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2 : 루시를 만나다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재승이 <인간 탐구 보고서>에 이어 '아우린들의 이야기'를 또 하나 내놓았다. 이름하야 <인류 탐험 보고서>다. 인간이나 인류나 거기서 거기인 듯 싶지만, 저자의 변~에 귀기울여보면 '인간 탐구'는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책이고, '인류 탐험'은 어린이를 위한 생물인류학책이라고 소개하였다. 어찌 보면 <인간 탐구 보고서>는 과학분야에 집중한 책이고, <인류 탐험 보고서>는 과학분야에 '역사'라는 인문학분야까지 덧붙인 포괄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쨌든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전작'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모양이니 <인간 탐구 보고서>를 재밌게 즐기고 있는 독자라면 참고 삼아 읽어봐도 좋을 책임에 분명하다.

 

  '현생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다. 인류도 다른 생물종처럼 '다양한 인류종'을 갖고 있었으나 모두 멸종하였고, 현재는 유일한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다른 친척(?)들을 모두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유추하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일이 걸렸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또한 그 넓은 지역에서 살던 '호모 사피엔스'들이 동시간대에 동시다발적으로 동족살해를 저질렀다는 것도 의문이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고학적인 연구'는 계속 진행중이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하고 말이다. 왜냐면 인류종이 남긴 유적과 유물이 너무나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 발견된 것들도 너무나 단편적인 까닭에 돌멩이 하나로, 뼛조각 하나로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롭게 창조되다시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인류 탐험 보고서>의 말미에는 어린이독자들에게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곤 한다. 물론 어느 학문이나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한 법이지만 고고학이나 인류학이라는 분야가 좀더 그런 학문이긴 하다.

 

  2권에서는 아우린들이 시간탐험을 떠나 지구의 신생대 즈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최초의 인류라고 널리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랄로'는 남쪽의~라는 뜻이고, '피테쿠스'는 원숭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파렌시스'는 아프리카의~라는 뜻인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비롯해서 수많은 초기 인류종들이 대부분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남쪽 원숭이'라는 뜻이다. 아직 '호모(사람)'라는 이름을 달지 못한 까닭은 사람보다는 원숭이 유골과 더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흔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까닭은 다름 아닌 '직립 보행'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초로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걸었기에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걸까? 그건 아니다. 호모(사람)종도 아닌 피테쿠스(원숭이)종인데 그럴 리가 없다. 이런 오해를 하는 까닭은 '인류의 진화도'라면서 왼쪽에 원숭이를 그려놓고 점점 오른쪽으로 갈수록 현생인류를 닮아가는 '연속적인 도식'으로 진화의 계통을 설명했기에 종종 틀리는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무리 진화를 한다고 해도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호모 하빌리스(도구를 잘 쓴 사람)', '호모 에렉투스(곧서서 잘 걸은 사람)', '호모 네안데르탈'도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록 진화를 할지언정 결코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로 진화할 수 없다. 가능성이 1도 없으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런 오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진화'에 대한 상식을 간단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포유류의 조상'이 물고기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증거는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와 물고기 알속의 배아 직후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밖에도 여러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며 포유류의 조상이 어류이고, 어류에서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순서로 진화의 계통이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진화는 어류에서 양서류로 뿅~하고 '순식간'에 변하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할 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적응과 도태'를 이해해야만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은 지구라는 자연환경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생물은 자연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모든 생물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환경은 변하곤 한다. 지구적인 재앙으로 인해 '생물서식지의 환경'이 서서히 또는 급격하게 바뀌곤 하는데, 그 때문에 수많은 생물종들이 '대멸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척박한 환경과 바뀐 환경에서도 곧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진화의 매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원래 살던 생물종 가운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살짝 달라진 종들이 있는데, 그렇게 달라진 채로 '함께' 살아가던 하나의 종이 분화하여 두 개 이상의 종으로 살아가다 바뀐 환경에 '적응'한 종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종은 '도태'하여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멸종하지는 않고 소수가 살아남을 수도 있는데, 그런 소수가 또 다시 바뀐 환경으로 인해 살기에 적당해지면 다시 번성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적응과 도태', 다시 말해 '진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바닷속에 살던 어류종 가운데 일부가 바다위로 솟구쳐오른 대륙에 갇혀서 '얕은 바다'에 머물다 물속과 물위를 오가며 살아가는 양서류라는 생물종으로 환경적응에 성공한 것이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육지에서 더 많이 서식할 수 있는 '파충류'로 진화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일부가 '공룡종'으로 번성을 이루다, 현재의 '조류'로 살아남게 되었고, 공룡이 멸종될 시기에 최초의 포유류가 등장하면서 대멸종시기의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새끼를 뱃속에 품으며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던 포유류가 지금까지 번성하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영장류'로 불리는 유인원 계통이 다양한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현생인류'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진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극히 정상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아무튼 이 책 <인류 탐험 보고서>는 현생 인류의 조상인 '쿠(1권에서 말썽을 부렸던 현생 인류의 조상)'를 찾아 떠난 아우린들의 엉망진창 왁자지껄 대모험이 펼쳐지게 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앞선 시리즈인 <인간 탐구 보고서>와 같이 '외계인의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다는 점은 일맥상통한 점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살펴볼 수 없는 존재이니만큼 '거울'과 같은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 도구마저 마땅히 없다면 '제3의 사람'이 등장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줘야 하는데, 이 책은 바로 '제3의 사람'으로 외계인을 선별했다는 점에서 특색있다 하겠다. 아직까지 외계인의 존재는 밝혀진 바가 없으나, '그렇다'고 가정한 뒤에 펼쳐보이는 공상과학적 상상력은 지루함을 싹 날려버리고 재미만을 챙기는 장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시리즈가 기대가 되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