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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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상의 철학을 이야기하다, 동물원에 가기


저자 알랭 드 보통은 국내에서 꽤 유명한 작가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작가이다.(어쩐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른다) 한 때 그의 작품을 읽으려고 몇 번 생각했었지만 생각으로 그쳤었다. 그래서 이 책이, 그에 대한 첫 인상을 결정한다는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되었기도 하다. 결과는? 평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읽을만 했다.


이 책은 시/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읽다보면 마치 지어낸 이야기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단편집으로, 슬픔이 주는 기쁨, 공항에 가기, 진정성, 일과 행복, 동물원에 가기, 독신남, 따분한 장소의 매력, 글쓰기(와 송어), 희극 이렇게 총 아홉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제각각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각 이야기 처음에 쓰여 있는 명언들이 인상적이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꽤 마음에 드는 명언들이라서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소재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점도 흥미롭다. 이 책에서 다룬 각각의 이야기는 저자가 다른 저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통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하니, 다른 책을 읽어가게 되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이 여러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에서는 보통 표제작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책에서는 맨 처음에 있었던 '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저자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 화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이 묘사하는 부분들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묘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 안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외로움, 황량함들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어나가며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일상의 주변적인 장소를 그렸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리고 저자는 나아가 그의 그림이 우리 자신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하며, 그림을 일상에서 접하기 위해 그림이 담긴 엽서를 사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꽤나 인상적인 그런 내용이었다. 또 이 글 마지막 부분에서 운송 수단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공항에 가기'와 어쩐지 연관지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공항 안의 다양한 풍경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텔레비전의 화면을 문학작품과 연결지어 이야기한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글, '진정성'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소재가 참 흥미롭다. 한 남자가 상대 여성에게 반해, 상대도 자신에게 반하게 하기 위해 유혹하는 과정에서 내적인 변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진짜 나'가 아닌 '상대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해석하는 부분들과, 그 과정 속에서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상상하고, 그 눈을 통하여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녀에게 누구인가?"였다. 이 질문의 재귀적 운동 속에서 나의 자아는 일종의 배신과 비진정성에 점차 물들 수밖에 없었다. (p.45)


네번째 글인 '일과 행복'에서는 일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시도를 약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용이다. 목표와 기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결론은 다소 비약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어지는 것은 표제작 '동물원에 가기'로, 동물원에 가서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내용이다. 굉장히 짧은 이야기였다. 그보다 더 짧은 '독신남'은 한 독신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연히 마주앉게 된 여성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남자, 그리고 그 꿈이 깬 후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기억에 남았던 '따분한 장소의 매력'에서는 보통 생활의 흥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또 한 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페터 드 호흐이다. 그가 그린 진부한 그림들, 전형적인 부르주아의 생활을 그린 그림들을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따분하면서 부르주아적인 도시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글쓰기(와 송어)'에서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되었지만 그보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쓰지 못하는 글들을 표현해 내는 작품들, 그 안에서 발견하는 독자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 이후 세상을 인식하는데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그런 위대한 책들을 더 많이 찾아내고,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p.126)

마지막 이야기 '희극'에서는 풍자와 농담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것이 전달하는 교훈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가들의 그림에 대해 다루는 미술적인 측면에서부터, 그 그림 안의 세계에 대해 파악하는 것. 또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면과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어우러지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철학이라는 것이 어떤 한 부분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덧. 지금 이 책은 절판이 되어 있고, 동일한 내용이 <슬픔이 주는 기쁨>으로 재출간 되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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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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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의 인생, 에브리맨


이 책 역시, 얼마전에 읽은 다른 책처럼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번에는 주인공의 죽음이다. 주인공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죽은 이와 달리 건강했던 형은 그를 회상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흙이 흩뿌려진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버렸다. 그리고 그는 뒤에 남았다. 물론 다른 누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비통해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 또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진정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p.23)

뒤에 남은 그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다. 그가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마주했던 그 시간. 어렸을 적 그는 수술을 받아야만했고, 당시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옆에 있던 소년의 죽음을 느꼈다. 그리고 수술을 무사히 마친 그는 살아남았다. 그 소년과 다르게.
생각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는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고, 불행했던 첫번째 결혼 이후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된 피비. 그녀와, 딸 낸시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는 신뢰를 저버린 데다가 거짓말을 했고, 결국 피비는 그를 떠났다. 그녀를 잃고 나서야 그는 그녀가 얼마나 그에게 필요한 존재였는지를 느낀다. 그러나 이미 늦어있었다.

이제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나이가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다. 여러가지 의료조치들을 받아야만했고, 그 의료조치 덕분에 그는 그래도 젊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는 이에게 그것은 안타까운 자기 합리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노년의 삶에 중심으로 둔 것은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림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어쩌면 그것은 그가 운영하던 그림교실을 통해 만난 인물들의 죽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죽음이 두려워졌던 걸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그의 부모님의 죽음, 그가 알았던 인물들이 나이가 들어 각종 병과 살아가는 모습, 먼저 배우자를 잃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여자. 그를 둘러싼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게다가 그의 몸은 자꾸만 문제를 몰고 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해가 없어졌다. 죽음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노년'의 모습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범한 삶을 살다보면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그 때.
노년이 된 주인공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젊음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 같은 것일 뿐.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대부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때문에 그는 여전히 건강한 형에 대한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생동감, 건강함. 회색빛이 아닌, 푸르고 밝은 그런 것들에 대한 갈망.
책은 꽤 몰입감있게 읽힌다. 에브리맨. 보통 사람. 사실 중간에 그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에서는 분노가 잠시 휘몰아치기도 했으나, 결국 후회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걸 보니 좀 누그러지며 계속 읽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후회한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
그의 가족의 보석상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친족,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친족을 소리쳐 부르는 자신의 모습.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 그들에게서 사라지는 것과 똑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p.171)

리뷰를 쓰다보니 뭔가 두서없어지는 느낌이지만, 책은 정말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처럼 차분히 절제된 상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끝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모든 죽음이 그렇듯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죽음. 한 남자의 삶의 마침표가 곧 책의 마무리였다.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죽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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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간식 여행 - 옛날 빵과 오래된 주전부리를 찾아가는
이송이 지음 / 즐거운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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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주전부리를 찾아가는, 출출한 간식 여행


책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동글동글하니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아홉 개. 나란히 줄세워져 있다. 가운데 있는 초코파이 안에 써 있는 것은, '소박하고 푸짐한 오천원의 행복'이라는 흰색 글씨. 가격에 큰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소개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특히 이 책은 '옛날 빵과 오래된 주전부리를 찾아가는' 출출한 간식 여행이다. 때문에 더 특색있는 간식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크게 세 가지 지역으로 나뉘어 간식을 파는 가게들이 소개되고 있다. PART 1은 전라도와 충청도, PART 2는 경상도, PART 3은 서울과 강원도였다. 기대했던 대로 맛있어 보이는 간식들이 많아, 저번에 디저트 가게 관련 책을 읽었을 때처럼 열심히 가보고 싶은 곳들을 기록했다. 그러고보니 책 자체가 그때 읽었던 디저트 가게 관련 책과 비슷한 느낌이다. 크기도, 구성도. 고르고 골라 최대한 줄여 보았더니 열두 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간식은 웬만하면 제외했다. 아무래도 기존과는 다른 특이한 간식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먼저 PART 1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간식을 소개한 내용 중 눈에 들어온 것이다.

목포의 쑥꿀래. 가게 이름과 파는 간식의 이름이 같다. 쑥꿀래란 쑥경단을 조청에 묻힌 간단하면서도 달콤한 음식이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만드는 방법을 보니 더 먹고싶어졌다.

쑥꿀래 만드는 법은 이렇다. 쑥을 삶아서 다진 후 찹쌀가루와 섞어 완자처럼 둥글게 뭉친다. 동그랗게 뭉친 것을 끓는 물에 삶아 팥이나 녹두 고물을 묻힌다. 여기에 조청이나 꿀을 부으면 쑥꿀래가 완성된다. (p.46)

담양의 김순옥 댓잎찹쌀도너츠에서 파는 댓잎 도너츠도 궁금했다. 댓잎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어떤 맛을 낼지 궁금했다. 특히 가게가 카페 형태를 하고 있어 함께 판다는 카페 메뉴들 중 댓잎 아이스크림 맛이 정말 궁금했다.

여수의 특산물인 갓을 넣어 구운 빵들을 파는 갓구운이라는 곳도 눈에 들어왔다. 갓을 넣어 만든 빵이지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갓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방풍잎과 천년초 잼을 활용해 만든 고요타와 갓을 넣은 갓오동빵, 돌산 갓파이, 갓티쿠키, 천년초를 넣어 만든 천년 초피셀 등이 있다는데 다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PART 2, 경상도의 간식 중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통영의 빼떼기죽은 그냥 빼떼기라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궁금했다.

안동에서 판다는 안동식혜는 빨간 식혜라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 식혜라니! 톡 쏘면서 알싸한 맛의 시원한 식혜라는데,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맛이다.

대구의 미성당 납작만두도 수수하고 소박한 맛이라서 더 먹어보고 싶은 간식이었다. 단순한 맛이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으니까.

부산의 B&C 베이커리는 빵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해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건강빵이나 옛날 케이크 스타일로 만든 것, 파이만주, 마들렌 등의 사진을 보니 빵이 굉장히 먹고 싶어지게 했다.

풍기의 정도너츠도 흥미로운 재료로 도너츠를 만들고 있어 가서 사먹어 보고 싶은 곳이었다. 생강 도너츠, 인삼 도너츠, 사과 도너츠, 허브도너츠, 코돈블루 도너츠 등 다양한 재료로 도너츠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맛이 정말 궁금하다. 이 가게는 서울에도 세 군데나 체인점을 냈다고 했다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PART 3, 서울과 강원도의 간식들.

통인시장 근처에 있다는 서울의 효자베이커리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 빵을 중심으로 콘브래드, 바게트, 어니언 크림슈 소보로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뭔가 푸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용산에 위치한 서울의 김용안 과자점도 여러가지 전병을 팔고 있는 곳인데 직접 만든다고 하니 더더욱 가서 사먹고 싶은 곳이었다. 특히 유명하다는 생강전병을 사 먹어 보고 싶었다.

속초의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 순대를 소개한 내용은 워낙 유명한 간식이니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속초의 찹쌀 호떡은 마가린에 튀긴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과자느낌이 강하고 바삭바삭하다는데, 어떤 식감일지 궁금했다. 음식은 식감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정말 궁금한 곳들만 골랐으니, 언젠가 꼭 찾아가야겠다. 덕분에 국내 여행을 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그나저나 맛있는 간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읽어가다보니, 간식이 먹고 싶어졌다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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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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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통로로 안내하는 책,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전에도 어떤 책의 리뷰에서 이야기한 것 같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국내에서 꽤 유명한데다가 팬층도 두텁게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게다가 클래식 세계에 거의 문외한이기 때문에, 오자와 세이지가 어떤 인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와 지휘자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인터뷰 형식으로 대부분 구성되었다는 점도, 끌리는 요소 중 하나였다.


책은 총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둘러싸고, 두번째 카네기홀의 브람스, 세번째 1960년대에 일어난 일, 네번째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둘러싸고, 다섯번째 오페라는 즐겁다, 여섯번째 "정해진 방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때그때 생각하면서 가르치죠.". 두 사람의 여섯 번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인터뷰와 기록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점차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끼워져 있는 '막간'이라고 소개된 부분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초반에 자신을 음악 듣기를 좋아하지만 문외한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음악을 듣고 표현해 내는 말들을 읽어보면, 그를 그저 문외한으로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자와 세이지 씨도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그런 언급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주변 정보 없이 순수하게 음악만 감상했기 때문에 더 음악을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에 대한 묘사는 정말이지 그 음악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감상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지휘자인 오자와 세이지 씨의 관점에서 듣는 클래식도 흥미로웠다. 그는 듣고 있는 음악을 전문가적인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휘자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넓은 해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들을 연결하여 이야기하니 이야기로서 읽는 재미도 충분했다.


책 처음부터 시선을 붙잡는 내용이었다. 같은 음악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듣는 모습이 나온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같은 곡인데 지휘자에 따라, 솔로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들이 어떻게 곡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곡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읽으면서 정말 그런지,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꼭 다양한 버전으로 들어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섯 가지 스타일은 꼭 들어보고 싶다.


인터뷰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게 재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이 크지 않을까 싶다.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자칫 딱딱하게 느낄 수도 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낸다. 인터뷰 형식은 다소 낯설지만 마치 잡지를 읽을 때의 느낌도 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인터뷰 내용이 끝나고 등장하는 막간 두번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는 글과 음악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 쓰는 법을 음악에서 배웠다고 언급한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리듬으로, 글에 리듬이 없으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적인 귀가 없으면 글을 잘 쓸 수가 없다. 흥미로운 관점의 생각이었다.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 문장부호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깁니다. 폴리리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음악과 마찬가지인 겁니다. 귀가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그게 가능한 사람은 가능하고, 불가능한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요. 물론 노력해서, 공부해서 자질을 키우는 일은 가능하겠습니다만. (p.121)

그런데 이런 그의 주장을 읽다보니 묘하게 공감이 갔다. 이 책 자체를 읽어가며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과거에 잘 읽혔다고 생각했던 글들이 아마 그런 리듬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구성이 참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적인 내용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편집도 간결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또 마지막에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아카데미 같은 것을 운영하는 내용이 실려있는데,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멋진 연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좋은 음악을 결국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멋졌다.

그곳에 있던 것은 진짜 '좋은 음악'에 대한 아낌없고 순수한, 진심어린 박스였다. 지휘를 한 사람이 누구건, 연주한 사람이 누구건, 그런 것은 관계없다. 그것은 틀림없이 '좋은 음악'이었다. 불꽃이 있고, 마술이 있었다. (p.317)


책 중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언급을 했었다. 문외한에 속하는 자신이 음악에 대한 자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음악이란 것은 그 정도로 저변이 넓고 속이 깊기 때문이다. 벽을 통과하는 유효한 통로를 찾아내는 것, 그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업이 된다. 어떤 종류의 예술이 됐건 자연스러운 공감이 있는 한, 통로를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p.92)

클래식 음악의 경우 어쩐지 '엘리트'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져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클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그런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도는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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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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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한 권에 숨어있던 애서가의 기묘한 삶, 위험한 책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었을 때, 그 책이 만족스럽다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위험한 책>은 얼마전 읽은 <페이퍼 엘레지>라는 책에서 접하고 궁금했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읽어갈수록 점차 흡입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책은 어떤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1998년 봄, 블루마 레논은 소호의 어느 책방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구판본 시집을 사서, 첫 번째 교차로에 이르러 막 두 번째 시를 읽으려는 순간 자동차에 치이고 말았다. (p.5)

화자의 동료이자 교수였던 블루마 레논의 죽음. 블루마의 장례식에서 대학의 로버트 로렐 강사는 "블루마는 문학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생을 문학에 바쳤습니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영결사를 낭독했고, 이것으로 인한 논란이 있었다.

한편 그녀와 가까운 사이였던 화자는 그녀 후임이 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블루마 앞으로 전달된 우루과이 우표가 붙어 있는 소포 한 꾸러미를 받게 된다. 그 안에는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에 지저분한 시멘트 부스러기가 묻어 있는 한 권의 책이었다.


화자는 블루마에게 온 책을 통해 그녀와 책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하고, 나아가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된다.

그 생각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껄끄럽지만 책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언급한다.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중략) 책을 잃어버리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반지나 시계, 우산 따위를 잃는 편이, 다시는 잃지 않더라도 낯익은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과거에 누렸던 감정을 일깨워주는 책 한 권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다. (p.17)

이 즈음부터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 전반에 등장하는 서가에 대한 이야기들, 또 책에 대한 애정들이 흥미로웠다. 특이한 관점의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런 새로운 관점들에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 자신도 책을 사랑하는 독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애서가들 각각의 생각들에 모두 공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화자는 결국 죽은 이에게 온 책을 직접 돌려주기 위해 휴가를 이용해 책을 보내온 곳으로 떠나가게 된다.

여기서부터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점차 느껴지기 시작한다.

화자는 책을 보낸 남자, 카를로스 브라우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브라우어 씨와 블루마가 참여했던 회합과 관련된 인물로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디날리 씨를 찾아간다. 그 앞에서 책을 꺼내놓자 노려보고 경계한다. 그리고 그는 브라우어 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인물로 델가도 씨를 화자에게 소개한다.

델가도 씨와의 이야기를 통해, 화자는 카를로스 브라우어가 책을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고 점차 기묘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언급하는 카를로스 브라우어의 모습들은 굉장히 기행적인 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애서가로써의 델가도 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이 부분에서 섬칫했던 것은, 블루마 씨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을 때 델가도 씨가 들려준 내용이었다. 화자처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어느정도까지 책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예상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될까? 아직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가 한 이야기 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책을 읽을 때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통로'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내게 내게 아무 페이지나 펼쳐 각 단어들의 간격으로 생겨난 수평이나 수직 방향의 길들을 쫓아가 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과연 내 눈앞에 행과 행들이 만들어내는 긴 통로들이 나타났다. 단락들을 횡단하거나 때로는 끊어지다가, 끊어지면 대각선 방향으로 진로를 터서 종횡으로 또는 자유롭게 낙하하듯이.

"언어의 리듬을 구사하지 못하는 작가는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작가는 한 문장 안에 네 철자 이상의 단어를 수없이 사용해 언어를 파괴하고, 텍스트의 리듬과 통로를 망쳐버립니다. 그런 책에서 통로를 찾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지요. 글자들의 간격이 너무 좁거나 넓게 편집된 조악한 책은 문자들이 은밀하게 이루어내는 형상을 찾으려 하는 독자들의 눈에 폭력을 가하는 셈입니다." (p.62~64)

이런 관점은 처음 접해서 더 흥미로웠고, 다음부터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이런 부분도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무래도 원서를 읽지 않는 이상 외국 소설과 번역된 소설의 '통로'는 서로 다를테니까.

글자가 가득한 책을 마치 이미지처럼 읽어가는 듯한 방법인 것 같다고 느꼈다.


한편 화자의 브라우어 씨에 대한 추적은 계속된다. 책을 통해 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는 브라우어 씨가 만든 집이 있다는 곳까지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폐허가 된 집터만 남아 있었다. 그 곳 근처에 있던 어부들에게서 그 집에서 살던 브라우어 씨의 최후의 모습을 듣게 된 화자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듣게 했던 그 책을 원래 주인 블루마의 무덤 곁에 가져다 두게 된다.


이 책은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듯이 한 애서가의 삶을 찾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리로 이끄는 책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에서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겨서 더욱 이야기에 몰입해 읽어가게 된다. 그 애서가가 책을 다루는 방식이 점차 변화하는 것도 기묘하고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다.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되어 궁금했던 책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의외로 소득이 많았다고 생각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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