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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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제의 식민통치에 분노한다. 하지만 임진왜란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논개나 이순신에 대한 일화 정도만 들어봤을 뿐.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의 처참한 삶을 그려낸 이 이야기가 절절하게 와닿는다. 대학 때 전공과목 중 하나인 한일교류사 강의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작가의 역사강의를 집중해 듣게 된다.

 

이 책은 임진왜란때 왜놈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도 일본까지 가서 살아남은 여자의 지독하고 끔찍한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유이화는 우리모두의 모습이다. 누구라도 그때의 유이화였다면 그 삶 말고 다른 삶을 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남편 철영처럼 철없이 대의명분에 따라 살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는 그를 통해 조선양반들의 허상을 비꼰다.

 

작가가 역사공부에 공들인 것이 역력하다. 간결한 문장으로 나타낸 상황 전달력과 인물묘사력도 뛰어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임진왜란 발발 원인부터 비단 진주성만이 아니라 조선 전체 상황을 그려내고 일본으로 끌려가 대를 걸쳐 현재까지 이어오는 재일조선인의 삶을 장편서사로 풀어갔더라면 하는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더 길게 듣고 싶은 욕심이지만.

 

어릴 때, 전쟁이 나면 학교도 안가고 좋겠다는 참 단순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심지어 꿈에서까지 전쟁이 나서 같은 반 아이들끼리 편을 갈라 싸운 적도 있다. 전쟁이 인간성을 어떻게 바닥까지 끌어내리는지,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모든 것을 철저히 파괴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 철없고 어린 상상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외침을 겪고, 분단국가로 굳어진 반쪽짜리 나라에 살아 그런 상상을 쉽게 하게 된 것은 아닐까.

 

 

대의명분, 지배논리에 백성들은 그저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그때도 지금도, 아무런 결정권 없이, 생사여탈권을 쥔 그들에게 당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라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언제쯤 씨족사회처럼 모두가 시대의 주인공이 되는 세상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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