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8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8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미노루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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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XVI / 넥서스Friends 8번째 리뷰] 얼음 감옥에서 탈출한 최악의 요괴, 고주는 자기의 사랑과 청혼을 거절하는 스쿠요를 향해 엄청난 복수를 행한다. 하지만 그 복수의 목적은 '스쿠요'가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복수를 한다면서, 정작 '고주' 자신은 여전히 쓰쿠요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다. 고주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포장하고서 '쓰쿠요'를 향해 온갖 해코지를 하면서도 쓰쿠요를 위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삐뚫어진 사랑'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주의 '삐뚫어진 사랑'은 실로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고주는 쓰쿠요(봉행소의 수장을 맞기 전에는 '유키야'로 불렸다)를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하고 말았다. 비록 자신보다 2살이나 어렸지만, 요괴에게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더구나 '하급요괴'도 아닌 '상급요괴'에게 수명은 너무나도 길기 때문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어쨌든 고주는 자신이 첫 눈에 반한 상대를 '갖기' 위해서 청혼을 한다. 하지만 유키야는 고주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유키야의 관심은 온통 '누나'에게 쏠려 있었으며, 너무나 마음이 잘 맞는 절친 '바쿠란'이라는 요괴뿐이다. 그래서 고주는 유키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차례차례 '유키야가 사랑하는 이들'을 처단하려 들었다. 그렇게 다 사라지고 나면 유키야는 고주,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주의 삐뚫어진 생각을 미처 실행하기도 전에 유키야의 누나는 '쓰유미'를 낳다가 죽고 만다. 또 절친이었던 바쿠란도 어쩐 일(?)인지 유키야에게 큰 상처를 주고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유키야의 '주변(!)'이 정리되자 고주는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유키야는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키야의 부모님에게 결혼허락을 구했다. 지금 누나와 절친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유키야'에게는 돌보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건 청혼을 한 고주,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는 꽤나 근사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유키야의 부모님은 고주의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다. 물론 아름다운 고주가 유키야의 짝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이 깊고 고집스러운 유키야가 '고주와의 결혼'을 원치 않을 거라는 명백한 사실을 잘 알기에 섣불리 '유키야의 결혼'을 서두를 수 없다는 명백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고주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유키야의 부모를 처단했다. 주위의 비명소리를 듣고 유키야도 부모님의 거처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너무나도 요염한 자세로 앉아 있는 고주를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에 부모님의 피에 흠뻑 물들어버린 주변과 눈부시도록 새하얀 미소를 함박 짓고 있는 고주는 정말이지 참혹한 장면이었다.

유키야..아니 쓰쿠요는 봉행의 자격으로 고주를 체포하고, '얼음감옥'에 잡아넣었다. 살인죄를 지은 현행범이니 '즉각사형'으로 처형해도 누구도 반박할 수 없으련만, 쓰쿠요는 고주를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얼음속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 '처형'을 당하는 것보다 더 오래 고통스러울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어 영원히 고통받는 형벌인 '얼음감옥'에 가두어 고주를 천천히 말려 죽일 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결이 떨어졌는데도 '고주'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얼려지는 순간에도 그 미소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 탓에 얼음감옥을 지키는 옥지기가 그 미소에 홀려서 '그녀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고주의 탈옥을 돕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옥지기는 탈옥 후, 고주가 회복되자마자 살해당했고, 고주는 그 옥지기의 '껍데기'로 위장을 하고 쓰쿠요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며 복수의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이렇게나 처절하고 질긴 '복수의 서막'이 올랐고, 고주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 인물은 쓰쿠요의 조카, 쓰유미가 되어야 옳겠지만, 고주의 첫 번째 복수는 엉뚱하게도 '요괴돌보미, 야스케'였다. 심지어 요괴도 아니고 인간이 첫 번째 복수대상이 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야스케의 양아버지 '센야' 때문이었다. 센야는 지금 '대요괴의 힘'을 잃고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원래의 모습은 '바쿠란'이었기 때문이다. 바쿠란의 힘은 '눈'과 '머리카락'에서 나왔는데, 쓰쿠요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눈'을 뽑혀 버렸고, '머리카락'도 요술로 더는 자라지 않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쓰쿠요는 이번에도 바쿠란을 죽이지 않았다. 그 사연은 이미 앞서 밝혀졌지만, 얼음감옥에 갇혀 있었던 '고주'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고주의 기억속에는 바쿠란은 쓰쿠요의 절친이었고, 쓰쿠요의 가장 아름다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유일한 요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주는 쓰쿠요보다 바쿠란이 더 미웠다.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질 수 있던 것에 심한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쿠요보다 바쿠란에게 먼저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복수는 바쿠란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의 '생명'을 앗아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야스케를 가장 잔인하게 죽여버리는 것이 고주가 바라는 가장 으뜸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8권에서는 야스케는 고주의 끔찍한 계획을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고주가 마련한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게 된다. 해독을 하기 위해선 '고주의 숨통'을 끊어놔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고주가 이용한 '독극물의 특이함' 때문에 쓰쿠요의 목숨도 함께 거둬내야만 한다. 왜냐면 쓰쿠요가 야스케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결계'를 쳐놨고, 그 결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고주는 '스쿠요, 자신'을 독극물이 작용하게 만드는 열쇠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스케가 독물에 중독되어 고통스러워할 때, 쓰쿠요가 고통을 덜어주려 야스케에게 요력을 주입하는 순간, '치명적인 독'이 더욱더 야스케를 옭아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쓰쿠요가 아니라 센야..아니 '바쿠란'이었다. 센야는 하나뿐인 양아들, 야스케를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자세를 갖춘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추인 '쓰쿠요'부터 죽여버릴 각오를 한다. 야스케를 해독시키기 위해선 독극물을 시연한 '당사자'와 '개방자' 둘의 목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조차 '고주가 짜놓은 덫'이었던 것이다. 가장 친했던 절친이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드는 것 말이다.

자, 과연 야스케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고주를 벌 줄 것이냐? 그도 아니면 쓰쿠요와 바쿠란의 목숨을 건 결투가 벌이지게 될 것인가? 만약 둘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승자는 누구일까? 누가 이기든 마지막 고주와의 대결에서 유리한 것이 없다. 고주는 둘이 싸우다 지쳐버리면 아주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쓰쿠요와 바쿠란이 힘을 합쳐 고주를 상대한다해도 '고주의 죽음'만으로는 야스케가 해독될 수 없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의 양난이 벌어졌다. 과연 어떤 결말이 열릴까?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것은 결말이 아니었다. '삐뚫어진 마음'을 가진 고주의 최후가 어떤 것일지가 더 궁금했다. 누구 잘 되는 꼴을 볼 수 없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처단해버리는 누군가가 지니고 있을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몹시 궁금했더랬다. 뭐, 결말은 뻔한 것이었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삐뚫어졌는데 힘은 최강이라서, 그 삐뚫어진 마음을 바로잡기도 곤란하고, 힘으로 제압할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명쾌하게 처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번 편에서 밝혀졌다. 개인적으론 꽤 흡족한 방법이었고, 처벌 과정이었다. 그래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야. 내 예상범위 안에 있던 방법이긴 했다. 하지만 그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도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하긴 요괴마을에는 '민주주의'가 없으니, 더 나은 방법은 실현할 수 없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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