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신비한 공감말 사전 맛있는 공부 41
양작가 지음 / 파란정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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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잘 하면 천냥빚도 갚는다고 했다. 그만큼 말의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말에 담긴 힘을 느낄 수 있는 때는 다름 아니라 '공감말'을 쓸 때다. 미안해고마워사랑해~와 같은 말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으며, 넌 참 대단해네 덕분이야너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와 같은 말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런 '공감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감정표현'에 서툰 까닭이다. 어릴 적부터 '성공'이나 '일류'만을 목표로 뛰는 경주마처럼 학업에 지쳐버렸기에 친구들과 즐겁고 신 나게 노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아이들이 참 많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이 '감정표현'에 능숙할까? 그러다보니 조그만 갈등에도 내탓네탓~만을 따지는 통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 현대인들이 겪는 현실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도 바로 '공감말'을 들었을 때였다. 내성적이고 심한 말더듬이였던 나는 학창시절에 거의 외톨이로 지냈다. 친구들과 놀 때도 거의 '깍뚝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재미나게 즐기기도 전에 주눅이 들고 눈치만 보던 나를 살갑게 대해주는 친구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빛나게 해준 이들이 '고2때 친구들'이었다. 교내행사에 나를 대표로 내보내서 상을 휩쓸었고, 체육대회에서도 열띤 응원을 해주어서 1등을 도맡기 일쑤였다. 그 시절의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논술쌤의 길을 걷게 만들어준 이들과도 참 행복하게 만났었다. 그때에도 나에게 힘이 되어준 말이 바로 "지아님과 함께 한 시간이라서 더욱 즐거웠어요"라는 공감말이었다. 나는 그 말 한마디에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고, 내가 머무는 장소에서는 늘 파티가 벌어졌었다. 말의 힘이 이렇게나 굉장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 이제 신입으로 들어가서 일을 새롭게 배웠는데, '실수'를 할 때마다 핀잔과 꾸중을 하는 사람 앞에서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곤 한다. 반면에 '실수'를 해도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그러니 더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집중을 해야 돼.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실수를 하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해야 하거든. 그러니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하라고. 알겠지? 처음 하는 것치고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거야"라고 공감해주는 말을 들으니 다시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더욱 집중해서 일을 하곤 한다. 물론, 핀잔과 꾸중을 하는 이도 내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주눅이 드는 것과 힘을 내는 것처럼 천지 차이를 보이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고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모두 '말의 힘'을 잘 보여주는 예다. 칭찬하는 한마디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실현시키고, 사소한 말장난으로도 상처받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면 '공감말'을 우리 일상에서 즐겨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자녀에게 권하기 전에 학부모들이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부모가 먼저 '공감말'을 선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부모의 말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말'을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감말'을 잘 하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는 상냥하고 친절한 이들도 가족에게는 심하고 험한 말을 함부로 내뱉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편한 사이가 되어 버리고, 너무 믿고 지내는 사이가 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속에서 늘 일어나는 불상사이기도 하지만, 오늘부터라도 '공감말'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갑게 말해보자. 출근길에 "당신 덕분에 오늘 하루 행복할 같아", 식사할 때 "오늘 국이 참 맛있다", 방과후 집에 들어오는 자녀에게 "오늘도 즐거운 일이 있었니? 엄마에게도 들려주렴" 또는 "오늘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구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아빠에게 말해 보렴".."저런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많이 속상했겠네. 오늘도 고생 많았어. 내일은 즐거운 일만 있기를 엄마랑 소원 빌어보자"

 

  때론 이런 상상도 해본다.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국가간의 전쟁도 막을 수 있다고 말이다. "정은아, 핵무기 만드느라 많이 힘들었지? 그것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서 주민들이 많이 굶주리고 있다면서. 고민이 참 많겠다", "그래도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고? 알지알지~ 국가지도자라는 자리가 자기 맘처럼 되는 일이 어디 있겠니.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안 하고 싶어도 할 수밖에 없잖아", "맞아맞아~ 트럼프가 또라이짓을 했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니. 다 된 밥에 코 빠뜨려도 유분수지. 트럼프, 걔는 정말 못 됐어. 하지만 트럼프도 자기 살 궁리하려고 그런 거겠지. 어쩌겠어. 당장은 힘이 쎈 나라인걸. 적당히 똥꼬 긁어주다가 궁둥이를 뻥 차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고. 정은아, 네가 이해해"...정상들끼리도 이렇게 '공감말'을 나누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파란정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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