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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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합니다."

본문 74쪽에 인용되어 있던, 아들러의 말.

나는 아들러의 철학, 그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전해주는 또 다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베스트셀러중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 책이 아들러의 철학을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러의 철학이 어떻기에 그 책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알프레드 아들러. 프로이트와 융과 더불어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사상들을 배울 때, 심리학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상은 정말 다양한데 배워갈 시간은 한정되어 있음이 이럴 땐 참 아쉽다.

그렇게 아주 낯설게 아들러의 심리학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들러의 심리학을 차근차근 쉽게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아들러가 주장한 사상을 차근차근 이해시키고 있었다.

29쪽에서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정말 많이 공감했었다.

자유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자립의 진짜 의미를 언급하는 부분들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 이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된다고 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원인론'과 '목적론'의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 책에서는 아들러 심리학을 육아에 적용하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대해야하는 중요성.

특히 아이를 칭찬하는 것이 수직관계로 인지하는 것이므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대등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존중하고 기대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부담없이 다가간 이후에는 아들러의 생애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철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저자가 그리스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인지 아들러의 철학을 그리스 철학과 연결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론과 실천이 연결되어 있는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이야기는, 앞부분의 내용을 생각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될 때 우리는 편안해진다.

무엇보다 당신이 시작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심리학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심리학이 평범한 보통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 아들러의 말이 참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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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콘크리트
마치다 요우 글.그림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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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낯선 만화책, 밤과 콘크리트


사실 이 책을 받기 전까지 소설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만화였다.

왜 만화라는 걸 몰랐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지만... 일단 읽기 시작!


이 책은 마치다 요우의 단편 4편이 포함된 단편집이다.

밤과 콘크리트, 여름방학의 마을, 푸른 사이다, 발포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단편의 분량은 다 다르다. 푸른 사이다가 가장 길고, 발포주는 아주 짧은 편.

그러나 네 편 모두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먼저 표제작 밤과 콘크리트.

잠 못드는 건축가는 어느 날 동료와 술을 마신 남자를 집에 들이게 된다.

그런데 그는 건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자였다.

그는 건축가에게 모든 건물들이 말을 해 시끄럽지만, 건물들이 자는 시간에는 조용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축가는, 그후 잠을 잘 수 있었다.


뭔가 감성적인 느낌이 풍긴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생각 끝에 이해할 수 있었다.

중간에 한 컷이 삽입되어 있는데, 의사가 그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심리적인 이유라도 진단하는 것이다.

이 단편의 주인공은 '혼자'라는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잠들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건물도 잠드는 시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따뜻한 존재에 감싸여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의 품 안에서 잠들듯이 잠들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 이야기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던 여름방학의 마을.

여름방학에 간 마을. 그곳에서 친구들과 지내던 주인공은 어느날 전투기를 발견했고, 또 수상한 박사를 만난다.

그로부터 어느 '발광체'에 갇혀버린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그 박사가 친구를 구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하고...

마침내 박사와 함께 그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된 주인공은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 이상은 스포가 되므로 생략!


사실 네 가지 단편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현실 속에서 벗어나 완벽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단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상 속에서 남몰래 품는 그런 상상들.


그리고 세번째 푸른 사이다는 상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단편은 가장 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선이 굉장히 직선적이라서 독특하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그러하지만 이 단편이 유독 직선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점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인물의 앞모습을 보면 직선들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상적인 이미지에 비해, 내용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주인공 소녀와, 그녀의 상상속 친구인 섬, 어쩐지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다만, 푸른 사이다의 의미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단편 발포주.

젊은 시절 꿈이 있었던 두 친구.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건 희미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생각한다. 적어도 그때 만큼은 서로 진심이었다고...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답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간결한 이야기였지만, 제목과 연결지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량의 탄산을 함유하고 있는 술. 보리의 함유량이 낮은 술.

거품 같았던 한 순간... 그러나 그 거품들도 술의 일부분이다.

아무튼 짧은 단편이다보니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재미를 바탕으로 만화책들을 읽어왔었는데데,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던 만화책이었다.

책 소개글에 있었던,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조금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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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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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궁금해지다, 조정래의 시선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조정래 작가님의 책은 유명하지만 읽어 본 적이 없었다.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근현대사를 다룬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 더 머뭇거려졌었다.

작가님에 대한 정보가 백지상태이다보니, 더욱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첫장을 넘기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막상 첫 인터뷰 내용을 읽는 것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정래 작가님의 비판어린 목소리를 읽어나가는 것이 조금 힘겨웠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읽어가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진전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조정래의 시선>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읽다보면 계속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질문하는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답변이 반복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된다고 해서 지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가 중요시했던 부분들에 대해 한 번 더 짚어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글만리>가 참 궁금해졌다.

일단, 이 책이 지금 현재 중국과 자본주의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이 궁금했다.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하고...

인터뷰 내용 속에서 소개되는 캐릭터들과 내용들이 궁금증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전작과는 달리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읽는 부담감을 덜해주는 것 같다.

작가님께서는 대하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를 비판하셨지만, 그래도 독서습관이 쉬이 바뀌지는 않아 적응이 필요하다.


<정글만리>에 관한 부분들이 많아 중국에 대한 다양한 작가님의 관점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우리 나라의 성장보다 더 급속도로 이루어졌다는 것.

중국과의 긍정적인 협력관계의 필요성. 특히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발전해나가는 중국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의 상황.

맹목적인 서양 우월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시기라는 점.

그런 새로운 관점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더불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제시해 주신 점들도 기억에 남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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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탄생 - 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는가
뤼시앵 페브르 & 앙리 장 마르탱 지음, 강주헌.배영란 옮김 / 돌베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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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들, 책의 탄생


이 책을 보는 순간 꽤 많은 분량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다른 책의 두배 정도는 되어보이는 아주 두꺼운 책.

그러나 무엇보다 '책'과 관련된 책이니 끝까지 읽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주말을 온전히 투자해서라도 읽어가기로 결심했다. 물론 이 결심의 배경에는 표지의 고풍스런 문양에 반한 것과 이런 책도 읽는다는 일종의 허영심 비슷한 감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데 학술적인 이유같은 게 없을 때가 더 많지 않은가. 때로는 이런 사소하고 황당한 이유에서 좋은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들어가며'라는 부분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지식의 양이 몰려온다. 우리가 현대에 '책'이라고 부르는 '인쇄본 책'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쇄 이전 책을 만드는 방법이었던 '필사'가 페시아 시스템과 같이 분업을 통해 전문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했기에 필사는 대량 생산도 가능했다. 즉,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리 비싸거나 힘든 작업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필사 시스템과 필경사들은 후에 인쇄기술이 발명되고 인쇄본 책이 등장한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의 작업이 인쇄 작업의 발판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책의 원료가 되는 종이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종이를 만드는 제지산업에 대해 얼마나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처음 종이의 원료는 헌옷(넝마)였다는 것. 우리가 쓰는 종이가 처음에는 헝겊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제지용 넝마가 따로 존재했으며, 그 넝마를 이용해 종이를 제작하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넝마가 종이 제작의 가장 중요한 원료였기 때문에 제지소는 넝마를 구하기 쉬웠던 도시 근처에 위치했었고, 넝마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다고 했다. 제지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14c~19c를 배경으로 한 책을 읽을 때 종종 볼 수 있었던 '넝마주이'가 제지 산업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직업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제지업자가 종이를 만들 때 자신이 제작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투명 로고를 새겨 종이를 제작했다는 것도 눈길이 갔다.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로고디자인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종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인쇄술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에 앞서 목판 인쇄를 소개하고, '인쇄술의 발견'에서 금속을 이용해 만든 활판 인쇄술을 다루고 있다.  먼저 서양의 인쇄기술을 설명하고, 동양의 인쇄기술을 언급한다. 특히 금속 활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한국도 등장해서 더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프랑스의 학자들이 지은 책인데 거기서 한국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좋았다. 서양과 동양의 인쇄작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인쇄가 발전했다는 점을 알아갈 수 있었다.


이어진 '책의 외형'이라는 챕터에서는 이미지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게 했다. 이전의 필사본과는 달리 인쇄본만의 특징을 가지게 된 이유들이 소개되었다. 처음에 여러가지가 혼재했던 서체들은 점차 4가지의 대표 서체로 굳어갔는데, 로툰다체, 대전문자체라고도 불리는 고딕체, 미사경본 문자체인 텍스투라체, '바타르' 고딕체, 안티쿠아 문자로 미래의 로마체가 되는 리테라 안티쿠아였다. 또한 제지업자가 자신들의 로고를 만들어 종이에 넣었던 것처럼, 인쇄업자들도 자신들만의 로고를 만들기 시작했고, 인쇄할 때 삽화도 만들어 인쇄하기 시작해 책은 점차 이미지적으로 볼거리를 담아가기 시작했다.


상품으로서의 '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전보다 많은 책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인쇄를 하는데는 돈이 필요했다. 때문에 원가와 재정조달에 대한 우려가 항상 존재했다. 인쇄를 많이 해도 팔지 못하면 결국 손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출자자로 공공권력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소개한다.


산업 발달에 따라 '출판 길드'도 등장했다. 출판 길드와 관련해 몇 가지 직업군에 대해 언급된다. 먼저 '활판 인쇄공'이라는 새로운 직업의 등장이다. 그들은 수공업자이면서 지식인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인쇄를 할 때 글이 틀리더라도 알아채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라틴어를 배웠고, 인쇄하는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상에 정통하고 논리를 중시했다. 때문에 그들은 점차 불합리한 근무환경에 반발하며 길드를 형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직인과 장인이라는 직업적 위치에 따른 갈등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 길드와 국가권력이 개입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는 저자와 저작권 문제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선인세라던가, 저작권문제는 처음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때문에 저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아무리 유명해져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인세 등과 같은 것에 대해 선도적 역할을 했던 것이 영국이었다. 1710년 새로운 법령이 공표되어 '저작권'copyright 소유가 서적상이 아닌 저자에게 가면서 저자의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인쇄술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담은 책을 가지고 인쇄업자들은 곳곳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초기 인쇄술 지원은 성직자들이 주로 했으나, 도서관에 책을 수용하는 양이 한계에 다다르고 인쇄되는 책의 내용 또한 종교적인 내용 외에 다양한 내용을 담게 되면서 인쇄업자들은 안정적인 고객층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쇄술이 서유럽 및 남유럽권에서 동유럽권, 아시아권, 신대륙(아메리카)에서 어떤 식으로 전파되었는지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사고 파는 매매에 관한 문제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송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보니 이동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제본방식도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송시 특히 신경을 써야했다. 젖거나 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다양한 책을 매매하는 박람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쇄업이 발달한 도시에서 주로 도서 박람회가 열렸다. 리옹, 메디나 델 캄포,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 박람회들이 있었다. 박람회에서는 새롭게 출간한 서지목록들을 만들어 새로운 작품들이 뭐가 나왔는지 알아가도록 할 수 있었다. 책을 매매할 때 대금 결제방식도 좀더 간편하고 손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변화해갔으며, 박람회에서 시작된 서지목록 출간과 중고책 거래, 방문판매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점차 국가적으로 인쇄 및 출판업에 대한 규제, 특히 '윤허권'이라는 것이 생겨나며 무단복제를 못하게 되고 검열 및 금서에 대한 부분들이 강화되면서 어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밖에 책이 가져온 변화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국어 체계의 확립에 인쇄본 책이 기여했다는 점이었다. 원래 대표적인 언어로 쓰였던 라틴어는 자국어를 사용한 인쇄본 책의 널리 보급되면서 점차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좀더 많은 대중이 사서 읽게 하기 위해 자국어 번역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자국어의 발달을 가져온 것이다. 한편 말이 글로 남게 되면서, 점차 제각각이었던 철자법도 하나의 표준어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루터의 언어를 들 수 있는데, 루터가 쓴 언어가 독일어의 표준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많은 내용을 썼지만, 이 책에 담겨있던 변화 내용을 여기 리뷰 글에 다 담지 못했다. 이 책 자체도 처음에는 2권 분량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고 하니 담기지 못한 인쇄본 책으로 인한 사회경제사의 내용은 더 많이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책 속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각각의 주제는 그 주제 자체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 것을 보니 하나의 상품이 사회 속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만 하더라도, 현대에 들어와 생긴 새로운 형식의 책인 '전자책'과, 국가가 출판 시장 경제를 어느 정도 통제하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이 있다. 이것들은 인쇄본 책의 첫 등장과 국가 권력이 통제하면서 변화를 겪는 출판산업의 모습과 겹쳐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또 느끼는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 다른 듯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비슷한 과정을 여러번 거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도 결국은 조금씩 발전할 것이고, 결국 사회 전반에 놀라운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인쇄본 책이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한 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탐독하던 독서습관에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독서습관으로 이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면 좋을 듯 한데, 자신의 책 『독서론』Librairie에서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도 새로운 시대의 이상적 독자에 대해 기술하며, 다가오는 새 시대에는 불특정 다수의 책을 맛보는 형태로 독서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만일 어떤 책 한 권이 마음에 안 들 경우,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든다.(……) 이런 종류의 연구에 있어(……) 온갖 저자의 책들을 구분 없이 훑어봐야 한다. 나는 서점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서점에 가면 이 책도 들춰봤다가 또 금세 저 책도 들춰보며, 순서 없이 무작정 이 책 저책 살펴보는 편이고, 파본 상태의 책들도 들춰 본다.` (p.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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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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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만나는 갖가지 경험,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일단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레 예전에 읽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과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 10>이 떠올랐다.

그 책들을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비슷한 구성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른 내용에 처음에는 So So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달랐다. 테마에 따라 호주의 여러 도시에 대한 여행 정보를 기대했는데, 에세이에 더 가까운 듯했다.

그러나 읽는 동안 이 생각은 바뀌었다.

애초에 나는 여행 책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는 것을 선호한다기보다는 에세이를 선호하는 독자니까.

에세이에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도시의, 관광지의 매력을 느껴가는 것이 좋다.


호주에 살고 있는 저자가 소개하는 호주 곳곳의 매력적인 여행지들.

아무래도 그곳에 살고 있는 저자가 소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행지도 더 특별하고 신뢰감있게 느껴진다.

표제에 맞게 총 10가지의 주제로 나뉘어 도시들, 여행지들이 소개된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역시 호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었다.

그 중에 단연은 역시... 캥거루 고기!

저자가 소개하는 캥거루 고기 음식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그 식감과 맛이 정말 궁금해져 간다.

이 독특한 고기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곳을 짚어주어서, 호주에 가게 된다면 꼭 그곳에 가서 캥거루 고기를 먹어보고 싶었다.

캥거루 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한번쯤 먹어볼만한 고기'라고 평했다고 하니까.

음식 소개하는 부분에서 또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하이 티 파티'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

특정 카페를 소개한다기보다 저자의 지인이 열었던 티 파티를 소개하며 문화적인 요소에 대해 말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호주도 영국인이 많이 이주한 지역이다보니 영국의 티타임 문화가 호주 문화에도 적셔져 있는 것이다.

차를 좋아하다보니 식사와 함께 즐기는 하이 티 파티도 꼭 경험해보고 싶은 호주의 문화였다.


또 호주 곳곳의 자연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다.

역시 여행에서는 자연이 주는 경외감과 치유를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싶다.

표지 사진으로도 쓰인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울룰루와 같은 지형, 북반구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을 것만 같은 남태평양의 바다.

아름다운 웬트워스 폭포도, 자연이 만들어낸 그레이트 오션 로드도,  캥거루들이 뛰어다니는 곳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줄 것 같다.

이러한 자연을 이용한 다양한 레저활동도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모래언덕에서 타는 모래 썰매나, 번지점프, 낙타를 타는 여행, 래프팅, 스카이다이빙, 요트, 크루즈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경험하려면 호주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어야하는걸까?

자연뿐만이 아니다. 호주는 멋진 건축물들도 많다.

그중 가장 보고 싶었던 건물인 시드니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있었다.

멋진 건축물 만큼 멋진 공연들이 열린다는 곳. 꼭 그곳에서 경험을 보는 것도 위시리스트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테마가 좋다. 오직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들.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이다보니 한여름에 맞는 새해 맞이 행사. 크리스마스도 여름에 맞는다.

악어를 볼 수 있는 점핑 크로커다일 크루즈도, 코알라를 직접 안아보는 경험도 했다는 코알라 보호구역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수많은 테마로 호주 곳곳을 들여다보며, 제목에 공감하게 되었다.

남반구에 위치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다른 나라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 나라 호주.

그 곳은 기대한 것들에서도,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에서도 놀라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나라인 것 같다.

사는게 그렇다. 인생에는 무엇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고, 반면에 뭐 하나 놀랄 것도 없다는 아이러니. 삶은 그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크게 기대하며 먼저 흥분하는 일도, 기대할 것이 없다고 지레 실망하는 일도 없이,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카타추타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오는 놀라움과 감동이 나를 두세배 더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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