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
아드리안 쿠퍼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박창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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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재팬'의 열풍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일본불매는 하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제품' 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를 향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라고 외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지난 잘못에 대한 사죄는커녕 사과나 반성도 없다. 그저 버틸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버팀'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행여 '오래' 가면 갈수록 더욱 불리한 것은 일본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은 바로 '소비자의 힘' 덕분이다. '공정무역'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소비자의 힘'이 없다면 시작도 할 수 없다. 그럼 공정무역이란 무엇일까?

 

  무역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공정하다'는 뜻을 달았으니 '무역'을 공정하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일까? '공정함의 대상'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노동자(생산자)'를 향한다. 노동자가 땀 흘려 열심히 생산한 물품을 '정당한 대가'를 주고서 사오자는 운동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무역'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따는 어린 노동자에게 하루동안 일하고 버는 돈이 고작 우리 돈으로 100~200원에 불과하단다. 축구공을 한 개 만들기 위해서 수백 번의 바느질을 거쳐야만 한단다. 그런데 이를 기계화된 공장에서 만들지 않고 어린 소녀의 손끝을 수없이 찌른 뒤에야 만든단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계를 들여서 만드는 것보다 소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이 소녀가 축구공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한 개를 만들 때마다 받는 임금은 고작 1000원에 불과하단다. 이 고급 축구공을 선진국의 소비자가 사려면 10만 원이 넘게 드는데 말이다.

 

  바로 여기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상품이 전해지면서 가격의 차이가 너무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축구공을 살 때는 10만 원인데, 소녀의 손에 쥐어진 돈은 고작 1천 원이다. 나머지 차액은 누가 갖게 되는가? 바로 '중간 상인(기업)'의 몫이다. 물론 기업들이나 중간 상인들도 억울한 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상품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오가게 되면 '운송비'가 들게 되고, 상품이 수출상인과 수입상인을 거칠 때마다 '이득'이 붙게 마련이라 '노동착취'와 같은 비난이라도 할라치면 억울할 법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린 노동자들이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왜냐면 너무나 적은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건 소비자들이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대형마트'에서 더 싼 상품을 소비하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기업이나 중간상인들도 더 싼 상품을 찾게 되고, 그렇게 싼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어린 노동자들의 몫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의 욕구'가 어린 노동자들을 '착취'하게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비싼 상품을 소비해야 할까? 그렇더라도 어린 노동자들의 몫이 커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중간에 거치는 단계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때에는 '중간상인들'만 큰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소비'가 노동자들의 삶까지 윤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공정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시하고 지켜보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착한 소비를 한 것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정무역 마크'를 보면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허나 '공정무역'에도 문제점은 있다. 일부 기업들이 '공정무역 마크'를 다는 것을 홍보마케팅으로 이용하며 그 홍보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한 사례도 있고, 애초에 소비자를 속이고 거짓으로 마크를 도용해서 착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수많은 무역상품을 일일이 검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적지 않게 적발하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힘'은 세다. 단 한 차례라도 신용을 잃는 행위를 하거나 갑질횡포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꺼내들며 기업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설령 기업이 아닌 '하청업체', '도급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원래의 기업에게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왜냐면 커다란 기업이 흔들리면 밑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자연스레 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비자는 기업을 믿고 소비를 하되 '공정무역'을 속이거나 하면 본때를 보여주면 된다.

 

  허나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 되었다. 세계 경기가 들쭉날쭉 할수록 기업들은 '공정무역'을 부담으로 느끼고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소비자'들이 줄어든 소득만큼 소비를 줄인 탓이다. 하지만 '착한 소비'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고용이 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노동자들을 외면하면 노동자들은 설자리가 없게 된다. 비록 머나먼 곳이라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내가 '소비하는 상품'을 만드는 또 다른 노동자의 노고를 생각해서 '합리적인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착한 소비를 멈추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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