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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니
시간과 시간의 틈을...
그냥 흐르는 거라고
눈 깜짝할 새 이만큼 와버리는 게 세월이라고들 하지만
난 분절된 시간을 걷는다
감정만으로 살라 하면
이런 이별은 없겠지
이성의 시간들은 현실과 밀약하고...
떨어진 조각조각 현실을 이어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님 감정의 파편들에 기대야 하는지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레 맞물려가면 좋겠지만
늘 감정의 골짜기에 빠져 삐걱거린다
시간의 틈을 메우기엔
내 보폭이 너무나 짧다 
무엇이 진실이든
둘 다 내 것이겠지만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내가 보인다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는 내가 보인다
어디에 서야 할까
내가 살아내야 할 시간이 어느 쪽인지 
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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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5-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은 이성을 조종하는 숨은 권력자 아닐까요...오랫만이에요...

2011-06-0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이
잊게 해줄 줄 알았다
멀어지게 해 줄줄 알았다 
말끔히 더께를 가셔갈 줄 알았다
믿었는데
믿고 싶었는데
도리어 잔인한 바람은 널 자꾸 불러온다
날개 밑에 슬며시 품어 온 아지랑이
부드러운 깃털은 예리한 날보다도 더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아득한 현기증
더듬어 더듬어 품에 꼭 안은 너의 환영(幻影)은
여전히 뜨겁고도 차갑고
이젠 정말 모르겠다
그리움도 미련도 다 내 것이 아니길 
모든 걸 너에게 다 벗어놓고 싶다
봄은 아득함으로
아득함은 봄으로
춤추는 계절의 마취제
잔인하다 봄의 향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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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익숙해지기 전에
조금씩 떠나야 한다

푸른 담쟁이 내리고 발가벗은 담벼락은
그리움을 못 이긴 별빛 추억만이 잡초처럼 무성하고
아스라한 별빛을 좇던 눈물은 그저
녹 빛에 녹 내 가득하다

이별...
푸르렀던 웃음 모두 산화되기 전에
이별
이별
이별 

 

 

겨우내  떨칠 수 없어 버거웠던 짐들을 이젠 그만 벗어 버리고 싶다.
결국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이란 것에 변명도 한 자락 묻혀서 정당화하고 위무해보는 것이다.
여기저기 걸친 거미줄 같은 관계 몇 가닥을 끊으면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려면 어때.
결국, 나 아닌 그 누가 바꿔줄 순 없는데...
타인을 통해 나를 보고 거꾸로 내 안을 들여다보며 타인을 이해한다는 고루한 진리에 장단을 맞춰도 보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심지 같은 고집 쪽에 줄 서 보기도 하고...
하지만 세상에 절대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적이고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에 살짝 비웃음을 보탤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하다.
벗을 건 벗고 떨칠 건 떨치고, 그렇게 봄을 입을 준비한다.
시간이 주는 망각과 퇴색에 기대는 것도 자기 사랑의 방법이다.
희미한 의욕이라도 남아 있다면, 모두 소진되어 버리기 전에 다시 시작할 각오를 불태워 보는 것이다. 
날 위해 잊고
날 위해 떠나 보낸다.
나를 위해
또 모두 잊고 난 후의 나를 위해
그렇게 이별을 준비하며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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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와 함께 끝과 시작을 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끝과 시작은 언제나 삶의 한복판에서 제 낯을 뒤집길 반복하는 자웅동체 같은 비열한 모습으로 맞물려 있다.
포기와 체념, 용서를 끝쪽으로 세운다면, 미련과 아쉬움은 시작에 껴맞추는 퍼즐로서, 제자리를 벗어나면 완성될 수 없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늘 끝맺음을 하고 싶었고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노렸다.
하루해가 뜨고, 오전에서 오후로 바뀌고, 달이 차고, 계절을 넘을 때마다 끝과 시작을 의식했다.
그 언제가 끝이고 그 언제가 시작이었을까. 
우습지만, 덧없는 그 시작의 첫걸음을 디뎌본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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