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와 함께 끝과 시작을 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끝과 시작은 언제나 삶의 한복판에서 제 낯을 뒤집길 반복하는 자웅동체 같은 비열한 모습으로 맞물려 있다.
포기와 체념, 용서를 끝쪽으로 세운다면, 미련과 아쉬움은 시작에 껴맞추는 퍼즐로서, 제자리를 벗어나면 완성될 수 없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늘 끝맺음을 하고 싶었고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노렸다.
하루해가 뜨고, 오전에서 오후로 바뀌고, 달이 차고, 계절을 넘을 때마다 끝과 시작을 의식했다.
그 언제가 끝이고 그 언제가 시작이었을까. 
우습지만, 덧없는 그 시작의 첫걸음을 디뎌본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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