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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 오즈 - 완역본 ㅣ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2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11월
평점 :
<오즈의 마법사 2 : 환상의 나라 오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 최인자 / 문학세계사 (개정판 2023 / 초판 2007) [원제 : The Marvelous Land of Oz(1904)]
[My Review MMLXIII / 문학세계사 5번째 리뷰] <오즈의 마법사>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뒷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무려 13편이나 말이다. 그런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면 <오즈의 마법사 1편>만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우연찮게 '오즈'라는 신비한 나라에 도착한 도로시와 토토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와 함께 신 나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참 재밌다. 딱히 교훈을 주는 내용도 없이 그저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게 1900년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재밌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어린이 독자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난 뒤에 어떤 느낌이었을까? 요즘처럼 '볼 거리'가 넘쳐나는 시절도 아니었기에 어린이 독자들이 '후속작'을 써달라고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또 썼단다.
그런데 정작 프랭크 바움이라는 작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뒷이야기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며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그리 잘 된 것이 없었단다. 그러다 아내와 장모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어른들을 위한 쓴 책'들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더 구즈(서양판 '옛날 옛적 이야기')'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결국 <오즈의 마법사>까지 쓰게 되었고, 이게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뒤에 또다시 '어른책'을 몇 편 써냈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단다. 그러다 3년 뒤에 어린이독자들의 편지에 힘을 얻어서 <오즈의 마법사> 후속작을 기획했고, 이듬해에 2편에 해당하는 <환상의 나라 오즈>를 쓰게 되었단다.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프랭크 바움은 죽는 날까지 '오즈 시리즈'만 쓰다 마지막 14권을 쓸 당시에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마지막 책이 출간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나 사랑받은 책들인데, 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 까닭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에 '후속작'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았기에 이런 졸작(?)이 탄생한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뒷이야기'에 목말랐던 당시의 어린이들은 다시 시작된 '신비한 오즈 이야기'에 열광을 했고, 작가는 '떨어지는 영감'을 붙잡아 쥐어 짰지만 별소득이 없자 '독자들이 보낸 편지의 요구사항'을 참고(?) 삼아서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느낌이 다분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개연성 부족'이 몰입감을 많이 떨어지게 만든다.
이를 테면, 전편에서 '사기꾼'으로 밝혀진 오즈의 마법사에 앞서 오즈를 다스리던 왕이 있었고, 그 왕은 이미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오즈마 공주'가 오즈의 적통 왕위승계자라는 이야기가 2편의 주된 줄거리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난데 없이 '팁'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주된 줄거리를 알기까지 소설의 중반부까지 모두 읽어야만 '핵심 이야기'에 겨우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 '팁'이란 소년이 못된 마녀 몸비에게 노예처럼 억울하게 지내고 있었고, 그 마녀에게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하는 김에 '호박머리 잭'이라는 동료와 함께 떠나게 되는데, 이 호박머리 잭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것이 마녀 몸비라는 조금은 억지스런 상황으로 시작한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팁은 '위대한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오즈로 떠나게 되고, 처음엔 뚜벅뚜벅 걷다가 힘이 들어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싶은데, '없던 말'을 구할 수 없으니 못된 마녀에게서 훔쳐낸 마법가루를 이용해서 '목마'를 하나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타고 팀과 잭은 오즈로 향하는데, 허술하게 만들었기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게 된다는 설정을 깔아놓았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으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내용인데, 처음에 읽을 때에는 이게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가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 든다. 그나마 1편에 나온 주인공인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합류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오즈의 마법사'가 맞구나 싶지만, 이미 이야기는 중반이 넘었다. 그리고 난데 없이 등장한 '소녀들'로만 구성된 군인들이 뜨개질 나무꼬챙이를 무기 삼아 오즈의 에메랄드 성을 점령하더니 우두머리 소녀인 '진저 장군'이 허수아비 왕을 내쫓고 새로운 '오즈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만다. 졸지에 성을 빼앗긴 허수아비는 성을 되찾기 위해서 양철 나무꾼이 황제로 머물고 있는 뭉크킨 나라로 갔다가 성을 되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더 큰 힘을 얻고자 착한 마녀 글린다가 살고 있는 남쪽 나라로 찾아간다. 그곳에 도착해서 도움을 얻으려 했는데 '정식 왕위승계자'는 허수아비가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오즈마 공주'의 살았는지, 죽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에 수긍한 허수아비와 일행들은 글린다와 함께 오즈의 성을 탈환하기 위해 떠나는데...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결국엔 '오즈마 공주'를 무사히 찾아내고 오즈의 에메랄드 성의 주인으로 자리매김을 한다는 결말이다.
전편인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목적이 있는 여행을 떠났다. 도로시는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나선다. 여행 도중에 만난 허수아비는 똑똑해지고 싶어서 위대한 마법사에게 '뇌'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서였고, 양철 나무꾼은 인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으로 인해 따뜻한 마음도 잃고 차가운 몸뚱이만 남게 되었기에 '심장'을 얻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기 위해서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4명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머나먼 여행길을 떠났고, 숱한 위기와 신 나는 모험을 겪었지만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우정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펼치며 결국은 모두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런데 후속작인 <환상의 나라 오즈>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저 '작가의 필요'에 의해서 급조 된 듯 합류하게 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오즈에 가기 위해서 '달리는 목마'를 만들어내고, 포위된 에메랄드 성에서 탈출하기 위해 '날으는 검프(사슴을 닮은 동물)'를 만들어 등장시키고, 에메랄드 성을 탈환하기 위해서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된다. 애초에 허수아비가 잘 다스리고 있던 에메랄드 성을 빼앗은 '진저 장군'의 전쟁 목적도 허술하다.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으니 에메랄드 성에 널려 있는 '에메랄드 보석'을 훔치러 수많은 소녀들이 모였고, 그런 소녀들을 이용해서 '진저 장군'이라 불리는 소녀는 허수아비를 내쫓고서 '여왕'으로 등극한 뒤에 오즈의 모든 남자들에게 여자가 하는 허드렛일을 강요하는 법을 만들고, 여자들은 예전의 남자들처럼 놀고 먹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소녀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정당한 명분이 되리라 보는가? 훗날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되어 '진저 여왕'을 내쫓은 다음에 '오즈마 공주'가 정식 여왕으로 승계를 받은 뒤에 오즈의 남자들은 환호성을 외쳤단다. 더는 힘든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오즈의 여자들은 어땠을까? 역시 남자들과 똑같이 환호했단다. 그 까닭은 남자들이 만든 '맛없는 음식'을 더는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여자들은 모두들 본래에 하던 '힘든 집안일'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차린 맛있는 음식을 남자들과 맛있게 먹었단다. 이럴 거면 '전쟁'은 왜 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지만, 이건 좀...
이런 식으로 '개연성'이 매우 부족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서 솔직히 크게 감동을 받은 것이 없다. 100여 년 전 어린이들은 '환호'를 했을지 몰라도 21세기 어린이들은 그닥 '환호'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무려 12편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아닌 셈이지만, 이렇게나 얼렁뚱땅 펴낸 '속편'은 나머지 12편을 위한 '서론'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롭게 등장한 오즈의 진정한 주인공 '오즈마 공주'가 어떤 일을 펼쳐낼지 궁금하기도 하며, 아직 재등장할 기회가 없었던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가 남았다. 그리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펼쳐낼 모험이야기도 아직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관점으로 '희망'을 걸어본다면 나머지 뒷이야기는 좀 더 다채롭게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속은 김에 제대로 속아보려 한다. 남은 12편의 이야기도 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