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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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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든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것은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육신의 살해와 영혼의 살해, 비탄과 증오, 그리고 복수의 살해다. 그 살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인생을 바꿔놓으며, 그 유산들이 어떻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말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또한 폭력과 살인이 어떻게 끝이 나는지-만일 정말로 과연 끝이 난다면-말해준다. (p.17)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머뭇거리게 만든 이유들 중 하나는 분량.

꽤 많다. 그래서 무겁다. 가지고 다니며 읽기 어려워서, 읽기를 미뤄두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었다. 그건 이 책의 내용이었다.

책을 읽을 때(심지어 추리소설같이 반전이 중요한 작품인 경우에도) 스포, 결말을 알고 보는 것에 큰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내용 파악을 위해 일부러 알고 보는 경우도 많다. 이 책도 책 소개를 읽으며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내가 다가가기 두려운 내용이었다.

사형수의 가족이 써내려간 이야기, 어둡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내용.

그런 현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망설임 끝에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

그는 미국이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게 만든 사형수이자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마지막 사형수이기도 하다.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사형을 요구한 남자. 그리고 결국 자신의 요구대로 죽음을 이뤄낸 남자.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게리 길모어에 대한 간략한 이 말만 보면 그는 너무 냉정하고, 잔악무도한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게리 길모어가 그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에세이이다.

책을 쓴 것은 게리 길모어의 막내동생인 마이클 길모어.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풀어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가 써내려간 이 글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결코 진실을 알아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 안다는 사실 자체가 금단의 영역이었던 그 어떤 사건에 대한 대가를 우리 가족 모두가 이미 충분히 치렀다는 사실이다. (p.28)

 

이야기는 저자의 형제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내용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부모님의 부모님, 그 위의 조상들의 이야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모르몬 교도였던 어머니의 선대의 이야기였다.

처음 알게된 내용투성이었다. 모호하게 그려졌던 모습이 선명해졌다. 그런데 그 모습들은 모두 피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내용이었다. 폭력성으로 얼룩진 가족의 모습. 어머니가 어렸을 적 경험한 죽음들에 관해 담담히 서술하는 내용들을 읽으며 그 가족의 역사에 조금씩 머뭇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만나게 되고,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게 되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망령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미쳐버렸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조금만 잘못해도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부모의 사랑을 원했지만 받은 것은 폭력 뿐이었다. 아마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한 아이는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다.

다만 막내인데다 다른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났던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조금 다른 처지였다고 했다. 떠돌던 시기가 아니라 드디어 정착하게 된 이후 태어난 아이였고, 다른 형제들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이 자신의 형제들과 여러가지 의미에서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가족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고, 또 어쩌면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려웠다. 정말 두려웠다.

과거에서부터 꼼꼼하게 쌓아올려진 것들이 게리 길모어라는 인물에 이르러 폭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겉으로 확연하게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면들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어떤 사소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을 거쳐 커다란 사건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책 맨 뒤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누가 이 남자를 이토록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는가?"

그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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