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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평점 :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표현력'이다. 학부모들의 걱정도 "선생님, 있잖아요. 우리 아이가 '아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글쓰기나 발표를 하는 것을 보면 영 시원치 않아요. 왜 그럴까요?" 이런 식으로 '표현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 토로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설명해주곤 하는 것이 바로 '이해어휘'와 '사용어휘'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언어'란 듣거나 읽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말하고, '사용어휘'란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어휘 가운데 말이나 글로 표현되어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어휘를 말한다. 실제로 성인들이 100개의 어휘를 알고 있다면 주로 쓰는 어휘는 고작해야 20개 남짓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이해어휘에 비해서 사용어휘는 고작해야 20%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인간은 '망각'을 유용하게 쓰는 존재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 모두를 사용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뇌도 100%의 능력 가운데 고작해야 1% 남짓을 쓴다고 한다. 천재과학자로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고작해야 3%를 썼다고 하니 더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하릴없는 짓일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인간이 표현을 하기 위해서 전체의 20%나 쓴다는 것은 대단히 많이 쓴 셈이다. 그렇다면 '사용어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아는 100개의 어휘를 모두 사용하려는 욕심을 부려서 30~50%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너무 비효율적이면서 동시에 과부하를 일으킬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애초에 한정된 인간의 능력이 고작 그 정도라면 차라리 '아는 어휘'를 100개에서 200개로, 300개로 늘리는 것이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000개의 어휘를 익히게 되면 그 가운데 20%인 200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셈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대화에 써먹는 어휘가 하루 평균 80~100개라고 한다. 아무리 수다쟁이라고 해도 120개를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의심스럽다면 자신이 하루에 쓰는 말을 녹음을 해서 일일이 단어를 세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의외로 '사용어휘'를 적게 사용한다.
그런데 '사용어휘'를 꽤나 많이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쓰는 어휘만 추려도 하루 평균 200개를 훌쩍 넘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교양 있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하루 평균 500개의 어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야 말로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알맞은 어휘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이렇게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어휘'를 많이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아는 어휘'가 정말로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뜻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래'와 '정보지식'까지 그야말로 모르는 것이 없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을 담고 다니는 분들인 셈이다.
그리고 '교양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말을 참 쉽게 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만 골라서 한다는 점이다. 정말로 유식한 분들은 절대로 어려운 말을 하지 않는다. 대화의 상대를 배려하며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며 대화가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으면 쉽게 풀어가며 '같은 뜻'이라도 다양한 표현으로 이해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양이 철철 넘치는 이와 대화를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지고, 대화를 끝없이 이어가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끝없는 대화'를 이끌어가고 싶은데도 원치 않게 끊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건 바로 자신의 교양 수준이 현저히 떨어질 때다. 상대방의 교양 수준에 주눅이 들어서 말 한마디 건낼 때마다 '모르는 내용'이 나올까봐 불안해지고, 시쳇말로 쪽팔리는(기죽는) 기분마저 들게 되면 서둘러 대화를 마치고 도망가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그저 듣기만 하던가 말이다. 그렇다고 '교양'을 하루 아침에 닦을 수도 쌓을 수도 없는 일이니 정말 기를 펼 수조차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교양을 갖춘 이들은 절대로 상대를 무시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럴 땐 차라리 '좋은 말씀'을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서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면 된다. 정말로 아쉬운 것은 그렇게나 좋은 말씀인데 '알아 들을 수 없는 경우'일 것이다. 모르면 질문을 하면 정말 좋은데, 염치가 발동하게 되면, 질문도 서너 개를 넘기면 멈추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양'을 빠르게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간절히 바라면 길이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교양을 빠르게 쌓을 수 있는 좋은 교양책이 요즘에는 정말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생존 교양>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양'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래서 제목도 '생존'시켜준다고 하지 않은가. 책속의 목차를 보면 책의 구성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만 몰랐을 것 같은],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하나의 어휘'에 관련된 유래와 정보지식을 이야기하듯 설명을 곁들여서 어디를 먼저 읽어도 좋은 독서법이 될 것이다.
물론, 원하는 교양을 쌓기 위해서 꼴랑 이 책 한 권으로 만족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 우리 시대에 교양은 '인공지능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미터란 '고도계'란 뜻이지만, '척도, 잣대'라는 뜻도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지인들의 전화번호도 몇 개 외우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인공지능'은 최소한의 암기력조차 쓸 일이 없는 일상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아리야~ 비오는 날에 듣기 좋은 노래, 틀어줘"라면서 '자기 결정권'조차 인공지능에게 넘기게 될 것이다. 심지어 '데이트 코스'나 '연애 방법'까지 인공지능에게 의존하다보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맺어준 사람과 중매를 하는 일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의 취향'까지 속속들이 알아채고 인간들을 길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이 '노예'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진정한 교양을 갖춘 이들만이 인공지능의 길들이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어차피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식이 총동원되어서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인간을 흉내내어도,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 <생존교양>에 담긴 지식만 달달 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책에 담긴 지식을 '일상 속의 지혜'로 풀어내어서 써먹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뭔소리냐고? 예를 들면, '가스라이팅'이 뭔뜻인지 알았으면 절대로 해서도 안 되고, 당하고 있어서도 절대 안 된다는 말이다. 지식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야 밝게 빛이 나기 때문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