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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ㅣ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마스다 미리 / 홍은주 / 비채 (2019) [원제 : 大阪人の胸のうち(2007)]
[My Review MMXLI / 비채 3번째 리뷰] 마스다 미리의 고향이 '오사카'인 모양이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오사카(大阪)'라고 해서 딱히 떠오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국내여행'도 잘 가지 않는 '집돌이'인데, 외국이야 오죽 이해하지 못할 바야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잘 몰라서 '검색'을 좀 해보니, 오사카는 일본의 '간사이(関西) 지방'에 속한 지역이란다. 우리 말로 하면 '관문(關門)의 서쪽 지방'으로, 일본의 '세키가하라' 관문의 서쪽을 일컫는 지역을 말하는 거란다. 이 '간사이'에는 효고현, 교토부, 시가현, 오사카부, 와카야마현, 나라현, 미에현을 포함되어 있는데, 교토가 일본의 옛 수도였기 때문에 우리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긴키 지방'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암튼, 마스다 미리는 '크게(大) 비탈진(阪) 지역'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전적 검색'을 해도 오사카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었다. 한국 사람이고 현재는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평생을 서울 근처에서 살아온 나도 '서울 사람들의 속마음'을 말해달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뭐, 서울 깍쟁이, 남산골 샌님...뭐, 이런 별칭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것들조차 몇 십 년 전에 불린 별칭들이고, 현재에는 잘 쓰지도 않고 있으며,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런 말이 있었는지도 잘 모를테니 말이다. 그런데 2007년에 쓰인 일본 오사카 사람들의 속마음을 회상한 작가의 에세이는 그보다 훨씬 더 옛날인 1980년~1990년대의 '오사카 사람들'의 일상을 추억한 것일텐데, 2025년을 살고 있는 외국 독자가 그 '속마음'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한마디로 이 책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은 도무지 내용파악을 할 수 없는 책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우리 나라에 소개된 까닭은 전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책들'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전작주의자들을 위한 배려(?)가 담겼다고 볼 수는 없고, 그저 '인가작가'의 저작물이니 어찌어찌 '판권'을 사들여 이득을 챙겨보겠다는 의도였겠으나, 이런 '일본인 작가의 개인적인 추억'을 한국 독자에게까지 소개해주는 친절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스다 미리 작가의 특색'이 아주 섬세한 감성의 언어유희가 아주 일품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수짱 시리즈> 이후 수많은 독자들이 생겼을 정도다. 그래서 일본출판사는 '마스다 미리'가 일본인의 정서를 담뿍 담은 글들을 따로 모아서 연이어 출판하고 대박을 터뜨리곤 했는데, 아마도 이 책도 그런 책들에 섞여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은 '아니올시다'였다. 일본 사람들에게 '오사카'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지역색(차별적 요소까지 포함된)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국 독자들은 그런 사정까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를 테면, 외국인들에게는 '경상도'와 '전라도'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두 지역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골까지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그런 감정의 골이 '인류 공통적인 문제'로 드러났을 경우에는 잘 설명하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도 있겠지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그 지역의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느낌적인 느낌까지 '전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전라도 사람이 "아따 거시기해부러"라고 말하는 것에는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말하는 상황이나 정황'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 있고, 설령 '같은 뜻'이라고 할지라도 '말하는 사람의 성별이나 연령, 억양 등'에 따라서 또 여러 가지 뜻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외국말'로 뒤쳐서(번역해서)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셈이다. 마찬가지로 갱상도 사람이 하는 "쫌", "마"라고 하는 말도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냔 말이다.
그런데 '표준 일본어'도 제대로 모르는 한국독자가 '오사카 일본어의 사투리'를 어찌 구분할 수 있겠으며, 그런 오사카 사투리만의 절묘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어찌 간파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전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해석에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좁은 입지에서 이 책을 이해하려 노력해보면, 오사카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고 감정에 충실하며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적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인 듯 싶고, 한편으론 '만담이야기(개그)'가 재밌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일본사람들이 속단하기에 '오사카 사람들'은 웃긴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한국 사람들 중에는 '경상도 사람'에다가 '충청도 사람'을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보다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말 한마디한마디에 '유머'를 담아서 쿵짝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보면, 자신이 '오사카 출신'이라고 밝히면서 순수하고 정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간간히 개그스런 행동으로 주위를 썰렁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곧잘 등장하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해보았다. 하지만 그나마 이런 캐릭터들은 대부분 '오사카 남자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에 마스다 미리처럼 '오사카 여자'가 말하는 귀여운 사투리 표현 같은 것을 전혀 짐작할 수도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도 답답해 했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일 수는 없다. 하지만 '출판인'이라면 그걸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이 책이 '한국독자'들에게 얼마나 유용할지 생각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본어를 '1급 이상'으로 취득할 목적을 갖고 있고, '일본 문화'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분들에게만 권한다. 교양적인 호기심으로 만족하는 독자들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될 책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