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재 삼국지 5 - 세 번 찾아 공명을 얻다 이희재 삼국지 5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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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5 : 세 번 찾아 공명을 얻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VI / 휴머니스트 5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다섯 번째 리뷰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기만 하다 드디어 날개를 달고 훨훨 날게 된 유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희재 삼국지 5>다. 조조와 원소의 대격돌, 관도대전이 한창일 때 유비는 흩어졌던 관우, 장비와 해후한 뒤에 '여남'을 중심으로 주변 세력을 규합하게 된다. 조자룡을 비롯해서 주창, 관평, 그리고 유벽 등이 유비와 힘을 합쳐 조조의 뒤통수(허도)를 공격한다. 하지만 조조는 이마저도 단단히 대비를 해놓았고, 명장 조인의 공격에 유벽은 죽고, 유비는 겨우 살아남아 다시 도망길에 오른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유표의 영지인 '형주'다. 과연 형주에서 유비는 어떤 일과 조우하게 될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5> 관점 포인트 : 소설의 주인공은 '유비'지만, 역사의 주인공은 '조조'다. 그런 까닭에 소설 <삼국지>의 줄거리는 '조조의 관점'에서 큰 줄기가 흐르고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 유비가 형주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관도대전'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승부도 어느 쪽으로 판가름이 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누가 승자가 되든, 하북을 다 먹은 승자의 다음 목표는 손권이 다스리는 동오다. 그런데 하북에서 강동까지 곧바로 내려오기에는 버겁다. 더구나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내려갈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육로'보다 수월한 '수로'를 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당시에는 황하와 장강을 잇는 '대운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도대전에서 승리한 조조는 전쟁을 마치고 정비하는 시간 동안에 '형주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조조의 정비 시간'에 형주에 머물고 있던 유비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비는 가는 곳마다 '원래의 주인'을 파멸시키거나 '한 주인'을 오래 섬긴 적도 없었기에 유표의 아내 채륵과 처남 채모는 유비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가 심했고, 심지어 여차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내면서 실제로 죽이려는 모의 또한 수차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심 받고 있는 처지에서 유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저 허송세월 놀고 먹는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고사성어가 '비육지탄'이 아니겠는가?

그러던 유비에게 '수경선생'이라 불리는 사마휘와 우연히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수경선생에게서 유비에겐 든든한 팔다리가 되어줄 인재는 많지만, '머리'가 되어줄 책사가 부족하다며 '복룡''봉추' 가운데 한 명만 얻어도 천하를 가질 수 있다는 조언을 듣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조조와 여러 번 싸우면서 느끼는 점이었지만 관우, 장비 같은 '만인지적'의 장수를 두고도 전략에서 밀리고 계략에 빠져서 이렇다할 성과도 얻지 못하고 패배를 하곤 했기 때문이다. 유비는 그 날 이후로 복룡과 봉추를 만나는 기대를 품고 부푼 꿈을 꾸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 바로 '서서'다. 비록 그 인연은 짧았지만 유비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조조에겐 곽가와 순욱, 원소에겐 전풍과 저수, 손권에겐 주유와 노숙 등의 책사가 있어 일찍부터 세력을 확장하고 전략과 내정을 두루 살피는 인재를 활용해서 단단히 득을 보았다. 심지어 동탁에겐 이유, 여포에겐 진궁이 있어 화려한 전공을 거두고 일시적이나마 '든든한 뒷배'가 되어 동탁과 여포가 화려한 비상을 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런데 유비에겐 이제서야 '서서'라는 날개를 얻고 활기차게 날아오르려 했다. 유비의 기분이 얼마나 째졌을까? 허나 조조의 책사 정욱 때문에 서서는 사기를 당하고 유비의 품을 떠나 조조의 새장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유비의 상심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그 유명한 '삼고초려' 고사가 등장한다. 정사 <삼국지>에는 고작 딱 한 줄,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갔다'는 기록이 전부이지만, 나관중은 딱 이 한 문장을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하고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서술했다. 그리고 유비는 제갈량에게서 '천하삼분지계'라는 지혜를 얻게 된다. 조조가 북쪽을, 손권이 남쪽을, 그리고 유비가 서쪽을 차지하고 '정족지세'를 유지하는 것이 현재 유비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유비는 부풀어오르는 야심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눈물부터 쏟아낸다. 제갈량의 지혜에서 나온 계책이, 유비에게는 형주의 '유표'와 익주의 '유장'이라는 황실사람으로부터 땅을 빼앗으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유비의 눈물에도 제갈량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천문지리를 살펴보니 유표의 목숨은 그리 길지 않고, 유장은 백성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유비가 굳이 빼앗지 않아도 그 땅이 유비에게 저절로 굴러들어올 것이라며 안심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삼고초려' 직후에 유표의 건강 악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유표는 유비에게 '형주'를 맡아달라 부탁하지만 유비는 감히 받을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유표에겐 두 아들이 있고, 유표의 유지는 당연히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이어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그러자 유표는 두 아들 가운데 누굴 '후계자'로 삼으면 좋겠냐고 묻는다. 이 역시 장남 유기여야 한다고 단칼에 답한다. 허나 이 얘기를 유표의 아내가 들었고, 처남이 채모가 누이가 낳은 아들인 '유종'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유기'를 죽이려 든다. 이에 유기는 유비를 찾고 제갈량에게 지혜를 얻어 '강하'로 몸을 피신하지만, 때마침 조조가 '정비 시간'을 마치고 형주를 집어 삼키기 위해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유비가 유표의 유지를 이어받아 '형주'를 받아 직접 다스렸다면 어땠을까? 물론 유비 홀로 조조의 100만 대군을 상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제갈량은 손권에게 동맹을 요구하며 함께 싸워 승리했을 것이다. 제갈량의 머릿속에는 이미 조조군을 상대할 대비책이 다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신야와 번성 등이 있는 '장강 이북'은 조조의 수중에 들어갔겠지만, '장강 이남'에 있는 양양과 강릉, 그리고 강하를 거점으로 '수전'에 약한 조조를 충분히 괴롭히며 조조의 100만 대군을 야금야금 깎아먹으며 조조가 제풀에 지치게 만드는 방법을 써서 승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손권도 주유와 황개 등을 앞세워서 남양과 수춘을 공략하며 조조를 충분히 괴롭히고 더 나아가 서주땅까지 빼앗게 된다면 절대 손해보는 일은 없었기에 유비와 동맹을 맺고 열심히 싸웠을 것이다. 그 뒤에 유비는 세력을 정비하고 서쪽의 익주를 다스리는 유장을 대신하여 파촉과 한중까지 아우르게 된다면 '천하삼분지계'는 완성이 되고, 완벽한 '정족지세'를 이루어 한 황실의 부활과 부흥을 장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비가 '형주'를 마다하는 바람에 일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비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었기에 빈털털이 유비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점 '도덕적 우월감' 말이다. 유비는 하는 일마다 '인의'를 앞세웠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옹고집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유비의 장점은 백성들에게 잘 먹혔다. 그래서 유비가 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살기 좋은 세상이 왔다며 좋아했고, 유비를 '성군'으로 높여 부르길 그치질 않았다. 그래서 조조가 유비가 있는 '신야'로 쳐들어왔을 때 신야의 백성들은 조조가 아닌 유비를 따르기로 작정하고, 조조군의 칼날을 피해 신야를 버리고 번성으로 집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조조가 도겸에게 복수한다며 '서주대학살'을 벌인 전례가 있었기에 더 확신에 찬 백성들의 행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번성에서 잠시 목숨을 부지한 백성들은 이번에 조조의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또다시 유비를 따라 양양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대로라면 유비는 조조의 공세를 피할 길이 없고, 유비의 적은 병력으로는 따르는 백성을 모두 살릴 방법도 없다. 그래서 제갈량도 여러 차례 '따르는 백성'을 내버리고 속히 양양으로 가서 '유종'으로부터 양양을 빼앗아 조조의 대군을 상대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그런 와중에도 유비는 백성을 버리지 않았고, 유종에게서 양양을 빼앗는 일은 더더욱 할 수 없다 했다. 왜냐면 이것이 유비에게 유일한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묘하게도 먹히는 방법이었다. 단, 목숨이 붙어있으면 말이다.

나가는 글 : 제갈량은 속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주군으로 모신 유비에게 '천하'를 안겨드리겠다는데도, 유비는 이 방법도 싫다, 저 방법도 싫다며 '퇴짜'만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제갈량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지금까지 유비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이만큼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도덕적 우월감'이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도 유비를 따르겠다고 결심한 대목이 바로 유비가 내세운 진심에 '공감'했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그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워서 천하를 다스리도록 작전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조의 파상 공격에 겨우 몸만 살아남은 유비 세력은 '조조의 다음 목표'인 동오를 구하기 위해서 '동맹 결성'에 올인하게 된다. 제갈량은 '동맹'이란 이름을 빌어서 조조와 손권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그 틈을 타서 유비가 형주를 차지하고, 이를 밑천으로 파촉땅까지 접수한 뒤에 천하대권을 차지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적벽대전'이다.

일명 조조와 손권의 힘을 서로 빼고 빼앗기게 만들고 유비는 '어부지리'로 형주도 먹고, 익주도 먹겠다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이 적벽대전도 정사 <삼국지>에는 간략하게 적혀 있다. 조조의 대군이 '풍토병'에 시달리다 손권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후퇴했다고 말이다. 그 어디에도 '동남풍'이 불고 '화공'으로 수많은 배들이 장강의 물속으로 가라앉고 수십 만의 병사들이 물고기 밥이 되었다는 기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모두 나관중의 수려한 묘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팩트가 아니라고 '적벽대전'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제갈량과 주유의 지략 싸움에 흥미를 느끼며 '전쟁'이라는 참극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흥미진진한 대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중국인들의 허언증'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비판을 넘어 비난거리를 제공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소설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 대목이 재미없고, 내용과 결말이 뻔해서 진부하다는 독자는 찾기 힘들다. 심지어 소설 <삼국지>를 읽고 난 뒤에 정사 <삼국지>를 읽으면 머릿속에서 다채롭고 수려한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그 힘든 '완독'을 해내는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이게 소설이 가진 진정한 힘이기도 하다. 허구로 쓰여진 글에 불과하지만 '상상력'에 날개를 달게 해주고, '지혜'를 외우는 것이 아닌 깨달아서 써먹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온갖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21세기에도 '고전소설'을 읽고, 감동을 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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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4 - 관도에서 갈린 운명 이희재 삼국지 4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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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4 : 관도에서 갈린 운명>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V / 휴머니스트 5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네 번째 리뷰는 조조와 원소가 운명의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유비 삼형제는 흩어졌다 모이길 반복하며 떠돌이 생활을 면치 못하는 <이희재 삼국지 4>다.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비교하며 읽으며 '팩트 체크'를 하는 것은 이제 한물 갔다. 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역사 공부가 가능한지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AI 인공지능으로 언제든 '검색'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는데, 누가 그 방대한 분량을 일일이 따지며 읽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이젠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별개의 감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소설을 읽고 '역사'에 관심을 높이고, 역사를 읽으며 '소설'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삼국지>를 헤아릴 수 없이 읽은 나이가 되자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 무의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4> 관점 포인트 : 조조의 품에서 벗어난 간신히 벗어난 유비는 서주에서 세력을 정비하며 '원술의 북상'을 기다렸다 끝장을 낸다. 그렇게 원술은 한껏 욕심을 부려 '황제'가 되었지만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렇게 여포에 이어 또 한 명의 영웅이 사그라들며 서서히 '관도대전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주에서 모처럼 '재기'를 도모하던 유비가 조조군에 괴멸 당하며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었다. 조조 입장에서 유비가 원소와 손을 잡고 양방향에서 협공을 당하는 것이 가장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조는 여포 토벌 당시에 서주의 백성들이 유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렇기에 유비가 서주에 뿌리를 탄탄하게 내리고 세력을 강하게 키우기 전에 짓밟아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런 까닭에 유비가 재정비를 하기도 전에 조조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유비를 공략하기 바빴다. 조조로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조조가 서주를 공격하려 원정을 나섰을 때 '본진'에 해당하는 허도를 원소가 찌르기라도 하면 조조는 꼼짝없이 대군을 회군해서 허도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비도 이를 간파하고 원소에게 동맹을 제안하고, 조조가 서주 공략에 나서면 허도를 공격해주십사 요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원소는 그릇이 작은 인물이었다. 천기를 읽어내는 재주가 없어서 고작 '귀염둥이 셋째 원상이 고뿔에 걸렸다'는 이유를 대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유비가 조조의 대군을 서주에 묶어둔 사이에 원소가 70만 대군을 이끌고 허도를 공략해서 헌제를 가로챌 수만 있었다면, 천하를 차지한 것은 조조가 아니라 원소였을텐데 말이다. 암튼 원소는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덕분에 유비는 죽을 맛이다. 조조는 인재가 많고 유비는 동원할 수 있는 군사 수가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장비는 단 한 번의 기습공격 실패로 '피트 아웃' 당하고, 유비는 원소 진영으로 '피트 인' 했으며, 관우는 유비의 처와 식솔을 데리고 '하비성'에서 옴싹달짝할 수 없는 곤궁한 처지에 몰리고 만다. 여기서 조조는 '인재 욕심'을 부려서 관우를 자신의 부하로 삼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우는 다시 '유비의 품'으로 가버리고 만다. 소설에서는 이 대목에서 '오관육참장'이니 '단기천리'니 하면서 관우의 명성을 드높이지만 '정사'에는 없는 '허구적 묘사'에 불과하다. 관우가 안량과 문추를 단 칼에 죽였다는 내용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문추를 죽인 기록은 있지만, 안량과 맞대결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관중은 왜 이렇게 관우를 띄워 주었는가? 이유는 딱 하나다.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유비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의 '분량'을 늘일 수밖에 없었고, 기왕 늘이는 것이라면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띵호와~ 아니겠는가. 그래서 호뢰관에서 화웅과 대결할 때에도 관우는 조조가 권하는 술 한 잔조차 "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가져오겠다"는 명대사를 남긴 것이다. 이 역시 '정사'에는 없는 기록이다. 애초에 반동탁연합군에 '공손찬'이 참가했다는 기록 자체가 없다. 그러니 아무런 지위가 없던 유비가 '공손찬 소속의 별군'으로 참가했다는 묘사조차 믿기 힘든 대목이다. 그래서 반동탁연합군이 동탁군과 싸워서 빛나는 전공을 세운 군웅은 '손견'이 유일하다. 그러니 여포를 상대로 유비 삼형제가 나서서 대등하게 싸웠다는 내용조차 '사실'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설 <삼국지>는 '그 자체'로 즐기면 될 뿐이다. 기왕 유비가 주인공이니 악당 조조가 천하를 차지하고 온갖 패악질을 다할 때, 착한 영웅 유비가 나서서 조조를 혼쭐 내줬다는 내용에 심취해서 읽으면 그 뿐이다. 왜냐면 고전소설 나름의 '주제''교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조와 원소의 운명을 가르는 '관도대전' 와중에도 유비와 관우, 장비, 심지어 조자룡까지 등장하여 이야기를 맛깔나게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런 맛깔난 '진행'이 아니라면 아무리 '관도대전'이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진지하고 지루할 따름이다. 진수의 <삼국지>가 그렇다.

한편, 손책은 장강 일대를 평정하고 '소패왕'이라는 별명답게 엄청난 활약을 한다. 하지만 조조와 원소가 한창 싸우고 있는 '관도대전'의 판세에 캐스팅보트를 선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는 노련함까지 보여줬지만,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조조와 척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해 '사소한 원한'을 쌓은 것이 화근이 되어 자객의 습격을 받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우길'이라는 도사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다가 끝내 자신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만다. 이렇게 해서 동오에는 손견, 손책에 이어 손권이 등장하게 된다.

나가는 글 : 결국 '관도대전'의 승패는 조조의 완승으로 끝맺게 된다. 원소는 70만 대군과 수많은 인재를 거느리고도 10만도 채 되지 않는 조조에게 패배하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후계자를 둘러싼 내홍을 겪으며 '원씨 가문'은 아예 멸족이 되다시피 역사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제 조조는 명실공히 '하북의 패자'가 되어 중원을 독차지하게 된다. 이제 남은 군웅이라고는 동오의 손권과 형주의 유표, 익주의 유장, 한중의 장로, 서량의 마등과 한수 뿐이다. 그리고 아직도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지 못한 유비가 남았다.

시리즈 4권이 지나도록 유비는 '근거지'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가진 것 없는 유비의 곁에 관우와 장비, 미축, 손건, 간옹, 그리고 새로 합류한 조운, 관평, 주창 등등 점점 세를 불려나간다. 이런 유비의 행보를 보면서 '끈끈한 유대감' 밖에 남지 않은 무리라면서 '조폭 집단' 같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많다. 뭐, 나중 일이긴 하지만 관우와 장비의 죽음 때문에 유비는 '사사로운 정'을 내세워 국가간의 전쟁을 선포하는 군주답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결정적 증거'라면서 '빼박 조폭'이라고 주장한다. 딴에는 그렇다. 한 나라의 수장이 '동생의 죽음'을 이유로 국가대전을 벌이며 온 국민들을 전장터로 내몰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런 유비의 모습을 보고 '의리의 사나이' 정도면 모를까? '착한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도 유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관중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악당으로 자리매김한 조조에 비해서도 유비의 역량은 한참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비가 세운 촉한은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망하지 않느냔 말이다. 조조, 손권, 유비 중에서도 '유비'가 가장 먼저 죽는다. 가장 일찍 죽는 '주인공'도 주인공이라 부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관중이 살던 시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원말명초의 시기 말이다.

한족에게는 치욕스런 시대였을 것이다. 오랑캐라 불리던 '몽골족'에게 나라를 송두리채 빼앗기고 온갖 차별정책으로 유린 당했던 한이 서려있던 시절이었다. 나관중은 이런 시대를 살며 '한족 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한족 최고의 전성기는 언제이고, 최고의 영웅은 누구였을까? 강력한 제국으로는 당나라 태종을 꼽을 수 있겠지만, 당은 여러 민족을 아우르는 정책을 내세웠다. 물론 '한족' 중심이었기에 최강국이었다는 명분은 세울 수 있었지만, 오랑캐를 혼쭐(?) 내줄 수 있는 영웅으로는 마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족 최고'이자, '한족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한나라 유방'이 적임이었다. 그래서 유비의 외모마저 바꿔 버렸다. 유방이 귀가 컸다는 기록이 있었기에 유비의 귀도 어깨까지 내려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정해졌다. 한고조 유방을 꼭 닮은 '유비'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천하 통일의 주역은 단연 '조조'였기 때문이다. 유비의 촉한은 별다른 역량도 뽐내지 못하고 제풀에 망해버렸다. 이래서는 주인공답지 못하다. 그럼 주인공이 죽고 나라가 멸망한 다음에도 길이길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정통성'이다. 비록 살아생전에 이루지는 못했지만 죽고 망한 뒤에도 오롯이 살아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정통성'을 세워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촉한정통론'이다. 비록 천하 통일한 것은 조조가 세운 '위나라'지만, 1000년 뒤 오랑캐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한족'이 되살려내야 할 나라는 '한족의 뿌리'인 한나라이고, 후한이 멸망한 뒤에는 '촉한'으로 이어지고, 그 뒤를 '송''명'이 이어간다는 정통론을 다시 세운 셈이다.

그런 남은 것은 '촉한정통론'이 옳다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마련되어야 했다. 역사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소설의 허구성'을 빌어서 바꾸면 된다. 허구적 사실에 기대어 '유비 정통'을 세워려니 자연스레 '조조 역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날조(?)한 이야기가 바로 '여백사 사건'이다. 조조를 동탁을 암살하려 했던 의인이자 영웅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고 아버지뻘 되는 사람조차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버리는 냉혈한이자 '간웅'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희생자가 생겼다. 유비를 영웅답게 만들기 위해 관우를 너무 띄워주다보니 상대적으로 '장비'는 술주정뱅이에 사고뭉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오로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영웅이라도 '빈틈'이 있어야 인간미가 보이는 법인데 '정통성'을 세울 인물에게 빈틈을 보이게 할 수는 없으니, '주변 인물' 가운데 한 명을 모지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게 바로 '장비'였던 것이다. 그러면 장비는 모지리가 되어도 충분(?)할 인물이었는가? 도원결의 당시에 장비는 15살로 중2병이 한창일 나이였단다. 하지만 공부도 착실하게 잘 했고, 무예도 출중했고, 계책도 잘 쓰는 팔방미인이었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을 마셨다는 기록 자체가 아예 없었단다. 그러니 소설 속에서 장비가 술을 마시고 실수를 저지른 기록은 전부 뻥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뛰어나게 성공한 계략은 장비의 본래 실력이고 말이다. 그리고 장비가 한 실수로 묘사된 것들은 대부분 '유비''관우'가 했을 거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유비를 위한, 유비에 의한 '촉한정통론'을 소설 속에서 어떤 의도 썼는지 살펴보면서 읽어나가는 맛도 <삼국지>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촉한정통론 #억울한장비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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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3 - 천하를 쥐려는 손 이희재 삼국지 3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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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3 : 천하를 쥐려는 손>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IV / 휴머니스트 5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세 번째 리뷰는 고전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1컷의 만화로 절묘하게 요약하는 <이희재 삼국지 3>이다. 이희재 화백의 만화는 믿고 보아도 좋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한 컷'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내는 마술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요약본 <사기>도 읽고, 청소년을 위한 <사기>도 읽었지만 꽉 막혀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 이희재 화백의 <사기>를 읽으니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희재 삼국지>를 읽으면 웬만한 소설 <삼국지>를 읽다가 헷갈렸던 대목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믿어도 좋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3> 관점 포인트 : <삼국지>의 핵심 인물은 어차피 조조, 유비, 손권이다. 이 세 인물이 '위촉오' 세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주역이며, '천하삼분'을 이룩한 진정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삼국지>는 이 세 인물 이외에도 수많은 군웅을 등장시키는 대목부터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것도 10권짜리 분량이라면 절반이 넘는 5~6권까지 말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나관중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상 주인공은 단연 '조조'이지만, 그의 일대기를 보여주면서도 쓱 앞으로 내민 소설상 주인공은 '유비'를 내세웠다. 그리고 도원결의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일사천리로 유비의 고군분투를 하나하나 일일이 열거한다. 독자들은 유비의 성장에만 집중시킨 결과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제 유비가 등장하는지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유비는 이렇다할 '근거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낸다. 훗날 제갈량을 만나 형주와 익주를 얻기 전까지 말이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 3>의 시작은 헌제가 곽사와 이각에게서 탈출하여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는 대목부터 시작하여 유비가 조조의 품에서 극적으로 탈출해서 다시 서주로 향하는 대목으로 마무리하였다. 여기서도 유비는 도겸에게 서주를 양도 받지만 굴러들어온 여포에게 서주를 내어준다. 조조가 언제 쳐들어올 지 모르니 '여포의 힘'을 빌어서 조조를 막아보겠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허나 조조의 책사 순욱의 꾀에 빠져 유비는 '황제의 명'을 받아 원술을 치러 간 사이에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고 만다. 그러자 유비는 어쩔 수 없이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그렇게 유비를 예주에 묶어놓은 사이에 조조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먼저 조조는 장수를 토벌한다. 허나 눈치 빠른 가후는 장수에게 항복을 권유했고, 조조는 손쉽게 장수의 세력을 손에 넣은 듯 싶었다. 허나 조조가 승리에 취해서 장수의 형수인 '추씨(죽은 장제의 처)'를 탐하다 전위도 잃고, 아들 조앙과 조카 조안민까지 죽임을 당하며 조조는 구사일생으로 목숨만 건져 도망치고 만다. 한편 서주를 차지한 유비를 내쫓은 여포는 그 사이 원술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서주의 유지였던 진규, 진등 부자가 여포의 사신을 자처하여 조조를 찾아온다. 그리고 조조에게 여포를 공격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조조는 여포와 원술을 모두 토벌할 계책을 세운다.

이때 원술이 스스로 황제를 자처했다. 그리고 여포가 차지하고 있던 서주를 탐낸다. 애초에 여포를 서주에서 몰아내려고 작심한 진등은 여포를 부추겨서 원술과 다투게 만들었고, 조조는 여포를 돕는 척 하면서 원술을 몰아부치게 한다. 이에 원술은 수춘에서 오래 버티지만, 끝내 함락 되었고 원술은 회수를 건너 도망가고 만다. 이에 조조는 원술의 뒤를 쫓아 끝장을 내려 하지만 '군량'이 모자라 추격할 여력을 얻지 못한다. 조조는 늘 '군량'이 부족했다. 왜냐면 언제나 10만 이상의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는 모양새였지만, '곡창지대'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황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기의 조조 세력은 막강했지만 사방에 적을 둔 형국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조조에게 위기가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활용해 묘책을 활용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래서 조조는 '한 뼘의 땅'보다 '한 명의 인재'를 더욱 탐냈고, 그렇게 얻은 인재는 반드시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다. 이는 조조가 천하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조조가 원술에게 승리를 하고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장수가 유표와 손을 잡고 조조를 위협했다. 조조는 여포는 서주로 보내고, 유비는 소패로 보내면서, 은근히 유비에게 여포를 견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사이 조조는 군사를 돌려 장수와 유표의 연합공격을 막아내며 후퇴하는데 성공한다. 조조가 서둘러 후퇴한 까닭은 허도를 비운 사이에 원소가 공격해온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조는 원소에게 '대장군'이라는 직위를 보내면서, 원소가 공격해야 할 상대는 조조가 아니라 공손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게 북방의 위협을 막은 조조는 다시 서주 공략에 나선다. 이번에야말로 '여포'를 몰아내고 '서주'를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가는 글 : 조조는 그야말로 '사방이 적'이다. 더구나 조조가 차지한 '연주' 지역은 원소가 차지한 '기주'나 원술이 차지한 '수춘'에 비하면 곡창지대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래서 조조는 대군을 이끌면서도 늘 '병참 문제'에 시달렸다. 그래서 조조는 '둔전제'를 적극 활용하면서 군사들이 접경지역에 머물면서 '농사일'도 하면서 '국방'도 지키는 전략을 잘 써먹었다. 한마디로 '현지조달'로 병참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조조는 승세를 유지하면서도 '병참 문제'로 곤혹을 치루고 때로는 병사들이 굶주려서 다 이기고도 패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조조의 이야기 대목에 '군령'을 엄히 다루면서 굶주리는 병사를 기발한 방법으로 독려하고, 자치 패배할 위기를 역전시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책에도 원술토벌대가 수춘성을 공략할 때 시일이 지체되자 군량이 떨어졌고, 조조는 '군량담당관'에게 식량배급하는 됫박을 작은 것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가 굶주린 병사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군량담당관'이 작은 됫박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굶주린 병사들에게 3일 안에 수춘성을 함락시키라는 명을 내리고, 조조가 성벽을 메우고 오를 푸대자루를 손수 나르는 모습을 보이며 독려하자 병사들이 감격하며 사기를 진작시켰고 결국 수춘성을 함락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또한 행군하다 목이 마른 병사들에게 '저 산 너머에 석류가 있다'는 거짓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등 조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일화가 참 많다.

그렇기에 <삼국지>의 진정한 주인공은 유비가 아닌 조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조조를 제하면 유비가 주인공일까?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 강동의 호랑이로 불리던 '손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동탁연합이 실패한 직후 유표의 부하였던 황조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 일찍 죽었지만, 손견의 아들인 '손책'이 뒤를 이으며 장강 동쪽의 '강동 지역'을 석권하며 오나라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한다. 이렇게 손견과 손책의 활약이 유비보다 돋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방이 적인 조조보다는 수월한 편이었으나 손책 또한 '기반'이 빈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원술의 뒤치닥거리만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아버지 손견이 입수했던 '전국옥새'를 원술에게 빌려주고(?) 지원 받은 소수의 군사와 아버지를 따르던 장수(황개, 정보 등)가 손책의 뒤를 따르고, 손책과 의형제였던 주유까지 합류하면서 손책은 진정한 강자로 자리잡게 되었고, 강동땅을 차례차례 점령하며 '소패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조조와 손책이 나름의 근거지와 기반을 마련하는 동안 유비는 어떤 처지였을까? 서주에 웅크리고 있는 여포 토벌에 성공한 뒤에 조조의 소개로 '헌제 알현'을 한 뒤, '유황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한 황실의 부흥을 믿고 의지했던 조조가 충직한 신하가 아니라 황제의 자리를 넘보는 '역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헌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유비'를 꼽은 것이다. 그리고 '조조 암살'을 적은 혈서를 받고 동승을 주축으로 여러 충신들이 돌린 연판장에 유비도 이름을 적었지만, 유비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날개 꺾인 새'였고, 조조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처량한 신세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유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루는 조조가 유비를 초대해서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 조조는 "천하의 영웅은 조조와 유비, 둘 뿐이다"라는 말을 던졌고, 때마침 천둥번개가 치자 유비는 그 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술잔을 쏟고 엉엉 눈물을 쏟는 연기를 한다. 때마침 만총이 원소와 공손찬이 싸워 원소가 승리하고 공손찬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소식을 접한 원술이 전국옥새를 원소에게 바치겠다고 북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 말을 들은 유비는 또다시 엉엉 울며 눈물을 쏟으며 "공손찬 형님의 복수도 하고, 원술이 원소와 합류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막겠다며 군사를 빌려 달라"고 조조에게 청한다. 조조는 이런 울보가 자신과 천하를 놓고 겨룰 영웅일리 없다며 '방심'을 하고, 유비에게 군사를 내어주고 원술 토벌을 명한다.

이렇게 조조의 감시에서 벗어난 유비는 곧장 관우와 장비, 그리고 처와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서주로 달아나버린다. 이제 유비는 다시 영웅의 기개를 활짝 펴고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조조 #손책 #유비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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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주의보 - 제2회 한솔수북 선생님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초등 읽기대장
이경아 지음, 김연제 그림 / 한솔수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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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주의보> 이경아 / 한솔수북 (2025)

[My Review MMCCCXXIII / 한솔수북 2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두 번째 리뷰는 마음속에 불쑥불쑥 가시가 돋아나는 거짓말에 대한 깊은 생각을 여는 <거짓말주의보>다. 어릴 적 거짓말을 해본 경험 있는가? 이 질문이 무색하게 모든 사람은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거짓말을 해댄다. 그런데도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그렇게 나쁜 줄 알면서 거짓말을 많이 하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그러니 우리는 이 잘못된 정보를 바꿔야 한다. 모든 거짓말이 나쁜 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 '좋은 거짓말'도 있다는 말일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거짓말주의보> 관점 포인트 : 한유리는 수영장에 다닌다. 하지만 아는 친구는 없다. 유리는 친구 사귀는 일을 조심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하게 지낼 친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유리에게 서지원이란 친구가 생긴다. 덜렁거리는 성격인지 수영장에 오는 첫날 수모를 챙기지 않아 허둥거렸기 때문이다. 마침 수모를 두 개 준비해왔던 유리는 지원에게 수모를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서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자 지원은 자신의 엄마가 몰고 온 차에 같이 타고 가자며 끌고 간다. 얼떨결에 차를 얻어 탄 유리는 지원 엄마와 함께 지원이 남동생도 소개 받게 된다. 이 일이 있은 뒤에 지원이는 남동생 때문에 속상한 일에 대해서 유리에게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고, 마침 유리에게도 남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그러자 유리는 남동생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고 갑작스레 물어오니 얼결에 대답한 것이긴 했지만, 유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자책을 하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유리는 남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예전의 친구도 유리에게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 때문에 유리는 자신의 집에 친구들이 놀러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면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그런 심한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리의 엄마는 오늘도 동생 '유준'에게만 신경을 더 썼다. 수영 실력이 좋아 대회에 참가하라는 감독님의 권유가 있는데도 엄마는 유리에게 대회에 불참하라고 칼같이 말하면서 말이다. 대회날이 유준이가 병원에 가는 날과 겹치기 때문이다. 유리도 잘 안다. 엄마의 몸이 둘이 아닌 이상 유리와 유준이에게 '동시에'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유리는 서운하고 속상하다. 자신은 남동생을 위해서 친구와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것도 감수하는데, 그런 자신에게 엄마는 조금도 신경 써주지 않고 오직 남동생을 위해서 유리에게 '양보'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젠 유리도 더 참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한편, 친하게 지내는 지원이는 자꾸 같이 놀자며 유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반가운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러다 지원이가 '유리네 집'으로 놀러가면 안 되냐고 묻는 것이 두려워서 자꾸 피하게 된다. 어렵사리 사귄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유리는 '거짓말'까지 해대며 거절을 하기 시작하는데, 핸드폰이 울리며 '거짓말주의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솔직해질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변명하듯 '거짓말'을 늘어놓게 되는데, 그때마다 '재난 문자'가 오듯 핸드폰에서 '거짓말주의보'가 뜨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유리는 엄마와 유준이가 옆에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지원이를 만났고, 지원이가 옆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만다. 그러자 핸드폰에서는 '거짓말 경보' 메시지가 뜨게 되는데...

나가는 글 :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누구나 '거짓말'을 나쁜 것이고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배운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으며, 학교 선생님들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시험문제에도 '거짓말하는 경우'는 엄청 나쁜 짓을 하는 거라며, 거짓말하면 '틀린 보기'라면서 틀렸다고 정답을 체크하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나쁜 행동을 우리는 왜 하는 것일까? 심지어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어린이 친구들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꾸중하곤 한다. 어른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인걸까?

그건 아니다. 때로는 '좋은 거짓말'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나쁜 거짓말'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속이는 행위이며,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서 꾸며대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남을 속이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대체로 '좋은 거짓말'에 해당한다.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고 어렵고 힘든데도 그런 자신을 '걱정'할 부모님을 위해서 하나도 힘든 것이 없다고 거짓을 알리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진실을 밝히고 사실대로 말하면 '현 상태'보다 더 안 좋아질 경우에 의사선생님이 환자에게 '가짜약'이지만 이걸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환자에게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행동도 '좋은 거짓말'에 해당한다.

이렇게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남을 속이려드는 것인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비법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거짓말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자신의 이익이 아닌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적절하게 사용해도 좋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거짓말주의보>의 주인공 한유리는 남을 위하는 거짓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을 했다. 아니,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 엄마와 남동생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자기합리화'까지 하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자기합리화'라는 것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은 어떤 경우라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자기 잘못을 감추는 행동이다. 한유리는 자기 잘못까지 감추고, 덮으며, 남에게 미루는 정말 비겁한 행동까지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말이다.

정말 가슴 한켠이 따끔따끔해지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했다고 곧바로 감옥으로 철컹철컹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물론 법정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감옥에 수감되는 중범죄가 맞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딱 한 가지만 선행된다면 선처해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로 '자기반성'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두 번 다시 남을 속이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반성을 한다면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거짓말주의보'에 해당하는 경우다.

하지만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거짓말'을 하면 주의보가 아니라 '경보'를 받은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반성을 한다고 해도 늦었다. 슬픔은 지울 수가 있지만 상처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흔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비록 상처가 아물고 고통도 사라진다해도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심하면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거짓말'이라도 아주 약간의 '자기합리화'가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보이면 결코 좋은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결국 '나쁜 거짓말'이 되고 만다. 그러니 거짓말을 즐겨 쓰면 될까? 안 될까? 결코 농담이라 할지라도 '거짓말'을 쉽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좋은 거짓말로 판정받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괜찮지만, 좋은 거짓말일 경우만 허락되고, 좋은 거짓말로 판정받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농담으로도 거짓말을 즐겨 쓰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품이 나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늘 '진실'을 말하고 '진심'으로 행동하며 '진정'으로 마음을 다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만이 '좋은 거짓말'을 할 자격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 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두둥~

#리뷰 #에세이 #거짓말주의보 #이경아작가 #한솔수북 #착한거짓말 #나쁜거짓말 #자기합리화 #자기반성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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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2 - 저마다 천하를 품다 이희재 삼국지 2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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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2 : 저마다 천하를 품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II / 휴머니스트 5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한 번째 리뷰는 읽을수록 새로운 고전 '삼국지'를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희재 삼국지 2>다. 무려 넉 달만에 다시 리뷰하게 되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건강으로 한 번 어그러지고, 계획에 없던 이벤트로 또 한 번 어그러지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이래저래 핑계만 늘어놓다가 이제서야 칼을 빼들었다. 혹시라도 그런 분은 없겠지만 <이희재 삼국지> 리뷰를 애타게 기다리셨던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2권의 줄거리는 반동탁연합군이 결성된 것으로 시작해서 유비가 서주를 얻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시다시피 한 황실이 쇠퇴하고 천하에는 영웅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마다 세력을 만들고 경쟁하는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든 대목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황제를 볼모로 잡고 득세를 한 영웅이 바로 '동탁'이었다. 허나 동탁은 천하를 움켜쥐고도 가지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아니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바로 '인심'을 얻지 못하는 비열한 족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인심을 얻지 못한 동탁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2> 관점 포인트 : 동탁은 황제마저 갈아치우며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권세를 누렸다. 그러자 천하의 영웅들은 동탁을 '타도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했다. 십상시가 국정을 어그러뜨리고 황건적이 천하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한 황실은 결국 기울어져 동탁처럼 '역적의 무리'가 득세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된 셈이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어지러워지면 반드시 등장하는 위인이 있었으니 바로 '영웅'이다. 동탁조차 한 황실의 혼란을 바로 잡겠다고 나타났던 영웅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다 영웅이라 부를 순 없고, 너무 많은 영웅이 등장해서 저마다 '무력'으로 권세를 잡겠다고 나서니 이들을 '군웅'이라 싸잡아서 불렀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체제가 무너지자 각 지방에서 군벌들이 등장해서 서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지방세력 가운데 한 명이었던 '동탁'이 하진의 명을 빌미로 중앙정계에 입성하더니 내시들의 반란에 의해 하진이 죽은 틈을 타서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그리고는 어린 황제 '소제'를 내쫓고 '헌제'로 황제를 갈아치우니 조정신하들은 동탁의 위세가 무서워서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이런 동탁의 무도한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여러 제후들이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하고 낙양으로 집결하게 된다. 이에 동탁은 여포를 앞세워서 연합군을 상대하려 들지만 '손견의 활약'으로 동탁은 낙양을 지키지 못하고, 헌제를 앞세워서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천도를 강행한다. 소설에서는 관우가 화웅을 베고 장비가 여포를 혼쭐 내는 등 유관장 삼형제가 대활약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정사'에는 없는 기록들이다.

동탁이 장안으로 내빼고 난 뒤에야 연합군은 낙양을 탈환하지만 이미 낙양이 모두 불타서 잿더미가 된 뒤였다. 여러 제후들은 동탁의 뒤를 쫓아 장안으로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되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었고, 손견은 그 와중에 '전국옥새'를 발견하고 본거지인 장사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원술과 원소가 손견을 붙잡고 옥새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손견은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떼고 험악한 분위기로 연합군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허나 조조는 동탁을 토벌하려던 애초의 목표를 잊었냐며 여러 제후들에게 일갈하며 혼자서라도 동탁을 추격하겠다고 나서지만, 동탁이 감춰둔 매복에 걸려서 조조는 군사를 모두 잃고 겨우 목숨만 건져서 연주로 퇴각한다.

한편, 장안에 도착한 동탁은 권세를 더욱 강화하며 자신을 따르지 않는 신하들을 온갖 트집을 잡아 숙청을 일삼자 사도 왕윤이 이런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연환계'를 쓰려 한다. 그 유명한 '초선'을 이용해서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하는 '미인계'를 썼던 것이다. 사실 초선도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지게 만든 '여인'이 있긴 했지만, 그 여인은 사도 왕윤이 기른 여식이 아니라 '동탁을 시중들던 궁녀'였다고 한다. 나관중은 이런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미인계'를 연출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여포가 동탁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동탁의 부하'였던 곽사와 이각은 책사 가후의 조언에 따라 장안성을 공격해서 사도 왕윤을 자결케 하고 헌제를 볼모로 삼고 권력을 차지한다. 그러나 하나의 권력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곽사와 이각은 서로 헌제를 볼모로 삼으려 경쟁을 하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되니, 그 틈을 타서 헌제는 장안을 탈출해서 낙양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이때 낙양에서 헌제를 맞이한 군웅은 다름 아닌 조조였다. 사실 원소의 책사 저수가 조조보다 먼저 천자를 옹립하라고 권했지만, 원소는 천자 옹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동탁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헌제보다 유주에 머물고 있던 황족 유우에게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제를 폐위하고 유우를 새로운 황제로 삼으려는 속셈이었으나, 이를 먼저 눈치 챈 유우가 자결을 하는 것으로 '역모(?)'는 일단락이 되었다.

그렇게 천자인 헌제는 조조의 호위를 받으며 조조의 근거지인 허창(훗날 허도)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조조는 한 황실의 충직한 신하가 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헌제를 위해서 조조는 전재산을 아끼지 않고 쏟아붓지만 애초에 가진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조조는 '세력확장'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제마저도 '세력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부려먹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헌제의 명이라면서 주변 군웅들에게 새삼 '조조의 위치'를 드높이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조는 스스로 '승상'이란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스스로 오른 셈이다. 물론 단 한 사람의 아랫자리였지만 조조는 그 한 사람에게마저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지 않았다. 이것이 조조를 '역적의 대명사'로 만들게 된 이유다.

한편, 조조가 이리 득세를 하자 주변 군웅들은 조조에게 잘 보이려 무던히도 애쓴다. 서주 태수였던 도겸도 마찬가지다. 조조는 출세를 하자 아버지인 조숭을 성대하게 모시려 했다. 그래서 조숭이 조조가 있는 연주로 가기 위해 마침 '서주 지역'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도겸이 조조의 아버지 조숭을 정성껏 접대하고 화려한 선물까지 주어서 직접 휘하 장수를 시켜서 호위하도록 했다. 근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하필 호위를 맡긴 '장개'라는 장수가 황건적 출신이었던 것이다. 장개는 조숭이 갖고 있는 보물이 탐이 나서 죽이고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그러자 조조는 아버지의 원수는 도겸이라면서 '서주 공략'을 명한다.

이때 도겸을 도와 조조군과 싸운 장수가 바로 유비이고, 도겸은 이 고마움을 유비에게 서주를 넘겨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다. 허나 유비는 한사코 사양했고, 도겸은 어쩔 수 없이 서주 앞에 있는 작은 성 '소패'에 유비가 머물도록 안배한다. 애초에 근거지가 없던 유비는 이마저 거절할 수가 없어 소패에 잠시 머문다. 한편, 서주 공략에 나섰다가 유비의 방해를 받고, 여포의 복병을 맞아 군사를 되돌릴 수밖에 없었는데, 치열한 공방전 끝에 조조는 연주를 되찾고 여포를 쫓아내버린다. 장안에서 이각과 곽사에게 쫓겨 연주를 빼앗았던 여포가 연주마저 잃고서 몸을 맡긴 곳은 다름 아닌 유비가 막 도겸에게서 서주를 인계받았을 때였다. 그리고 유비는 여포를 환영하며 서주를 가지라고 하는데...

나가는 글 :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는 단연 조조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나관중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교적 관점'을 내세워서 조조를 무도한 인물인 역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유비'를 앞세운다. 그래서 역사책은 읽지 않지만 소설책은 읽는 독자들의 심리를 잘 살려서 수천 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100년 간의 기록'(180~280)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고전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독자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역사기록'을 만들긴 했는데, 그것이 온전한 '팩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조조를 역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사실 조조는 진정한 영웅이다. 난세에 태어나 천하를 통일하는데 기틀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조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그 기틀 위에서 촉한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위나라도 어린 황제가 뒤를 이으며 사마의의 후손인 사마염에 의해 진(晉)나라를 세우게 되고, 280년에 동오를 멸망시키며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결국 한 황실이 무너지는 걸 막는 것보다 새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만백성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밀어붙였고, 경쟁하던 여러 군웅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며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위인도 조조였고, 다른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늘 압도적인 세력으로 성장시킨 것도 오로지 조조 덕분이었다. 그러니 조조는 '창업 군주'로 손색이 없는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나관중 덕분에 조조는 한순간에 '역적'으로 매도 되었고, 촉한을 세웠으나 실패했던 군주인 '유비'가 만고의 충신으로 되살아나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는 실력자를 억누르고 실패자에게 권위를 준 셈이다. 천만 다행으로 근래 들어서 '조조'를 다르게 보는 시각이 부쩍 많아졌고, '유비의 무능력'이 새삼 조명되면서 새삼 '소설 삼국지연의'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왜냐면 혼란한 시절일수록 소설 속의 '유비의 도덕적 우월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실력 좋은 '능력자'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자긱 것이 아닌 것을 빼앗은 사람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조는 오늘날에도 '역적의 대명사'가 되어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연의'는 조조를 중심으로 읽어나가야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가 추구하는 '선한 이미지'를 교훈으로 삼고 주제를 이해하려 들어야 제맛이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는 이런 두 주인공을 적절히 교차시키며 '소설 삼국지연의'의 줄거리를 쫓으면서도 '소설 삼국지연의'가 담고 있는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는 수작이다. 더구나 만화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훨씬 쉽다. 다만 소설의 줄거리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러 군웅들이 다툼의 귀결이 '명분'을 따르기보다는 '실리'를 따르고, 핵심적으로는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밑바탕에 더욱 진하게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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