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사진 속에 숨은 비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사진을 찍을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의 나를 뚝 잘라내는 듯한...... 긴장이 돼서 렌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죠. 사진관에 있는 전문가의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p.73)

 

좋아하는 시리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쓴 작가인 미카미 엔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어떤 내용일까 두근두근했다.
'책'에 얽힌 미스터리에 이어 이번 소재는 '사진'이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네 가지 수수께끼를 주인공이 풀어가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배경이 바로 니시우라 사진관, 주인공의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사진관이다.주인공 마유는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운영해오던 사진관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니시우라 사진관으로 찾아오게 된다. 지금은 사진과 멀리 떨어진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외할머니에 의해 카메라를 손에 들었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대학 시절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카메라를 영원히 놓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진과 카메라에 관련된 지식들은 그녀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데 열쇠가 된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과거 자신의 실수로 상처입은 친구와 마주하기로 마음먹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건만, 생각 외로 그 무게에 당황했던 책이었다.
일단 주인공 마유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해 친구에게 입힌 '상처'가 너무 치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에피소드를 읽은 후로부터는 주인공이 많이 싫어졌다. 물론 그 사건 이후 마유가 많이 반성했고 그토록 좋아하던 카메라까지 놓은 채 지금에 이르렀지만, 애초에 그 실수를 저지르게 했던 마유의 '성격'이 자꾸만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어렸기 때문에, 그래서 주변을 잘 둘러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유는 너무 이기적이었다. 친구의 삶까지 마유가 결정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책 속에 실려있던 네 가지 에피소드들은 모두 누군가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문제가, 수수께끼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서평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모두 그 정도는 다르지만 이기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순수한 사랑이 담긴 경우도 있었고, 미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잘못을 영원히 숨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생긴 수수께끼의 경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또다른 가까운 이를 상처입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기적인 마음은 모두 사진속에 수수께끼를 담은 채 담겨 있었던 것이다.
마유는 그 모든 사건들을 풀어가면서, 마도리라는 남자의 말에 위로받는다. 변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
"무엇을요?"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요. 한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요." (p.275)

 

이 책은 성장소설의 면도 가지고 있다.
마유는 마도리의 말을 듣고, 과거 자신이 상처 입혔던 친구와 만나기로 마음먹게 된다. 어떤 말을 들을까 무섭고 두렵지만, 마주하고 용서를 구하기로 한다.
결말은 열린 결말. 마유가 앞으로 카메라를 다시 잡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아픈 과거를 알았지만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분명 마유는 그곳에 가기 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