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잊게 해줄 줄 알았다
멀어지게 해 줄줄 알았다 
말끔히 더께를 가셔갈 줄 알았다
믿었는데
믿고 싶었는데
도리어 잔인한 바람은 널 자꾸 불러온다
날개 밑에 슬며시 품어 온 아지랑이
부드러운 깃털은 예리한 날보다도 더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아득한 현기증
더듬어 더듬어 품에 꼭 안은 너의 환영(幻影)은
여전히 뜨겁고도 차갑고
이젠 정말 모르겠다
그리움도 미련도 다 내 것이 아니길 
모든 걸 너에게 다 벗어놓고 싶다
봄은 아득함으로
아득함은 봄으로
춤추는 계절의 마취제
잔인하다 봄의 향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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