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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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이야기와 함께 다시 다가오는 것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표지를 보는 순간, 단번에 눈길이 가는 곳은 연필로 쓰인 듯한 글씨였다.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안정적으로 보이는 손글씨.
그리고 느껴지는 연필의 질감.
그것들이 주는 편안함.
나도 모르게, 책을 펼쳐들기 전부터 연필의 매력에 붙잡혀버렸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필기구는 연필이었다.
얼마전, 방을 정리하다 보았던 어린 시절 꾹꾹 힘주어 눌러쓴 글씨가 가득한 일기장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아둔 추억들도 함께 떠오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연필 예찬론을 펼친다.
그런데 연필 예찬론은 결국 지나가버린 어떤 것들에 대한 기억과도 맞닿아 있다.
연필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추억으로 밀려나버린 것들.
저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들과 100퍼센트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불러오는 것들이 내게도 있기에...
그래서 이 책을 더 친근감 있게 받아들이며 읽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연필로부터 시작되는 잊혀졌던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걸어주어서.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 기기가 익숙해지면서, 연필은 점차 뒤로 밀려났다.
연필은 깎아야 한다는 수고로움도 있었고, 볼펜보다 쉽게 지워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쓰면 쓸수록 길이가 짧아져 쥐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런 불편함들이 연필을 멀어지게 했지만... 이젠 그런 불편함이 그리워 연필을 다시 잡고싶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연필을 찾았다.
연필꽂이에 오래오래 꽂혀 있었던 연필은 끝이 뭉툭해져 있는 상태였다.
칼을 찾아 슥슥, 연필을 깎았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무념무상으로 연필을 깎다보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연필을 깎는 그 잠깐의 시간, 잠깐의 휴식.
연필의 불편함은 어쩌면 그런 것을 주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연필 수집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읽다보니 다양한 연필의 매력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HB나 B, 4B, 2B만 써봤는데, H경도의 연필은 어떤 느낌을 줄까?
문구점에 가서 H경도의 연필 한자루 사와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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