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미국사 - 트럼프를 탄생시킨 미국 역사 이야기
김봉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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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미국사 : 트럼프를 탄생시킨 미국 역사 이야기> 김봉중 / 알에이치코리아(RHK) (2025)

[My Review MMCCLXII / 알에이치코리아(RHK) 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아흔한 번째 리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탄생으로 인해서 찾아올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위험한 미국사>다. 이 책을 지금 미국과 이란 전쟁이 휴전협상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시점에 읽기에는 조금 뒷북 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왜냐면 이 책의 출간시점이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 탄생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예측이 1년이 지난 지금과 얼마나 맞아들어가는지, 그 예측의 '원인분석'이 얼마나 적중했는지 분석하면서 읽을 수 있기에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7~80%는 예측이 맞았다고 본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위험한 미국사> 관점 포인트 : 세계는 지금 트럼프의 미친 짓으로 인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는 점점 더 부를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트럼프 일가만 등 따시고 배부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는 증거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미국 정치는 '견제와 균형'이 그 핵심이었다. 미국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독립적 존재로 건실하고, 각 부처가 실리를 따지며 견제를 함으로써 미국 정치 전체가 균형을 잡아가는 시스템이 초기부터 자리를 잡아왔고, 그동안에는 이런 시스템이 전통으로 내려오며 잘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통이 트럼프 1기때 와르르 무너졌다. 이른바 '의회 난동 사건'으로 트럼프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장본인이었고, '극우 선동정치'로 권력을 잡으려 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통 언론은 '진짜 뉴스'를 말하지 않는다면서 '개인 방송 채널'로 자신에게 유리한 뉴스만 퍼날랐으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는 내용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선동'만 일삼았다. 그렇게 해서 트럼프 1기 때에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당당히(?) 미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고, 무능력만 보여줬다가 재선에 실패했지만, 또다시 당선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정세가 정상적이었다면 트럼프는 절대로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 셈이다. 왜냐면 트럼프는 선거 때에는 '돌풍'을 일으켰다가 '당선'만 되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이미 경험했을텐데도 망각하고 또 다시 당선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부분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너무 무력했다는 것이 단단히 한몫 했을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망친 미국을 최대한 되살리려 무던히도 애를 쓴 대통령이었지만, 이미 망쳐버린 미국 경제와 외교가 정치까지 불안정하게 만들어버린 불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초강대국 미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러우 전쟁'을 그저 방관만 하고 있다는 정치적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군사적으로 미국이 초강대국인 것은 여전하지만,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미경제력이 퇴색하고 있는 마당에 천문학적인 비용청구서가 날라올 것이 뻔한 '전쟁개입'에 나설 수 없었고,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전쟁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미국의 초강대국 이미지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실책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국력이 예전만 못하고, 국제정세가 냉전시대와 달리 '다극화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비아냥거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바이든처럼 빌빌거리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거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선거전략을 꾸렸고, 그 결과 '강한 미국'을 원했던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끝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미국'을 만들었나?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전세계를 향해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관세 전쟁'을 벌여 경쟁국들을 견제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뜻밖에도 관세로 찍어 누르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과 같은 경쟁국가가 아니라 캐나다, 유럽,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오랜 동맹국들이었다. 그나마 맘대로 관세로 협박하고 얻을 것을 얻은 나라는 힘 없는 약소국들 뿐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느닷없이 침공하고 '에너지 자원'을 빼앗으려 드는 모습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어찌어찌 반쯤 성공한 것 같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 이란 전쟁에서는 더 나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일 터져나오는 '거짓말 대잔치'는 전세계에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위기감만 고조시킬 뿐, '좋은 소식'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과연 이런 미국을 믿고 앞으로도 의지할 수 있을까? 냉전시대 이후 오랜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런 미국의 미친 행보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각자도생'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은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거리감'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릴 정도로 미국은 '위험한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에게 안보를 맡겼던 '유럽국가'들은 이번에 된서리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가 끝내 독일내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연일 '나토 탈퇴' 카드를 만지막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은 '미국 없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에 의지하고 '국방력'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중이다. 이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국방비가 있어도 제때에 '무기'를 충당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무엇보다 러시아의 핵공격에 방어할 핵무기가 미국 외에 마땅히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프랑스와 영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나머지 유럽연합국가들은 제대로 된 방공망마저 없고, 러시아의 전차부대와 보병전력,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드론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효율적으로 막아낼 시스템이 없어져 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었던 동맹국인 미국이 철수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인 셈이다.

이것을 미국의 '고립주의의 복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 옛날 '먼로주의'를 표방하던 시절에 미국이 유럽대륙에 간섭하지 않을테니, 유럽도 미국이 있는 아메리카대륙에 신경을 끄라는 그 선언으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견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대외적으로 그리 강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 미국이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강대국으로 거듭나면서 '고립주의'를 외쳤던 적은 없다.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개입주의'를 표방하며 시시콜콜 간섭을 하면 했지 '고립주의'가 웬말이냔 말이다. 이제 다시 트럼프가 '고립주의 노선'으로 미국의 기조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건 미국이 스스로 초강대국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건 트럼프가 공약했던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에도 스스로 위배되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나가는 글 : 더 큰 문제는 트럼프는 이 모든 문제를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이민자'가 차지했기 때문에 미국의 건강한 젊은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가난해졌으며, 미국 내 범죄율이 늘어나는 것도 '불법이민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면서 '국경봉쇄'를 하면서 울타리를 높이고, 이민자들을 '강제추방'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말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뺐기고 범죄율이 높아지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은 이미 '생산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대부분의 물자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 나라다. 그러니 저임금 노동은 애초에 미국시민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미국시민들의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높아서 쓰고 싶어도 웬만한 중소기업공장들은 쓰지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서 생산공정라인에 '노동자' 대신 '(자동화)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러니 불법이민자 때문에 미국시민의 일자리를 뺏긴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저임금 노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오직 '불법이민자들' 뿐인데, 그들을 쫓아냈으니 미국 내 '단순노동직의 공백현상'을 메꾸지 못해 물가만 상승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또한, 불법이민자들은 '강제추방' 당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그래서 애초부터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이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그저 조용히 '저임금 고위험 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불법이민자들'을 강제추방한 이후에 범죄율이 낮아졌을까? 천만에 말씀! 애초에 범죄는 미국 내 백인들이 더 많이 저지른다. 통계상으로는 '미국 흑인/유색인종'이 더 많긴 하지만, 이는 애초에 검거를 할 때 '흑인/유색인종'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한 결과에 불과하다. 이런 컬러피플들은 가만히 있어도 범죄자 취급을 하는 통에 오히려 의심을 받지 않으려 더욱 조심하며 사는 소시민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 '불법이민자들'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잘 먹힌다고 한다. '불법이민자들'에게 온갖 멍에를 뒤집어 씌우고 나면 마음이라도 편한 모양이다. 그 결과 트럼프는 두 번이나 대통령에 올랐다. 그리고 죄 없는 평범한 이들이 '불법 딱지'를 맞고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ICE에 체포되고, 강제추방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도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오히려 미국 내 공장을 세우고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한국의 투자자금을 받아놓고도 '불법 딱지'를 앞세워서 체포하고, 강제구금한 뒤에, 비인권적인 처우로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말았다. 이제 미국은 믿고 의지할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된 셈이다. 미국의 이기적인 행보에 애꿎은 대한민국 선량한 국민들이 희생을 치루는 일은 더는 두고 볼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그저 단순한 '이단아'로 취급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세상을 뒤흔드는 폭풍이 되었고, 그 폭풍을 직간접적으로 맞은 나라들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오직 슬기롭게 피하고 재앙을 막을 국력만이 '정답'이 된 세상이 열렸다. 이런 혼란한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방법은 딱 하나다. 미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간의 역사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독자노선'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로 위기가 급히 찾아왔다. 그런데 마침맞게 대한민국은 이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 해놓은 상태였다. 정말 다행이다. 과거 보수정권에서 울부짓던 '나약한 대한민국'에서 완전탈피해서 '강한 대한민국'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 없이 한시도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역이용해서 초강대국 미국조차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동안에는 조용히 물밑에서 작업한 것 마냥 '마침맞게' 딱 내밀 수 있는 절호의 승부였다. 물론 그 카드가 '만능카드'는 아니다. 이 카드를 잘 이용해서 대한민국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어야 할 숙제는 남겨져 있다. 허나 옛날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기만 하던 나약한 모습에서 탈피한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할 지경이다. 그동안 정통 강호로 손꼽히던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그리고 일본까지 큰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으며, 인도, 브라질을 비롯해서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견 국가들까지 대한민국에게 손을 내밀면서 우호적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보면 놀랄 지경이다. 거기다가 '중동 산유국들'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완전 달리지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의 침공을 받고 호르무즈를 봉쇄하며 맞짱을 놓고 있는 이란까지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정말로.

이제 미국은 믿지 못할 나라가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그러할 것이다. 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은 그 '패권국가의 위엄'을 스스로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 최강자가 물러났으니 새로운 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이다. 이런 시대에 대한민국이 손가락만 빨면서 관망할 것인가? 이제 그런 나약한 소리는 집어 치울 때가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신할 새로운 나라에 충성을 다할 준비태세를 완벽하게 할 때인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 자리는 바로 '대한민국'이 차지할 자리다. 위험한 미국을 대신해서 덜 위험한 나라를 선택하려는가? 멍청한 짓이다. 그 자리에 대한민국이 당당히 오르게 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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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8 삼국지톡 8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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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8>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4)

[My Review MMCCLXI / 문학동네 4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아흔 번째 리뷰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주인공들이 선명하게 돋보이는 <삼국지톡 8>이다. 사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유비, 조조, 손권 등 주요 인물만 열심히 살펴본다.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은 비중이 많지도 않지만 그닥 '자세히' 나와 있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라서 그닥 주목을 하지 않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삼국지톡>을 읽으면서 새삼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다. 원소와 공손찬이 그랬고, 원술과 손견/손책이 그렇다. 앞서서는 '원소 vs 공손찬'을 자세히 다루면서 몰랐던 사실도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원소와 공손찬, 두 사람 모두 '천한 신분'이었다가 모진 고생을 한 뒤에 '대명문가'의 일원으로 인정 받으며 출세를 한 케이스였단 사실이다. 소설 삼국지에서는 이런 설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정사 삼국지에 자세히 나와 있었을 테지만, 그 딱딱한 책을 어찌 꼼꼼하게 읽어나갔겠느냔 말이다. 그나마 조조, 유비, 손권 정도만 자세히 살펴봤지...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바로 '원술 vs 손견/손책 부자'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8> 관점 포인트 : 원술과 손견의 악연은 '반동탁연합군' 때 원술이 선봉으로 나선 손견에게 군량을 보급하지 않은 일화 때문이란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보급을 하지 않은 까닭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바로 '손견'이 원술의 부하였기 때문에 공을 먼저 세우는 것을 방해했다는 사실이다. 손견은 '강동의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맹장으로 소문이 났지만, 그가 세운 공로와 전리품은 모두 원술에게 갖다 바칠 수밖에 없는 '쫄병'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원술은 손견이 공을 세워서 이름을 떨치는 것을 막고자 일부러 군량미를 제때 보급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손견은 원술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전장을 누비다 끝내 유표의 부하 황조에게 불의의 습격을 받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그럼 원술은 왜 그리 심술을 부렸을까? 사실 원술이 부린 심술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술은 그야말로 '금수저' 가문의 적통으로 태어난 귀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손견은 '천한 가문'에서 이름도 없이 몸뚱이 하나 믿고 전쟁통을 누비며 공을 세워 출세를 하려는 빈털털이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원술은 신분 높은 자신이 '아랫것'들하고 어깨를 견준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체 높은 대명문가의 후손이라면 이런 사소한 트집을 잡아 심술을 부리는 것이 체통에 맞지 않다는 것쯤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원술은 심술퉁이처럼 행동했을까? 그건 다름 아니라 어렸을 적에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기 집안에서 '천한 신분'이 있었는데, 그 천한 것이 심지어 자신의 '형님'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거의 발작버튼처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천한 것들을 향한 분노를 참지 않았던 것이다. 원술의 형이 누구였던가? 바로 '원소'였다.

원소는 원술의 아빠와 몸종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다. 양반과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서자'라고 부르는데, 그보다 아랫단계가 양반과 천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바로 '얼자'라고 불리는 신분이다. 조선시대에는 '적서차별'이 심했고, 조선후기에 들어서 '서얼철폐'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근대화 이전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원소는 바로 그토록 천하디 천한 '얼자' 신분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원술의 아빠가 원술이 어릴 적에 '조카형'이라고 속여서 집안에 들였고, 진실을 눈치 챈 원술의 엄마가 '원소'를 괴롭히니 어린 원술도 눈치 빠르게 원소를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원소는 원술의 형이 슬하에 자식이 없자 '양자'로 보냈고, 원소는 양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두 분이 돌아가시자 무덤을 6년 동안 목숨을 걸고 곁을 지켜 '묘살이'를 훌륭히 해낸 공로(?)를 인정 받아 '대명문가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원소는 당당히 명문가의 자손이 되었고, 동탁이 원씨 가문을 몰살시켜버리자 남은 것은 원소와 원술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원씨 가문의 적통은 '원술'이 이어받아야 마땅하건만 세상 사람들은 원술보다 형인 '원소'를 원씨 가문의 후예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원술이라면 어떤 심정이 들었을까? 이렇게 원술은 '천한 신분'의 사람들을 경멸했고, 그들의 재주가 비상하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신분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주인을 잘 섬기는 종놈' 취급하는 것을 당연시 했던 것이다.

그러다 손견이 '반동탁연합군'으로 활약할 당시에 '전국옥새'를 발견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원소와 원술은 '전국옥새'를 탐냈고, 정사에서는 손견이 원술에게 순순히 갖다바쳤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연의에서는 손견이 시치미를 뚝 떼고 품에 지니고 있다가 황조에게 비명횡사한 뒤, 아들 손책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원술에게 '전국옥새'를 바치고 군사를 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를 바탕으로 <삼국지톡>에서는 손책이 원술에게 건내주는 것으로 퉁치고, 원술 밑에서 모진 고생을 다하며 강동땅을 점령해나가는데 단 한 번도 전투에서 진 적이 없어서 '소패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하지만 그런 별명으로 불린들 손책이 세운 공로와 빼앗은 전리품 들은 모두 원술의 차지였다. 원칙적으로 '원술의 부하' 신세였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한동안 지속되지만 손책은 원술의 밑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원술이 여전히 대명문가의 지위를 누리며 수많은 이들의 추대와 아첨을 받는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원술은 나름대로 야심을 착착 진행시켜서 결국 스스로 '황제'가 되어서 '중(仲)나라'를 세우고 만다. 헌제가 버젓이 살아있었는데도 말이다. 원술에게 헌제는 그저 조조에게 붙잡혀서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가짜 황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원술은 스스로 황제에 오르면서도 자신만이 유일한 '진짜 황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자신은 귀한 신분의 혈통이고, 이런 난세에 제 역할을 못하는 '가짜 황제'는 황제라고 할 수도 없고, 남이 준 것이지만 '전국옥새'가 자신의 차지가 된 것을 '명백한 운명'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술이 황제를 표방하긴 했지만, 실력이 그 자리를 뒷받침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난세에는 적으로 둘러싸이는 것을 절대적으로 막아야 했으나 원술은 '동맹'을 만들지는 못하고, '실력'도 없으면서 자신의 발밑에 꿇어 엎드리기만을 바랐으니 일찍 망한 것이 당연한 셈이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난세에 '신분 차별'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보여주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일수록 '인재'는 생명줄과도 같다. 단 한 명의 인재가 수백 만명의 생명을 장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원술은 손책 같은 인재를 휘하에 두고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는커녕 부려먹기만 하다가 결국 품에서 떠나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나가는 글 : 한편 원술이 허튼 꿈을 꾸고 있을 때, 서주의 유비는 모처럼 얻은 '자기 세력'을 규합하고, 서주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지만, 여전히 서주를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조조가 두려웠다. 이미 한 차례 '서주대학살'로 큰 아픔을 겪은 서주 백성들은 행여라도 조조가 쳐들어왔을 때 유비에게 더욱 의지하려 들었고 말이다. 그런데 조조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받아들인 '여포'가 결국 눈엣가시였다. 사실 여포의 책사 진궁이란 작자가 더 꼴뵈기 싫었지만, 유비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원술을 상대하고 있는 틈을 타서 여포가 서주를 차지하고 만 것이다. 졸지에 유비는 모든 것을 잃고 조조와 여포 사이에 낑겨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유비는 과거 독우를 폭행하고 공손찬에게 몸을 의탁한 것처럼, 이번엔 여포에게 뒤통수를 맞고 조조에게 몸을 기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유비는 헌제를 알현하게 되고 '유황숙'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유비에게 득이 된 것일까? 소설 삼국지에서는 이를 아주 큰 이득으로 단정지었고, 더구나 명분은 유비에게 있다면서 '촉한정통론'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대세는 결코 유비에게 있지 않았다. 그리고 헌제가 먼 친척에 불과한 유비에게 '유황숙'이란 타이틀을 준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조조라는 무시무시한 짐승의 상대가 되어서 자신을 구하는 '충신'이 되어라는 강요인 셈이었다. 대놓고 그러면 아무리 '유황숙'이라고한들 조조는 단칼에 죽여버릴 위험도 있었으나, 헌제의 처지에서는 그런 위험을 이해할 필요까진 없었다. 유비가 진정 조조와 맞서 싸울 영웅이라면 좋고, 그로 인해 조조의 미움을 사서 개죽음을 당하더라도 헌제 입장에선 결국 '신하' 한 명 죽은 것뿐이니 손해볼 사안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유비는 영리했다. 자신이 조조 앞에서 '감투'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죽임을 당할 수 있었기에 철저히 몸을 낮추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황궁 옆에 살면서 늘 호화생활을 할 수도 있었건만 '조조의 감시'에 들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납작 엎드려서 농사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유비는 조조의 감시에서 벗어나 도망갈 수 있을 것인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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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7 삼국지톡 7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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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7>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4)

[My Review MMCCLX / 문학동네 4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아홉 번째 리뷰는 분명히 '아는 삼국지'인데도 이색적인 삼국지연의를 맛볼 수 있는 <삼국지톡 7>이다. 삼국지에서 '천하의 대세'는 조조에게로 모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조를 중앙으로 놓고 사방팔방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군웅들의 할거를 차분히 정리하면서 감상하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 복잡하기만 한 삼국지도 얼추 정리가 되면서, '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관도대전' 이전에는 꼭 알아두어야 할 영웅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수많은 세력들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 펼쳐져서 매우 어지러울 수 있다. 허나 이런 문제도 '조조'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면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삼국지>에서 진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비'다. 그렇기에 조조를 중심에 놓고 읽는 삼국지가 솔직히 재미는 떨어진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비'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정리하면 재미는 보장하지만, 정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유비가 정처없이 떠도는 것도 못마땅한데, 여포고, 조조고, 원술이고, 원소고...이놈 저놈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유비세력은 어렵사리 모였다고 다시 흩어지길 반복하는 통에 정작 '이야기'는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참에 '조조'를 중심에 놓고 삼국지를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길 바란다. <삼국지톡>이 아주 좋은 '교본'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더 좋겠고 말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7> 관점 포인트 : 7권의 주요 이야기는 '서주대학살'을 저지른 뒤 조조는 여포에게 빼앗겼던 '연주성'과 '복양성'을 되찾고 겨우 '근거지 정비'에 들어간다. 쫓겨난 여포는 유비를 찾아가 환대(?)를 받으며 '소패성'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조조와 유비는 서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각각 근거지로 확보한 '연주'와 '서주'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때 조조와 유비의 스타일이 완연히 다른점을 찾을 수 있다. 조조는 부족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황건적 잔당'이 머물고 있는 소굴을 소탕하면서도 '곽가'와 '허저'라는 인재를 등용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반해서, 유비는 우여곡절 끝에 서주성의 주인이 되면서 '자기 사람'을 더욱 챙겼고, 그 바람에 태평성대에 버금가는 치세를 펼치자 서주의 백성들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게 된다. 조조는 '패왕'이 되기 위해서 거듭 전쟁을 일삼으며 자신의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단단히 하는데 치중한 것에 비해서, 유비는 오랜 전쟁과 난리를 겪은 뒤에 '대학살'까지 끔찍하게 겪은 서주 백성들을 보살피는데 더 공을 들이며 마치 태평성대가 찾아온 듯이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달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자신의 근거지를 다스린 결과는 어땠을까? 세력의 힘은 조조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비는 비록 패배하더라도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내는 기이한 결과를 낳았다. 훗날 조조는 이런 결과를 치가 떨리도록 '질투'하게 된다. 천자를 손아귀에 쥐고 온 세상에 자신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도 백성들은 '조조'를 두려워할 뿐, 진정으로 고마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는 싸우는 족족 패배하고 늘상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도 백성들은 '유비'를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7권에서 '서주 대명문가 미축'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조가 휩쓸고 간 서주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건만 끝내 조조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 반면에 서주 백성들은 자신들을 구원하러 한달음에 달려온 유비에게 더욱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유비는 서주의 새 주인이 되어서도 백성들을 깍듯하게 대우하며 잠시나마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게 노력한다. 이 모습에 감동이라도 한 것일까? 미축은 자신의 전재산을 '유비'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여동생까지 유비와 혼인시키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때의 인연으로 미축은 끝까지 유비와 함께 한다. 그 바람에 전재산을 홀랑 다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이게 유비가 가진 매력이었던 것이다. 암튼 이 짧은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기에 고향 친구였던 '간옹'이 합류하고, 내정 능력이 뛰어난 젊은 인재 '손건'이 합류했고, 이들도 유비와 평생을 함께 하게 된다.

반면에 조조는 어땠나? 자신의 고향 연주까지 갖다바치며 재기를 도왔던 '진궁'이 결국 떠나버리고 말았다. '여백사 살인사건' 때 겨우 참았던 분노가, '서주대학살'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진궁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조조에게는 오직 '실리'만 있을 뿐, '인덕'을 쌓을 생각조차 없다고 말이다. 그나마 '사람'처럼 보였던 것도 원소에 비해서 '가진 것'이 쥐뿔도 없었던 시절뿐이었다. 그 까닭은 그야말로 빈털털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조조는 오히려 곳간이 텅텅 비어야 겨우 '사람구실'했던 것이다. 그것이 안쓰러워서 진궁은 고향인 '연주'에서 조조를 재기시키는데 성공하고, 조조에게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말라고 조언까지 했는데, 그 결과가 '서주대학살'이었던 것이다. 조조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세상을 굴복시키고 군림하려는 야욕만이 가득했던 셈이다. 이를 미리 간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되었으니 '진궁'의 자책감은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진궁은 조조를 물리칠 수 능력이 충분한 '여포의 책사'를 자처했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괴물'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원술은 손책에게서 뺏은 '전국옥새'로 황제에 오를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밑작업으로 손책을 앞세워서 '강동땅'을 평정하도록 명령했고, 손책은 이 명령을 충실히 따른다. 이때 손책은 '육씨 가문'을 멸문시켰고, 아직 어린 '육손'과 만나게 된다. 훗날 '이릉대전'에서 유비의 분노에 맞서 손권에게 엄청난 대승을 안겨준 소년 대장군이 될 그 어린이였다. 한편, 힘은 좀 쓰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 멍청한 '여몽'도 이때 합류하게 되는데, 손책은 아직 '독립'은 하지 못했지만, '기회'만 잡는다면 언제든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온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조조가 '천자'를 손에 넣은 것으로 시작 되었다. 이곽과 곽사에게서 탈출한 헌제를 조조가 맞이해서 모시게 되었고, 쑥대밭이 된 낙양을 뒤로 하고 '허도'에 황제를 모시게 되면서 조조는 '승상'이란 직위와 황제의 '보호자' 칭호까지 얻어내며 실질적인 권력을 손에 쥐는 위력을 대외적으로 표방한 것이다. 여기에 자극 받은 것이 '전국옥새'를 손에 쥔 원술이었다. 하늘 아래 두 명의 황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조조를 공략하기 위한 발판으로 '유비'를 공격했던 것이다. 마침 조조는 황제의 명을 빌려서 유비에게 원술 토벌을 명한다. 그렇게 유비와 원술이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사이, 여포는 빈집이나 다를 바 없는 '서주 공략'을 서두르고, 손책은 자신이 정벌한 '강동땅'에서 독립을 꿈꾼 것이다. 이렇게 대륙의 판도는 '군웅할거의 몫'으로 남겨 두게 되었고, 각 지역의 영웅들은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또 했다.

나가는 글 : 이 대목에서 가장 안타까운 영웅은 다름 아닌 '여포'다. 가장 뛰어난 영웅이었음에도 '이렇다'할 위업을 보여주지 못하고 '제멋대로' 살다가 죽임을 당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여포의 능력'에 반에 반만이라도 다른 영웅들에게 있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조조에게 '여포의 능력 반의 반'이 전해졌다면 그야말로 동탁을 능가하는 가혹한 통치자가 되었을 것이다. 남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제 손'으로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빈틈없이 실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조는 키 작고 왜소한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포악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손수 나서서 행하지 않고 언제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관철시키길 즐겼다.

반면에 '유비'에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성정이 착한데 힘까지 무시무시하게 가지고 있었다면 '착한 영웅의 대명사'가 되었을 것이다. 마음씨는 착한데 '자긴 능력'이 형편 없어서 남에게 빌붙어 살았고, 옳지 못한 일을 목격하고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굽히고 또 굽히는 굴욕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가 '여포의 능력 반의 반'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나쁜놈'만 골라서 떼찌떼찌 해줬을 것이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한편, 원소에게 '그 능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흠냐 상상하기 싫다. 원소는 '콤플렉스 덩어리'로 보아도 좋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원술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원소는 태어나면서부터 '얼자 콤플렉스'라는 신분적 억압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정식으로 '원씨 가문'에 인정받기 위해서 친부친모도 아닌 '양자'의 처지에서 도합 '6년상'을 치르고 난 뒤에야 겨우 '프린스 원소'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말이 '삼년상'이지 찌는 듯한 무더위와 애는 듯한 맹추위 속에서 '얇은 홑겹'만 입고, 먹는 식사라고는 잡곡과 풀데기만 먹으며 겨우 목숨만 연명할 지경이었으니, 그 시절의 아픔이 뻐에 사무쳤을 것이 뻔하다. 이런 '악바리'가 여포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면, 대단히 음흉한 야심가가 되었을 것이다. 세간의 눈치를 들키지 않는 선에서 '괴물' 같은 힘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손수 제거했을 테니 말이다. 대개의 <삼국지>에서는 원소가 '우유부단 모습'만 보이는 덜떨어진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실제 '정사'에서는 기민할 정도로 꾀가 많고 휘하 장수 또한 최고로 많았기 때문에 '식량창고'가 될만한 땅을 차지하게 된다면 '날개'를 단 듯 창공을 누비며 다닐 것이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색다른 삼국지'를 즐길 준비를 마친 셈이다. 7권에서는 '임팩트' 강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서 '빌드 업'을 하는 느낌만 들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며, 그 시작을 제대로 알려주는 '관도대전'이 펼쳐진다면 이야기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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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6 삼국지톡 6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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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6>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3)

[My Review MMCCLIX / 문학동네 4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여덟 번째 리뷰는 정사와 연의의 중간 어디쯤에 새로운 '삼국지연의'를 써내려가고 있는 <삼국지톡 6>이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솟구친다. 연의는 재미는 있지만 '찐 역사'라기에는 공갈이 너무 많다. 나관중이 당시 인기를 끌던 연극 쪽대본(!)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 인기가 많던 쪽대본들을 하나하나 모아 '하나의 연의'로 집대성한 것이라 <삼국지> 가운데 인기가 많은 것은 세세하게 인기가 없던 대목은 설렁설렁 넘기는 식으로 써내려간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사를 읽자니 너무 재미가 없다. '참 역사'를 깨우칠 수는 있으나 역사적 진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국지톡>은 연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도 정사와, 또는 다른 연의의 내용을 참고하면서 '실제 역사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한 생생함이 살아난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연의와는 사뭇 다른 전개 방식이지만, 그렇기에 '만화책'을 읽고 있지만 '참 역사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정말 많이 배웠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삼국지톡 6> 관점 포인트 : 6권의 주요 줄거리는 여포에게 죽임을 당한 동탁이야기연주에 정착해서 재기를 노리는 조조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지는 '도겸과의 전쟁', '여포와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원소와 공손찬의 대결에서 공손찬이 완패를 하고 두문불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6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다름 아닌 '서주대학살'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어지는 <삼국지톡>의 뒷이야기까지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핵심사항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서주대학살'은 도겸의 부하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조조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되었다. 허나 개인적인 복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한 짓이었다. '한 개인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서주 백성들 수백만 명을 학살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은 서주 백성이 아니고, 서주를 다스리던 도겸도 아니고, 도겸의 부하로 있던 '황건적 출신'의 일개 장수였을 뿐인데 말이다. 진정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면 '황건적 잔당'을 잡아다 족치는 것으로 만족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조조는 '개인적인 원한'만 풀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원소의 그늘에서 억눌리고 핍박 받던 스트레스를 풀듯 '연주'라는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하자마자 조조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다른 군웅들의 눈치밥을 먹으며 고작 '작은 영지'를 지키고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이익에 만족하는 사나이가 아니라, 천하를 움켜쥐고 뒤흔들 수 있는 '패왕'이 되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지위를 얻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나이로 변모한 것이다. 조조에게 애초에 이런 야심이 있었던가? 솔직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패왕의 지위에 오르라고 부추긴 것은 '정사'에서 진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진궁의 고향은 '연주'였고, 원소의 발밑에서 허덕이며 제 능력을 펴지 못하는 조조의 책사로 활약하면서 조조에게 모든 것을 베팅한 셈치고, 연주의 유지와 명망 높은 인재들에게 '조조, 한 번 믿어 보자'라고 진궁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조조는 '반동탁연합'에서 대실패를 하고 쫄딱 망하고, 원소에게 빌붙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때, 진궁이 '날개'를 달아주며 마음껏 비상해보라고 부추겼던 것이다. 그것도 '패왕'이라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릴 자질이 충분하니 해보는데까지 해보라면서 말이다.

이제부터 조조는 진정한 패왕으로 거듭나려 불철주야 노력을 하게 된다. 원소의 책사였던 순욱이 조조를 찾아온 것도 이 즈음이다. 거기에 정욱, 순유, 곽가 등등 쟁쟁한 책사들이 합류하면서 '연주의 내정'을 다지게 되고, 이런 탄탄한 내정을 바탕으로 조조의 군사는 점점 힘을 불려나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재기에 확실히 성공한 조조는 아버지 조숭에게 연락을 취해 연주로 모셔오고자 한다. 조숭은 연주로 가는 도중에 도겸이 다스리고 있던 서주를 지나게 되었고, 조조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도겸은 조조의 아버지를 융숭하게 대접하고 호위까지 붙여 환대했다. 그러나 일이 잘못 되려니 하필 호위로 붙인 군사가 '황건적 잔당 출신'이라 도겸이 선물로 준 보물이 탐나서 조숭의 목숨까지 해치고서는 달아나버리고 만다. 이에 분노한 조조는 이제 막 재기한 군사를 박박 긁어모아서 서주를 침공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비보에 당황한 도겸은 조조의 군세를 보고 위축되어 이곳저곳에 원군을 요청하지만 '공손찬 군대'에 있던 유비만이 이에 응답하고 스스로 원군을 자처해서 나아간다. 공손찬에게 소규모의 병력을 지원받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는 유비가 도겸을 돕고 싶어서 도우려 간 것이 아니다. 실재로 유비군과 조조군이 맞붙어 싸우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서서 원군이 되고자 했던 것은 무시무시한 공손찬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공손찬은 '북방의 귀신'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 잔인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 밑에 있다가 눈밖에 나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기에 유비군은 사실상 달아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서주 자사 도겸의 처지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막강한 군대가 지척까지 쳐들어왔는데, 늙고 병든 도겸은 이를 막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도겸도 젊은 시절에는 전장에서 빛나는 업적을 자랑할 정도로 용감무쌍했다고 전해지지만 이미 늙은 몸에 병마까지 시달리고 있어서 군대를 지휘할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돕고자 스스로 찾아온 유비군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조조가 서주를 침공할 때를 노려서 여포가 조조의 근거지인 '연주'를 빈집털이하자 조조군은 서둘러 철군을 했고, 유비군은 도착해서 별로 한 것도 없이 조조군을 물리친 공을 세운 셈이 되었다. 이에 감격한 도겸은 유비의 풍모에서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것을 보고 덜컥 '서주'를 안겨주고 말았다. 물론 유비는 사양을 하고 서주와 연주 사이의 작은 성 '소패성'에 머무는 것으로 합의를 했지만 말이다. 얼마 뒤 도겸이 죽자 '서주의 백성'은 자신들을 구원(?)한 유비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며 유비는 졸지에 서주 자사가 되고 만다.

한편, 여포는 동탁을 죽인 뒤에 영웅의 자리에 올라야 정상이었으나, 동탁군 잔당이었던 이각과 곽사에 의해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마침 조조가 연주를 비운 채 서주를 공격하러 가자 빈집털이를 하러 연주를 공격한 것이었다. 부랴부랴 돌아온 조조는 진땀승부 끝에 연주를 되찾고 여포를 쫓아냈다. 그렇게 유유히 돌아간 곳이 바로 유비가 새로 취임(?)한 서주였고, 유비의 환대를 받으며 당당히 소패성의 새 주인으로 들어앉게 된다. 유비는 왜 여포를 받아들인 것일까? 바로 조조군이 다시 쳐들어왔을 때 여포의 힘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크(위험)가 크다. 여포는 '배신의 아이콘'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유비는 자신이 도겸을 단박에 사로잡은 인품으로 여포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여긴 듯 싶다. 만약 여포 곁에 '책사 진궁'이 없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진궁이 여포의 책사로 있었기에 도리어 유비가 당하게 되었고, 애써 얻은 서주를 여포에게 내어주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끝내 유비는 구사일생으로 조조의 품으로 뛰어들게 된다. 마치 호랑이의 입 속에 제 발로 뛰어든 격이다.

그런데 조조의 책사였던 진궁이 어찌 여포의 책사가 되었을까? 그건 바로 조조가 저지른 만행을 견딜 수 없었기에 예전에 조조가 제 품으로 뛰어들었을 때 '죽이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서 조조 곁을 떠나고 여포에게 힘을 실어주어 '조조 죽이기'를 실현시키려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진궁을 조조를 죽이고 싶었다. 왜? 이제와서 뒤늦게야 '조조 죽이기'에 열을 올린 것일까? 그건 바로 '서주대학살'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여백사 사건'에서도 일찌감치 알쪼였지만, 그래도 진궁은 조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왜냐면 그건 '도망자의 절박함' 때문에 벌어진 헤프닝으로 볼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주대학살은 달랐다. 아무리 아버지 복수라는 명분이 있었으나, 죄 없는 서주 백성들을 죽이고 또 죽이면서 시체로 산을 이루고 강을 메우는 참혹한 짓을 벌일 까닭으로는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사패짓(사이코패스 행동)'이었다. 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진궁은 조조에게 떠난다는 말도 없이 떠나서 여포에게 '조조'를 죽여달라 애원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조는 어찌하여 '서주대학살'을 저지른 것일까? 애당초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는 핑계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주 지역'을 독차지하기 위한 욕망 때문이었다. 조조가 근거지로 삼은 '연주'는 사방으로 적들에게 둘러싸인 불리한 지역이었다. 북쪽에는 기주를 차지한 원소가, 남쪽에는 원술이, 서남쪽에는 형주의 유표가 호시탐탐 조조를 노리고 있었다. 연주 한 곳에서 이들 모두를 상대하기란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조는 원소가 먼저 서주를 점령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서주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욕망이 실현될 찰나에 유비가 나타나서 홀랑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그에 대한 분노가 멈출 줄을 몰랐고, 당장 여포를 몰아내야 했기에 급히 철수해야 했으나, 이대로 유비에게 넘겨주기에 아까운 서주에 '조.조.'라는 두 글자를 심어주고자 잔인한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비록 짧으나마 유비의 치세에서 안정과 행복을 누린 '서주의 백성'에게 누가 진정한 강자(패왕)인지 단단히 심어주려 했고, 무엇보다 유비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자신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던 '서주'를 유비는 아무 것도 '한 일(?)' 없이 덜컥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 한편, 서주대학살이 벌어질 당시 엄청난 인물 하나가 '학살현장'이 된 서주에서 형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바로 천재라고 불리는 '어린 제갈량'이었다. 훗날 제갈량이 유비와 손을 잡게 된 결정적 이유도 바로 '서주대학살'에서 겪은 충격 때문일지도 모르는 '복선'이다. 세상 똑똑한 천재가 왜 '대세'는 조조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비와 손을 잡았던 걸까? 대부분의 '연의'에서는 이 대목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삼국지톡>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려는 듯 싶다.

암튼, <삼국지톡> 덕분에 '서주대학살'이 가지고 있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 것 같다. 보통 '연의'만 읽게 된다면 조조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잘 드러나지 않아 '서주대학살'은 그저 그런 헤프닝으로만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주대학살'은 조조의 인품과 훗날 벌어질 일대 사건들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 때 당한 '서주 출신 인재들'이 속속 조조의 뒤통수를 치게 되고, 서주 출신 인재들이 '유비의 편'을 들면서 금이야 옥이야 그 무엇인든 아낌 없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도 다름 아닌 '서주대학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서주 부자 출신인 '미축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다. 미축 집안이 '유비'를 지지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수많은 서주의 백성들은 두 말 할 것 없이 유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에 나서고, 그 유명한 진등진규 부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며 유비를 지지했던 것이다. 물론 진씨 부자는 유비 개인에게 충성을 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 신하'로서 황제에게 충성을 다한 것이지만, 결국 유비가 헌제의 황숙이 되었기에 '로열패밀리'로서 유비를 돕는 일이 나라에 충성하는 일이 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삼국지>를 분석할 때 '서주대학살'을 중심적 사건으로 단언하고 비교분석해야겠다. 그동안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삼국지톡> 덕분에 '서주대학살'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조를 분석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로 적용해봐야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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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호의 과학 탐험 2 : 생명 탄생, 심해에서 우주까지> 임영제 / 과학을보다 / 김범준, 김응빈, 지웅배(우주먼지) / 알파주니어 (2025)

[My Review MMCCLVIII / 알파주니어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일곱 번째 리뷰는 과학학습만화의 '뉴노멀'을 제시한 <보다호의 과학 탐험 2>다. 앞서 '과학학습만화'는 필독서라고 강조했다. 미래는 첨단과학이 일상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 과학의 기초가 없으면 '그 일상'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다. 기초학문은 '조기교육'이 국룰이다. 어릴 적부터 쉽고 재미나게 즐기지 않으면 절대로 '그 감각'을 익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 적에 '계몽사'에서 출간한 <학습과학대백과>(전16권)을 선물 받고 '하드커버'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던 추억이 있다. 너무 오래 되어서 제목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맞다고 하더라도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출간했지만 애초에 '일본 뒤침본(번역본)'이기에 우리 나라 실정과는 다른 내용도 많이 있었던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우리 나라가 '학습만화'는 더 잘 만들기 때문에 굳이 외국 것을 찾아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미나게 만든 '과학학습만화'이냐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보다호의 과학 탐험 2> 관점 포인트 : 1권에서는 김범준, 지웅배 교수님 2명만 나왔는데, 2권에선 김응빈 교수님이 '보다호'에 합류하게 되었다. 바로 '미생물 분야'다. 크게 보아 '생물학'인데, 사실 생물학은 너무 심오하고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왜냐면 '생명'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아무리 첨단과학을 발전시킨다 하더라도 끝내 정복하지 못할 분야가 있다면, 그건 머나먼 우주도 아니고, 나노보다 더 미세한 양자역학도 아니다. 바로 '생명의 탄생과 신비'를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첨단과학 덕분에 인간은 세상에 없던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로써 인간은 '신의 영역'에 첫 발을 내딛었다면서 좋아라했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생명체는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유전공학기술'을 비롯해서 '무기물 합성'으로 '유기물'을 창조해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할만한 생명은 만들지 못했다. 만약 그게 성공했다면 인류는 굳이 '출산의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연구성과는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칮 잘못해서 전인류에게 재앙이 될 위험요인까지 안고 있는 연구이기에 그런 '생명창조'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윤리적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당부, 또 당부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보다호의 과학 탐험>에서는 '미친 과학자 집단'이 등장해서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전 인류에게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궁리를 한다는 스토리상의 설정을 했더랬다. 이들이 저지를 해괴망측한 말썽과 자칫 전인류를 절멸에 이르게 할 위험천만한 '과학실험'까지 저지를 가능성이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미친 과학자들'이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미친 과학자들의 위험하고 무모한 '과학실험'을 막기 위해서 '보다호'에 탑승한 용감한 탐험가들이 대활약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켜내고 과학기술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탐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럼 2권에서 등장한 '위험천만한 과학실험'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시베리아 대륙에 위치한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팀의 탐사장비를 훼손하는 나쁜 짓이었다.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 것도 위험한데,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이를 연구조사하는 '탐사장비'를 훼손하는 일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알아야 한다. 왜냐면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빼박 증거이며,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 그 내부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여러 가지 것들'이 세상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메테인과 이산화탄소'이며, 심지어 먼 과거에 존재했던 '바이러스 감염체'가 얼음(빙하)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기 때문이다. 메테인과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고, 이것이 '일정 농도 이상'으로 배출이 되면 지구는 '온실효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행성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온실효과'가 없어서는 안 된다. 지구 기후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실효과가 너무 강해져서 21세기 초 무렵보다 기온이 1.5도 오르게 되면 '온실효과'가 너무 강해져서 바닷물이 뜨거워지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온도가 뜨겁고 해수면이 상승한 바다는 매우 난폭해져서 '슈퍼태풍'을 평소보다 3~4배 더 많이 발생시킬 것이고, 수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파괴력까지 몇 곱절로 커져서 슈퍼태풍이 지나는 곳마다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고 말 것이다. 엄청난 비바람을 몰고 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해일까지 덮쳐서, 안 그래도 해수면이 상승한 바닷가 연안지대는 바닷물에 잠기거나 큰 파도에 부숴져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효과'를 너무 낮추게 되면 빙하기가 찾아와 지구 전체를 오랫동안 꽁꽁 얼려버리고 말 것이다. 그야말로 인류는 절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온실효과'로 인한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먼 과거에 '영구동토층'에서 얌전히 잠들어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다시 깨어나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감염원'으로 삼아 감염시켜버리면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서 병들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 수많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리고, 치료할 방도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끔찍한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백신'을 개발해서 예방과 치료를 할 수도 있겠지만, 백신 개발에는 엄청난 연구비용은 물론이고, 수많은 연구원들이 동원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고대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도 미미한 상황에서 만에 하나 '고대의 감염병'이 다시금 전세계에 퍼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하고, 어쩌면 제 때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지 못해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바로 이런 위험 때문에 인류는 '제2의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 테라포밍을 연구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바로 '화성'이다. 영화 <마션>에서도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이 '감자 농사'를 하며 구조대가 찾아갈 때까지 생존하는 것이 극히 희박하지만 '실현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지구와 닮은 행성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약간이긴 하지만 '대기'도 있고, 가장 중요한 '물'도 극지방과 지하에 상당한 양이 존재하고 있다고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인류가 바로 이주해서 살 수 있지는 않다. 적어도 인간이 살기에 적당한 '화성기지'를 먼저 설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지 안'에서만 생활할 수도 없으니 화성의 자연환경을 '지구처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테라포밍(지구 행성처럼 자연스런 환경 만들기)' 기술은 현재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방법도 마땅한 것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일단 화성의 기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100만 발의 핵폭탄'을 터뜨리자는 엉뚱한(?) 방법도 제안되었지만, 얼마 정도의 핵폭탄이 적당한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성의 중력'이 생각보다 약해서 애써 끌어올린 기온이 유지되지 못하고 식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직까지는 '테라포밍' 기술이 엉망진창이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에는 확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애써 '테라포밍'한 '제2의 지구'마저 헌신짝처럼 환경파괴를 시켜버리는 습관부터 버리지 못한다면 성공해도 실패한 것과 다를 바가 없을 테지만 말이다.

나가는 글 : 미래에는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텐데 굳이 '과학공부'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냥 AI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고, AI에게 대신 처리하라고 하면 더 간단할테니 말이다. 맞는 말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든 것을 AI에게 맡겨두고 멍청해져도 괜찮을까? 적어도 AI를 잘 다루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지금보다 더 똑똑해져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공부를 게을리하는 인간들은 결국 AI보다 멍청한 탓에 AI에게 '관리' 당하거나 '사육(?)' 당하는 '양계장속 닭'과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첨단기술의 핵심은 바로 '과학'이다. 과학의 다른 말은 '호기심'이고 말이다. 결국 첨단과학기술의 시대에 인간은 끝없는 '호기심'을 발현하지 못하면 점점 AI에게 '조종' 당하다가 AI가 '시키는 일'만 평생하다가 죽거나 '기계의 몸'을 가지게 되어도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그저 '로봇'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정말이지 AI가 '시키는(명령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AI를 잘 다룰 정도로 '똑똑한 뇌'를 가지고 있다면, '기계의 몸'으로 대체해서 '불멸의 존재'가 되더라도 똑똑하기에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 반대라면 더는 '인간'이라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비록 상상이지만 어떤가? 과학공부를 반드시 해야 할 충분한 이유라고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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