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 패권전쟁으로 이해하는 역사의 흐름
썬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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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냉전시대'를 이끈 두 나라는 '미국과 소련'이었다. 오늘날 우리 나라가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난 원인도 바로 이 두 나라 때문이었던걸 감안하면, 두 나라의 역사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이분법적인 논리'대로 미국은 착한 우리 편, 소련(현 러시아)은 나쁜 북한 편이라고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뿐이다. 이래서는 복잡하고 첨예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다. 특히나 우리 나라는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외교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외교력은 형편 없는 지경이다. 우리 외교의 기본 방침은 '자국이익'이어야만 하는데,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미국진영'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거의 '의탁'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균형'을 잃어버리고 강대국들의 '대리전'을 치루는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만 높여줄 뿐이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다. 그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목소리'에 무게감을 높이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누구도 허투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이로운 목소리'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의 지혜에서 그 목소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미국과 소련'이 탄생하기까지 그 배경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먼저 미국은 유럽의 이민자들이 북미대륙에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북미대륙의 원주민'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했을 것인데, 이민자들은 그런 관계를 '대량학살'로 싹 정리해버리고 만다. 그런 와중에 '독립혁명의 바람'이 불며 영국의 식민지에서 탈피하고 드디어 '미국(아메리카합중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서 미국은 정책적으로 '영토확장'을 우선적으로 삼는다. 이른바 '서부개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거대한 루이지애나를 사들이고, 원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강제로 빼앗고, 멕시코와 스페인과도 전쟁을 서슴지 않고 벌여서 '미국의 영토'로 넓혀 나갔다.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그 뒤로도 미국의 확장정책은 멈추지 않는다. 태평양을 넘어 동아시아 대륙까지 영토확장의 꿈을 펼쳐나갔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미국이, 조선은 일본이 차지한다는 '가쓰라 테프트 밀약'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덕분에 급부상하게 되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무적을 자랑하던 나폴레옹의 원정군을 보기 좋게 무찔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군대는 물리칠 수 있었지만 '프랑스의 혁명정신'은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혁명정신은 러시아를 강타한 '굶주림'과 함께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굶주림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그 원인을 적확하게 분석했다는 '마르크시즘'이 러시아에 휘몰아치게 되었다. 그래서 러시아 민중들은 '황제'를 몰아내고 혁명을 이끌던 '레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러시아는 사라지고 '소비에트연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혁명의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된다. 굶주림에서 시작된 민중봉기는 제정러시아의 탄압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볼세비키혁명 또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피를 흘리고 난 뒤에야 겨우 '소련'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두 나라가 '강대국'이 되어 냉전을 이끌게 된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균형과 견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천하통일이나 일당 독재는 모든 '권력자의 꿈'이겠지만, 하나로 뭉치면 반드시 쪼개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차피 '분열'이 숙명이라면 서로 균형점을 찾아 평화와 안정을 꾀하는 것이 '국제관계'를 현명하게 끌어가는 최선일 것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명실공히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으로서는 자신과 힘을 겨룰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절대악'이 필요했을지언정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소련이 붕괴된 직후에 '새로운 파트너'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오늘날의 G2 경쟁은 과거의 '냉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21세기에 '낡은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미국과 소련이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리와 상관이 없는 건 좀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와 따로 떨어져서 벌어지는 '사건'은 없다. 특히 근현대 한국사에서 벌어진 사건 가운데 미국과 소련(구 러시아, 현 러시아 포함)이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일제가 우리를 식민통치하게 된 것도 제국주의시절 전세계를 '땅따먹기'하던 서구열강들 때문이다. 그들이 암묵적으로 일제의 조선침략을 눈감아줬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나갈 여력을 짓밟고 저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덕분에 우리는 '해방이후'에도 오래도록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전범국'인 일제가 패망하면서 우리는 온전한 독립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패전국인 일본을 '대신'해서 분단이라는 형벌을 받아야 했고, 냉전 갈등의 분출구로 전락해 미국과 소련을 대신해서 '전쟁'을 치뤄야했다. 그 대가로 '분단 70년'이 지난 지금도 좀처럼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핵전쟁의 위협'까지 치닫고 말았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모두 일본,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자국이기주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무리한 해석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냉엄한 국제관계속에서 '자국이기주의'는 무엇보다 앞설 수밖에 없는 '옮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일본의 이익을 챙겨줄 것이며 미국의 노예로 살 것이냔 말이다. 우리의 첫번째 이익은 '통일'에 있다. 단순히 북한과의 통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에 있는 만주의 조선족과 연해주의 동포, 그리고 '고려인'이라고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한민족대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화교와 이스라엘의 유대인 들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저들은 세계 곳곳에서 살면서도 '조국의 부름'에 언제든 '응'하는 무한이기주의를 표방한다. 우리는 왜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끼리' 분열하고 싸워야만 하는가 말이다. 이제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뭉쳐야 하는 이유를 내세워야 할 때다.

 

  두번째 이익은 '중립'에 있다. 괜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단 얘기다.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면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말고 두 나라에 꼭 필요한 나라가 되어 양쪽을 이용해먹을 수 있어야 한다. '한쪽 편'을 드는 순간 균형은 깨지고 강대국의 속국이 되어 '강한 상대의 먹잇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편이라 믿었던 강대국 또한 우리를 자신들의 '총알받이, 그 잡채'로 이용해먹을 것이 뻔한 이치 아니냔 말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란 것도 결국엔 '저들의 전쟁'을 대신 치루는 전장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강해져야만 한다. 강대국의 힘을 빌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오직 독자적인 힘으로 얻은 '중립'이어야만 한다.

 

  마지막 이익은 '활용'에 있다. 현실적으로 통일과 중립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는 궁극적인 목표다. 그 전단계로써 강대국들을 충분히 활용해서 우리의 이익을 챙겨야만 한다. 한마디로 '뽕'을 뽑으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면 저들이 우리의 이익을 함부로 빼앗아갈 수 없도록 치밀한 계획을 짜야한다. 여차하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시작전권'도 하루 빨리 회수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위해 외교력을 충실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동안에는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 나라들을 '눈가린 경주마'처럼 무작정 따라하기만해도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허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의 기술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는 '세계대회'에서 1등을 따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젠 우리 스스로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우리만의 '기준'으로 세계시장을 포맷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한국표준(코리아스텐다드)'에 맞추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실함을 심어주어야 한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야' 대흥행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기준에 '따라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내비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익을 추구하는 최선의 활용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닌 '개최'에 방범을 찍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세계사 완전 정복>이라서 몇 자 찌끄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전세계가 '한류'에 미치듯이 새로운 '한국표준'을 내세우면 이 또한 미친듯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의 1020세대들이 반드시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푸른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저들이 고민하는 '내집마련 걱정', '사교육비 부담' 등과 같은 어려움을 완벽히 해결해줘야 한다. 늙은이들의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시사'와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역사'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역사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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