 아빠피시오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에 무척 매료됐는데 이렇게 빼어난 소재가 묻힌 것이 아깝고 아깝다. 제목을 보고 기대가 무척 컸다. 도입부터 전개까지는 매력이 철철 넘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했건만 2권에서부터 개성을 잃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결말은 산뜻하지가 않다. 이런 허술한 결말을 내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무리가 말그대로 끝내주는 대작을 완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작중 인물 중 어펜라이트 총장의 학문성과에서 영감 비슷한 걸 얻어간다. 긴가민가 했던 내 방법론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약간 부족한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 큰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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