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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축이 뭐예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1
서윤영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8월
평점 :
사실, '건축'이나 '건축가'에 대한 책은 낯선 책이었다. 얼마 전에 관심을 갖게 된 <르코르지뷔에>라는 책을 통해서 오늘날의 아파트가 그의 '설계'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또한, 포항 지진 때 큰 피해를 보았던 건축구조물 가운데 '필로티 기법'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지진에 부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이슈가 되었는데, 이 건축기법도 '르코르지뷔에'의 작품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잠시 설명을 보태자면, '르코르비지에'는 공간의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래서 1층 공간을 정원이나 주차장으로 확보하고 2층부터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 형태로 만들었고, 주거 공간조차 불필요한 부분을 싹 빼고 꼭 필요한 부분만 넣어서 '공간의 활용도'를 최고로 높여서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고안한 집이 바로 '아파르트멍'이라고 불렸던 셈이다. 우리가 '아파트먼트'를 줄여서 '아파트'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아파트의 어원'은 프랑스말이었단 것도 처음 알았다.
이처럼 집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고 우리 주위의 건축물들을 바라보게 되면 '놀라운 사실들'을 건축물이 말해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를 테면, '한옥의 특징'을 꼽으라면 '온돌'과 '대청마루'일 것이다. 이는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헌데, 우리의 주거형태가 추운 북쪽지방과 더운 남쪽지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경도와 같이 매서운 추위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이 지역에서는 한옥이 'ㅁ'자 형태를 띠며 '공간'의 여유를 두지 않아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겹겹이' 지은 '겹집'을 만든다. 그리고 구들장을 놓아서 방안의 온도를 높이는 '온돌'을 깔았다. 반면에 남쪽지방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가옥구조가 'ㅡ'자 형태를 띠며 바람이 솔솔 지나갈 수 있도록 가옥의 한가운데에 '대청마루'를 놓았다. 그리고 마당에는 나무 한그루 심지 않아서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대청마루'에는 하루종일 시원한 바람이 불게 만든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마당의 뜨거운 열기가 위로 올리가면 그 빈공간을 채우기 위해 뒷동산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우리 전통가옥의 구조가 '배산임수'인 것을 감안하면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여름에도 늘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는 '대청마루'가 에어콘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냈을 것이다. 이쯤되면 중부지방에서 'ㄷ'자나 'ㄱ'자 형태로 집을 지은 까닭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한편, 고대 건축물이 하나같이 거대한 까닭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나라에 3만 기나 되는 '고인돌'이 있고,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있고, 메소포타미아에 '지구라트(바벨탑 등등)'가 있다. 특히, '고인돌'의 경우에는 우리 나라에만 전 세계 고인돌 수의 절반이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수의 고인돌을 세우기 위해서 '노예'를 많이 부려야 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운 사람도 '노예'가 아니라 농사 짓던 '평민'들이었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근처에 평민들이 살던 가옥을 대규모로 발굴해낸 덕분이다. 만일 '노예'들이었다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금시설이 대규모로 있었어야 할텐데, 피라미드 근처에 3~4인이 살 수 있는 주거형태가 대규모로 발견이 되었다면 이는 '일반 평민'이 피라미드 근처에서 살았고, 이들이 피라미드를 건설한 주역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임금을 신으로 모시기 위해서 세우는 건물인데, 정성껏 짓기 위해서라도 노예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피라미드를 세워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고대 건축물을 '일반 평민'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 받으며 정성껏 쌓아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바벨탑과 같은 지구라트 신전은 물론이고,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이나 콜로세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고인돌'은 어땠을까? 외국에서는 드문드문 발굴되는 유적인 탓에 '족장의 무덤'일 것으로 보였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평민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량의 건축사업을 벌인 것으로 해석해야 옳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견해'다.
한편, 집은 인간만이 짓는 것이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물이 만드는 집을 보고 인간이 따라서 만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동물들이 짓는 집을 보면 대단히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집을 잘 짓는 동물은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새'다. 우리 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까치둥지'나 '제비둥지'만 보아도 재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잘 알 수 있다. 심지어 새들의 둥지는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 없다. 그리고 둥지 안의 온도는 바깥날씨와는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도 대단히 놀랍니다. 또한 비버가 강둑에 짓는 집이나 개미, 벌과 같은 곤충이 지은 집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이긴 하지만, 일반독자들이 교양을 쌓기 위해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근래에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만든 책들이 꽤나 유익하게 만들어져서 웬만한 '인문학책'보다 훨씬 좋은 책들이 정말 많다. 이 시리즈도 <어린이 책도둑>이란 이름으로 기획된 '인문/사회책'으로 벌써 11권이 출간되었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의 시리즈도 계속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