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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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XCVII / 한끼 1번째 리뷰]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성인을 위한 책과는 달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삼은 책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균형잡고서 출간되어야 하기 때문에 좀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런데 '학년별 구별법'으로 1학년(초등1학년)부터 12학년(고등3학년)까지 세세히 구분해서 책을 출간해도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왜냐면 분명 '7학년 수준'으로 출간했는데도 중등1학년이 읽기에도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반면에, 초등4학년이 휘릭 읽고서 감상평까지 쓱쓱 써내는 면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수준별 편차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어린이책(초등권장도서)'과 '청소년책(중고등권장도서)'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그조차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애매한 구분법에 따르지 않고 '성인도서'가 아닌 책을 모두 '어린이책'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그래서 0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자기만의 도서'를 찾아서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수준별 독서'를 하기 위한 전략은 필요하다. 아이들이 독서에 푹 빠지는 경험은 대개 '처음으로 읽는 책'의 호불호에 따라서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에도 이십대 후반에 우연히 접한 <로마인이야기 2권>(시오노 나나미)을 읽고서 '1년에 100권 읽기'에 도전하였고, 향후 20여년 동안 꾸준히 독서를 습관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간 직업도 바꿔서 '독서논술교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이런 계기가 어린이들에게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처음 읽는 책'이 자기 수준에 딱 맞고, 자신의 취향에도 딱 맞아 떨어지게 되면, 그 뒤부터는 하지 말라고 뜯어 말려도 하기 마련이다. 그 다음에는 '징검다리 책들'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책이 필요한데, 처음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던 책들이 '중간단계' 없이 너무 난해한 책으로 건너뛰게 되면 책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책들로 차근차근 실력을 다질 수 있게 '난이도 조절'이 잘 된 책들이 필요한 까닭이다. 흔히 '청소년책'이라고 불리는 책들이 바로 그런 책들이 되어야 한다.

이 책 <센트 아일랜드>(김유정)도 그런 '청소년책'으로 분류하는 책이다. 향수를 제조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는 오디션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이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책의 한 문장을 꼽자면,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내 몸에 벤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다. 어린 시절에 이와 같은 '확실하고 구체적인 꿈'을 가진 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는 꽤나 많이 회자되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삼은 '자기계발서'가 공전의 대히트를 치기도 했으니, 바로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와 <꿈꾸는 다락방>(이지성)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어도 좋지만, 30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 더'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하고, 이를 통과한 어린이를 20년 뒤에 추적조사 했더니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크게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더라는 내용의 책이다. 반면에 30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어치운 어린이의 미래는 그다지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는 반전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고작 30분을 참고 견디는 힘의 유무가 '성공하는 자세'를 갖춘 것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는 책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물론 '통계적'인 결론일 뿐, 정확한 근거가 있는 내용은 아니다. 30분을 참고 기다린 어린이 중에도 '성공'에 끼지 못한 삶이 있었고, 30분을 참지 않고 먹어버린 어린이 중에도 크게 '성공'해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삶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힘들고 어려운 일에 닥쳤더라도 '참고 극복해내고'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삶을 습관으로 들이는 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자세라는 점일 것이다.

한편, <꿈꾸는 다락방>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공식이 존재하고, 막연하게 꿈을 꾸는 것이 아닌 '생생하게' 꿈을 꾸고, 꿈을 위해 '헌신적으로' 실현시킬 노력이 더해지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굉장히 당연한 소리인데, 실질적으로 이를 이루는 사람이 적은 까닭은 꿈을 꾸는 것보다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매우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꾸는 사람에게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 주입하려 든다. 마치 '인디언의 기우제'를 연상시키는 방법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역시나 대박을 터뜨린 자기계발서가 되었다.

그럼 <센트 아일랜드>에서 꿈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이 소설의 주인공 이다린은 '센트 그룹의 연구원'이 되는 것을 꿈꾼다. 어릴 적부터 향기에 민감한 재능을 보였고,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곳은 '센트 그룹'밖에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의 반대가 심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가 '센트 그룹'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었고, 불의의 사고로 실명을 하였고, 그 때문에 좋아했던 향수제조의 꿈도 포기하고 퇴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그래서 '불의의 사고'가 있었던 센트 그룹에 입사를 원하는 자신의 딸이 혹시라도 엄마와 같은 일을 당할까봐서 우려스러워했기 때문에 반대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다린의 꿈'은 너무도 간절했다. 다린의 재능도 '센트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이 딱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다린은 엄마 몰래 '인턴십 과정'에 지원서를 넣었고, 1차 합격이 되어서 '최종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센트 그룹' 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룹 내부에서 엄마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불의의 사고'가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되었는지 파악하는 과정중에 '일종의 음모'가 파헤쳐지고, 이를 막으려는 세력이 '다린의 불합격'을 조장하는 일이 벌어지는 스펙타클 서스펜스 스릴러...쿨럭쿨럭..암튼 그런 스릴 넘치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지만, '청소년책'이라서 그런지 그런 '음모론'은 최대한 자제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뭐, 엉뚱한 곳에서 '출생의 비밀'이 터지면서 사건을 딴쪽에서 터지고 말지만 말이다. 암튼 '꿈꾸는 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서 좋았다. 살짝 교훈적이라서 밍숭맹숭한 느낌도 완전히 벗어날 순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다린의 꿈이 여기서 완성된 것 같지는 않다. 영화속 '엔딩크리딧' 뒤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이 있는 것처럼 이 소설책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풀풀 풍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속작'의 여부를 확인해봤는데, 아직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뒷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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