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마라 - 기대하지 마라, 예측하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워런 버핏은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


김은섭 |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의 저자경향신문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한동안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에도 올랐던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투자자다. 하지만 ‘그는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이라고 말하는 바보 같은 사나이가 있다. 바로 <블랙 스완>을 쓴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다. 그는 워런 버핏이 실력이나 기술로 주가동향을 산술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해서 매년 수익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온전히 연속된 ‘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탈렙은 <행운에 속지마라>(원제 Fooled by Randomness)(중앙북스)에서 “인간에게는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이 없고, 우리가 시장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과거에 결코 발생한 적 없는 사건이 미래의 어느 순간엔가 반드시 벌어진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나중에 다시 보니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식의 후견지명(後見之命)적 분석을 경계했다. 나아가 버핏과 같은 사람에 대해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탈렙은 우선 사람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있어 한계와 결함을 갖고 있다고 믿는 비관론자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행운에 속지 않는 두뇌와, 행운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는 감정 사이에서 평생 싸움을 벌이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종교나 개인적 행동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성적이 되는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설파한다. 그 때문에 늘 엉뚱하고 바보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현대 행동과학의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계량 트레이더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투자관은 무엇이고, 성적은 어떨까? 탈렙의 투자관의 핵심은 “하얀 백조를 아무리 많이 보아도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검은 백조가 한 마리만 나타나도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는 ‘블랙 스완’에 있다.

즉 그는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투자 철학을 세우고 옵션을 매도하지 않고 매수만 했다. 또한 그는 시장의 단기 움직임에 돈을 걸지 않고, 양방향 매수로 시장이 오르고 내릴 가능성 모두에 돈을 걸었다.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손실의 고통을 감내했던 그에게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뜻밖의 사건(블랙 스완)이 되었고 수십억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벌어 들였다. 야성적 충동을 억누르고 만약의 사건을 대비하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아온 그의 투자방식은 새가슴 투자가 아닌 용기 있고 소신 있는 투자였던 것이다.   
 
탈렙이 자신의 주장을 더욱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과학·철학·사회·고전역사·고전문화 등은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유명한 경제학자와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비판과 독설 또한 가득하다.  


이런저런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에 속지마라>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진정한 투자의 왕도, 즉 ‘백전불태(百戰不殆)의 투자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