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5 -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의 대격변 시대 벌거벗은 세계사 5
최호정 그림, 김우람 글, 조한욱.김대보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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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을 집중조명 해본다. 이 두 인물이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 있는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드세요"와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다. 사실 두 말은 모두 '가짜'에 가깝다. 다시 말해 두 인물이 직접적으로 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들이 전해지는 것일까? 그건 바로 '군중'이 두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했는지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연스런 흐름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한편, 프랑스 혁명은 기존의 계급사회(봉건질서)가 무너지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권리'를 인정받게 되는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혁명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혁명정신으로 '자유, 평등, 박애(형제애)'라는 세 가지를 내세우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질서체계인 '공화제'에 대한 민중의 열의를 잘 드러내주었다. 그 과도기적인 혁명 와중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나갔으며, '나폴레옹'은 제3신분(평민)으로 왕이 사라진 혼란한 정국의 안정시키는 영웅으로 등장했다가 황제의 자리에서 몰락하고 만다. 그런 까닭에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프랑스 혁명'을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어린이책'이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달달 암기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또한 '미래 예측'을 위해서 과거를 분석하는 것도 어린이들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역사적 사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딱 두 가지다. 바로 '역사적 사실'이 지닌 의미를 알고, '역사적 인물'의 삶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인류의 발자취를 통해 인간이 저지른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게 되면 어른들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명한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삶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고, 어떤 삶이 가치가 있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역사책은 '사건'과 '인물'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떻게 조명하면 좋을 것인가? 역사에서 다루는 '여성'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역사가 '남성중심'적이라는 그릇된 편견으로 오래도록 써왔다는 비판으로 시작해서,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에 관한 올바른 시선까지 자세하게 풀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성편향적인 관점'은 또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게 되므로 지양해야 하며, 늘 '양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르지 않는 똑같은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시선'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속에서도 단지 '여성',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인지, 아니면 탐욕스런 권력욕만 가득한 잔혹한 독재자인지 조명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스런 정치국면을 빠르게 안정시킨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리더)였으며, 외국의 침공을 무수히 막아낸 구국의 영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총제, 집정관, 그리고 황제의 자리를 장기간 차지하면서 저지른 끔찍한 학살과 반대파를 향한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자행한 독재자였다는 것이다. 물론 한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 '일부분'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 극단적인 '두 가지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폴레옹 같은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였고, 이를 내세워 주변국 민중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던 점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혁명군의 수장이 되어 주변국의 민중을 해방시키는 목적을 내세워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영웅조차 '권력의 맛'을 본 뒤의 행동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만행들이었다. 황제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가짜뉴스'를 퍼뜨려 민중의 인기를 끌어모으는데만 신경 쓴 탓에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숙청해버리는 모습이나, 프랑스가 식민통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끔찍한 학살을 자행하고, 자신의 군대를 앞세워 다른 나라의 왕위를 빼앗아놓고도 저항을 하면 어김없이 탄압하고 목숨을 빼앗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신나간 독재자가 분명하다. 이런 독재자에게서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혁명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나폴레옹은 애초부터 '혁명정신의 수호자'라기보다는 그저 '신분상승'에 눈 멀어 오직 '권력욕'만을 탐한 독재자였다는 평가가 정당할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 인물을 집중조명할 때에는 '명백한 기준'을 정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단지 부자가 되어 풍요롭고 안락한 생을 꿈꾸는 것이 아닌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 역사의 수많은 전쟁영웅들은 '전쟁'이라는 끔찍한 시대를 겪었기에 나타났을 뿐이다. 그런 혼란스런 시대에도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모두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선택한 인물들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그런 영웅들은 평화로운 시대에서도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살아갔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런 영웅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역사'를 잘 가르쳐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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