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셀프 트래블 - 2016~2017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4
김충식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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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듯 익숙한 도시, 셀프트래블 베이징

최근 읽은 셀프트래블 시리즈들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가 중심인 경우가 많아요. 여행할 지역을 확실히 정했다면 이쪽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 여행. 불필요한 정보 없이 해당 지역에 관한 정보로만 가득 채워진 얇은 여행가이드북이 훨씬 유용할테니까요.

이번에 읽은 셀프트래블 책도 도시 중심의 여행 안내서였어요. <셀프트래블 베이징>,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관한 여행정보로 가득찬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생각했어요.

처음엔 확 떠오르는 여행지가 없더라고요. 가까운 나라 중국의 수도인데도 말이죠.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중국의 유명한 여행지들이 베이징에 많이 있었다는 걸요.

하긴, 우리나라도 수도인 서울에 관광지가 많이 있잖아요? 당연히 한 나라의 수도는 여행의 중심이 될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명한 곳을 알고는 있었는데 지역과는 매치가 안되었었나봐요. 파리하면 에펠탑! 런던하면 빅벤! 같이 딱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베이징하면 자금성!하고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밖에도 많은 관광지가 있는 베이징이지만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여행지는 자금성이라서요.

 

셀프트래블 시리즈마다 보이는 Mission in Beijing에서는 총 10가지 미션이 있어요. 박물관, 전통문화, 야경핫스폿, 중국문화 이해, 종교 유적지, 쇼핑거리, 먹거리, 음식문화, 대중음식, 중국식당 이용 등 테마가 정말 다양하답니다. 또 하나하나 여행 계획 세우는 건 귀찮다는 귀차니즘파라면 참고하세요! 길게 혹은 짧게 즐길 수 있는 베이징 여행 코스가 소개되어 있으니까요.

이어지는 것은 세세한 지역별 소개에요! <셀프트래블 베이징>은 다른 도시들을 소개했던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심부, 동부, 서부, 근교 등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해 여행지별 거리를 파악하며 여행계획 짜는 데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각 지역의 관광명소, 볼거리, 주요 식당과 숙박장소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곳들이 몰려있다면 그곳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죠? 또 여행자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베이징에 관해 좀더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 정보가 담긴 책을 읽을 때마다 도시 한 곳에서 여행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고 싶은 곳이 많아져 큰일이지만 말이죠.

- 나즈마가 상상팸자격으로 쓴 서평이지만 개인적인 생각만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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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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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숨은 비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사진을 찍을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의 나를 뚝 잘라내는 듯한...... 긴장이 돼서 렌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죠. 사진관에 있는 전문가의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p.73)

 

좋아하는 시리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쓴 작가인 미카미 엔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어떤 내용일까 두근두근했다.
'책'에 얽힌 미스터리에 이어 이번 소재는 '사진'이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네 가지 수수께끼를 주인공이 풀어가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배경이 바로 니시우라 사진관, 주인공의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사진관이다.주인공 마유는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운영해오던 사진관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니시우라 사진관으로 찾아오게 된다. 지금은 사진과 멀리 떨어진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외할머니에 의해 카메라를 손에 들었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대학 시절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카메라를 영원히 놓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진과 카메라에 관련된 지식들은 그녀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데 열쇠가 된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과거 자신의 실수로 상처입은 친구와 마주하기로 마음먹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건만, 생각 외로 그 무게에 당황했던 책이었다.
일단 주인공 마유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해 친구에게 입힌 '상처'가 너무 치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에피소드를 읽은 후로부터는 주인공이 많이 싫어졌다. 물론 그 사건 이후 마유가 많이 반성했고 그토록 좋아하던 카메라까지 놓은 채 지금에 이르렀지만, 애초에 그 실수를 저지르게 했던 마유의 '성격'이 자꾸만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어렸기 때문에, 그래서 주변을 잘 둘러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유는 너무 이기적이었다. 친구의 삶까지 마유가 결정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책 속에 실려있던 네 가지 에피소드들은 모두 누군가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문제가, 수수께끼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서평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모두 그 정도는 다르지만 이기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순수한 사랑이 담긴 경우도 있었고, 미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잘못을 영원히 숨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생긴 수수께끼의 경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또다른 가까운 이를 상처입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기적인 마음은 모두 사진속에 수수께끼를 담은 채 담겨 있었던 것이다.
마유는 그 모든 사건들을 풀어가면서, 마도리라는 남자의 말에 위로받는다. 변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
"무엇을요?"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요. 한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요." (p.275)

 

이 책은 성장소설의 면도 가지고 있다.
마유는 마도리의 말을 듣고, 과거 자신이 상처 입혔던 친구와 만나기로 마음먹게 된다. 어떤 말을 들을까 무섭고 두렵지만, 마주하고 용서를 구하기로 한다.
결말은 열린 결말. 마유가 앞으로 카메라를 다시 잡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아픈 과거를 알았지만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분명 마유는 그곳에 가기 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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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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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솔직한 수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소소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느낌이다.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다는 건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매력. 그럴 수 있는 건 저자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을 그린 작가였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차례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저자의 일러스트들. 참 앙증맞고 예쁘다. 조그만 창문 아래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총 여덟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제목부터 톡톡 튀는 말들이다.

 

아아, 인류여, 남자여, 여자여, 어쩌면 이렇게 부지런하고 성실한가. 나는 타인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때문에 멍해지고 만다. (p.70)

 

사노 요코의 이야기는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 부분들 중 하나가 이 부분. 바지런히 움직이고 많은 상황들에 준비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책 제목인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와 통하는 부분. 열심히 하는 건 피곤하다. 그런데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사노 요코처럼, 멍해지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부지런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 조급해지곤 한다. 그래서 사노 요코가 부러웠다. 당당하게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이렇게 그녀는 거침없이 솔직하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나의 독서는 그저 심심풀이다. 나는 따분함을 못 참는다. 하지만 타고난 게으름뱅이라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마음이 분주한 쪽을 선택하고 만다. 심심풀이로 읽기 때문에 활자는 그저 배경 음악처럼 흘러갈 뿐, 교양으로도 지성으로도 남지 않는다. 오락이니까 그냥 시간을 때우면 되는 거다. 내 안에 축적되어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일 같은건 없다. (p.318)

 

솔직하다는 건 당당하다는 것. 사노 요코의 독서에 관한 말도, 공감했다. 독서가 심심풀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부분. 그런데 사노 요코는 말했다. 애초에 주변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이해를 구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생각들에 대한 확신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일 듯하다.

 

진짜 같아서 곤란한 거다.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거짓말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서 구원받고 싶어 하는 걸까. (p.138)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솔직함. 속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던 것들을 드러내 말하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끔은 내려놓고 속에 담아둔 것을 꺼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진짜 내 생각은 뭐였는지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모두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할 때,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좀더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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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가 풀어놓는 그의, 내면 보고서

 

이번에 읽은 폴 오스터의 <내면 보고서>는 2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다. 이번 리뷰는 그 형식을 따라 2인칭 시점으로 써보려 한다.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당신은 이미 <내면 보고서> 전에 2인칭 시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이라는 청소년 도서였다. 그 책은 당신의 마음에 들었었고, 그래서 <내면 보고서>의 이 2인칭 시점에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신선함이 이 책의 매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 더. 당신은 폴 오스터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게 아니다. <왜 쓰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 역시 당신의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연결지을 수 있게 되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에서 폴 오스터는 그의 과거, 생각들을 온전히 써내려갔었다. <내면 보고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성향이 더 강화되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어렸던 시절, 소년 시절의 기억에서부터 대학에 다니던 청년 시절의 기억까지 당신 앞에 풀어놓고 있다.

 

당신이 가장 처음에 한 생각들, 당신이 자신 안에서 어린 소년으로 살았던 시절의 잔여들. 성인이 된 지금, 그중 일부만을 조각조각 단편적으로, 뭔가의 냄새나 감촉, 어딘가에 빛이 비치는 모습에 아무 순간 불쑥불쑥 당신 안에서 솟아오르는 한순간의 번득이는 인식으로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적어도 당신은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한다고 믿는다. (p.10)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온전히 그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다면 청년 시절의 이야기는 당시 연인에게 보낸 편지와 교차되며 진행된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당신은 저자에게 감탄한다. 어린 시절의 당신이 어땠는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기억은 백지 상태니까. 폴 오스터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은 당신의 과거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기록을 게을리한 것을 후회한다. 기억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오래 전, 같은 의문을 지닌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때 초등학생 시절 쓴 일기를 읽고, 당신의 기억과 다른 서술에 당황한 적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과거를 기억하는 건 왜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당신은 그때 뼈저리게 느꼈었다.

문득 당신 안에 악의가 싹튼다. <내면 보고서>의 모든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폴 오스터가 원했던 과거의 모습만이 선택적으로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왜곡된 기억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이건 저자 자신도 의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신 안의 다른 소리가 말한다. 굳이 의심을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내용이다.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엄청 빠져들었다.

 

폴 오스터가 본 영화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충격을 받았던 영화 두 편에 관해 이야기한다. 둘다 당신이 본 적 없는 영화였다. 첫번째 영화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였다. 영상이 아닌, 폴 오스터가 쓴 글로만 내용을 접했는데도 당신은 강하게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대로다.

 

당신 안에서 세상이 모습을 바꾸어 버린 기분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더이상 두 시간 전에 존재했던 그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다시는 그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다. (p.143)

 

두번째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폴 오스터가 소개하는 줄거리에 정신없이 빠져들다가 충격적인 결말에 이른다. 첫번째 영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가 영상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면, 두번째 영화는 절대로 영상을 보고 싶지 않았다. 우울해질게 분명했으니까.

 

당신은 저자의 글솜씨가 부럽다. 그의 기억력도 부럽다. 푹 빠져들어 읽다가도 그런 것들에 대한 질투심이 일어나 당신의 정신을 깨운다. 그러다가 당신은 폴 오스터도 완벽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로가 되는 지점이다.

 

당신은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될지 몰랐다. 현재에만 갇혀 있어서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가 실은 미래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일기장을 내려놓았고, 그 후로 47년동안 조금씩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p.193)

 

이 부분을 읽으며 당신은 과거의 당신을 생각한다. 과거의 당신은 미래의 당신(그러나 지금보다는 과거의 당신)에게 정말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던 거다. 당신은 그 편지를 찾아본다. 어릴적의 당신이 품고 있던 꿈, 미래들이 담겨있다. 너무나 아이같다. 당신은 씁쓸함을 느낀다. 당신은 과거의 당신에게 미안해진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멋진 어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은 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미래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편지 쓰는 것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과거의 당신도 지금의 당신과 같은 생각으로 그 편지들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두 사람은 한 사람이니까.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편지다. 폴 오스터는 스스로 타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당신은 그 반대지만 어쨌거나 독자인 당신에게 선택권은 없다. 그런데 편지 형식이 의외의 효과가 있다. 폴 오스터가 마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효과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폴 오스터의 편지 속에서 종종 비슷한 고민을 발견한다. 시대가 다른데도 말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결국 사람들은 다 똑같은건가. 당신은 생각한다.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 혼란스러워져.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이후로 어떻게 될지 감조차 잡지 못하겠어. 프랑스에 있을까? 유럽 다른 데 어딘가에?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의 어느 대학으로-컬럼비아? 그 다음에는 대학원? 취업?(글쓰기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게 틀림없어.) 비평을 할까? 번역을 할까? 그냥 굶주리며 글을 쓸까? 정치는 어떨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야. <모르겠어.> (p.222)

 

당신은 당신의 대답도 '모르겠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유명 작가인 폴 오스터가 청년시절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은 약간의 위안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폴 오스터는 당신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다. 여러 면에서. <내면 보고서>를 읽어갈수록 당신은 이리저리 생각이 휘둘리는 것 같다고 느낀다.

마침내 글은 대학 시절의 마지막 편지와 함께 끝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책에서 다뤄진다고 한다. 생각들을 자세하게 풀어놓은 폴 오스터 때문에, 당신은 자꾸만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당신 안에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생각들을 어떻게 그러모아 글로 풀어내야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생각한다. 만일 당신이 폴 오스터처럼 당신만의 '내면 보고서'를 쓰게 되면 어떤 내용들이 담기게 될까. 분명 그처럼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이 바뀐다. 지금 어린시절을 돌이켜 생각하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 풀어놓으면 아마, 책 한 권으로 모자를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아무리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 안을 살펴보면 현재의 그를 만들어준 과거의 다채로운 경험들이 있다.

당신은 언젠가 폴 오스터가 쓴 <내면 보고서> 이후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은 후에 당신만의 '내면 보고서'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이 리뷰를 쓰면서 느꼈던 것처럼... 의식의 흐름으로 쓰다보면 예상 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테니까,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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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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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든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것은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육신의 살해와 영혼의 살해, 비탄과 증오, 그리고 복수의 살해다. 그 살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인생을 바꿔놓으며, 그 유산들이 어떻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말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또한 폭력과 살인이 어떻게 끝이 나는지-만일 정말로 과연 끝이 난다면-말해준다. (p.17)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머뭇거리게 만든 이유들 중 하나는 분량.

꽤 많다. 그래서 무겁다. 가지고 다니며 읽기 어려워서, 읽기를 미뤄두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었다. 그건 이 책의 내용이었다.

책을 읽을 때(심지어 추리소설같이 반전이 중요한 작품인 경우에도) 스포, 결말을 알고 보는 것에 큰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내용 파악을 위해 일부러 알고 보는 경우도 많다. 이 책도 책 소개를 읽으며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내가 다가가기 두려운 내용이었다.

사형수의 가족이 써내려간 이야기, 어둡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내용.

그런 현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망설임 끝에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

그는 미국이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게 만든 사형수이자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마지막 사형수이기도 하다.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사형을 요구한 남자. 그리고 결국 자신의 요구대로 죽음을 이뤄낸 남자.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게리 길모어에 대한 간략한 이 말만 보면 그는 너무 냉정하고, 잔악무도한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게리 길모어가 그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에세이이다.

책을 쓴 것은 게리 길모어의 막내동생인 마이클 길모어.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풀어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가 써내려간 이 글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결코 진실을 알아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 안다는 사실 자체가 금단의 영역이었던 그 어떤 사건에 대한 대가를 우리 가족 모두가 이미 충분히 치렀다는 사실이다. (p.28)

 

이야기는 저자의 형제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내용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부모님의 부모님, 그 위의 조상들의 이야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모르몬 교도였던 어머니의 선대의 이야기였다.

처음 알게된 내용투성이었다. 모호하게 그려졌던 모습이 선명해졌다. 그런데 그 모습들은 모두 피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내용이었다. 폭력성으로 얼룩진 가족의 모습. 어머니가 어렸을 적 경험한 죽음들에 관해 담담히 서술하는 내용들을 읽으며 그 가족의 역사에 조금씩 머뭇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만나게 되고,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게 되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망령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미쳐버렸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조금만 잘못해도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부모의 사랑을 원했지만 받은 것은 폭력 뿐이었다. 아마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한 아이는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다.

다만 막내인데다 다른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났던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조금 다른 처지였다고 했다. 떠돌던 시기가 아니라 드디어 정착하게 된 이후 태어난 아이였고, 다른 형제들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이 자신의 형제들과 여러가지 의미에서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가족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고, 또 어쩌면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려웠다. 정말 두려웠다.

과거에서부터 꼼꼼하게 쌓아올려진 것들이 게리 길모어라는 인물에 이르러 폭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겉으로 확연하게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면들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어떤 사소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을 거쳐 커다란 사건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책 맨 뒤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누가 이 남자를 이토록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는가?"

그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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