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일기 - 모래알 속에서 찾아낸 금과 같은 일기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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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이라는 장르는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솟아 올라왔다.

일본 문화 전면 개방과 맞물려 질적으로 양적으로 내리 꽂히던 일본 만화의 홍수 속에 한국 출판 만화계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만화는 한두시간만에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화가는 두명에서 수명의 어시스턴트를 두고 끼니도 제대로 못 떼우며 밤샘을 밥먹듯이 해야 일주일에 16~18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간신히 맞춰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한명의 한국 만화가를 발굴해서 키우는 비용보다 일본에서 흥행성이 검증된 새롭고 재미있는 만화들의 판권을 수입해서 찍어내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게다가 간신히 발굴하고 지면을 할애해서 기껏 키워놓은 작가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만화 시장은 만화방이라 불리던 대본소 체제가 무너진 이후 반짝 했지만, 대여점이 등장하면서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갔다. 만화는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 것. 그냥 빌려보거나 공짜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은 대본소때로 돌아갔다.

 만화는 딱 대여점 수만큼 팔리는 시장이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행본 한 권을 내는데 짧게는 6~8개월, 길게는 1년~1년반이 걸리는 한국 만화가보다 이미 수십권의 시리즈가 팔린 일본 만화의 판권을 사서 한달 단위로 시리즈 전체를 빨리 찍어서 빨리 팔아버리는 것이 자금 회수에 용이하고, 누적 판매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규칙이다. 요즘도 꾸준히 출판 만화계에선 신인 만화가들이 가물에 콩나듯 등단하고 있지만,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솟아나온 웹툰은 초기엔 출판 만화계에 등단하지 못한 만화가 지망생들과 아마추어, 혹은 취미로 만화를 그리던 네티즌들에 의해 탄생했다. 물론 웹툰이라는 장르는 말 그대로 '신생' 장르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 만화계의 범주 안에는 들어가겠지만, 출판 만화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웹툰은 만화적인 문법은 사용되지만, 웹툰 그대로 새로운 컨텐츠인 것이다.

 

 초기 웹툰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단점은 수익 창출 구조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림의 완성도는 둘째 치더라도, 개성적인 연출과 매력적인 구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뛰어난 스토리의 작품들이 꽤 많았으나 여전히 독자들은 '만화는 공짜로 보는 것' 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웹툰을 사업적으로 받아들이던 대형 포털들 또한 네티즌들을 자사 포털에 묶어두기 위해 양질의 컨텐츠들을 무료로 공급해야만 했다. 웹툰 작가들은 출판 만화가보다 경제적으로 더욱 열악한 환경속에서 작품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해갔다. 비로소 '이야기' 의 시대가 도래했고, 스토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웹툰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원소스 역할을 하기도 했고, 출판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수익창출의 구조가 어느정도 해갈된 이상, 웹툰은 인터넷 인프라가 굳건한 이상 하나의 장르로서 쭉쭉 뻗어나갈 것이 자명하다.  

 

 호연 작가의 [사금일기] 는 웹툰이 아니었으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작품이다.  

아니, 인터넷이 없었으면 영원히 공책 안에 잠자고 있었을터다. [도자기] 라는 작품으로 사물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과 그것을 이야기로 녹여내는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던 호연 작가는 꾸준히자신의 사이버 공간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3컷으로 그려넣고 있었다. 마치 일기를 쓰듯 꾸준히 그려넣던 이 이야기들은 작가가 밝혔듯 '그리고 싶을때 슥슥 그리던' 진짜 일기였던 셈이다. 일기를 돌려보는 사람은 없다. 만약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 일기는 빛바랜 공책으로 책장과 함께 먼지속에서 서서히 잊혀갔을터다. 하지만, 인터넷과 블로그가 있었기에 그녀의 일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졌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위에 언급했지만, 호연 작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깊이있는 통찰력과 그것을 글이아닌 만화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한, 평범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붓끝을 통해 특별하고 중요한 것으로 재탄생한다.

무엇보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작인 [도자기] 에서도 충분히 보여졌던 한국의 고고미술사학과 학생 시절 이야기부터 최근의 이야기까지 실려 있다. 그녀의 페르소나인 '사금군' 을 통해서 전해오는 '삶' 의 이야기. 특히 호연작가가 몸이 아팠던 시기를 겪고 난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게 된 부분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2008년까지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조금은 어둡고 지나치게 감상적인 이야기들도 많았다.
깨달음이나 통찰에 대한 부분은 여전했지만, 재기넘치고 발랄한 20대의 이야기라기엔 감상적이고 조금은 우울한 단상이라고 해야 옳을것이다. 통찰력은 더 깊이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예민하고 날카롭게 상황들을 파악하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다. 그것은 자신이 타인보다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상처를 더 많이, 더 자주 받고, 더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들엔 보다 어둡고 농밀한 아픔이 있었다.

 

 



 

 

허나,  본인도 밝히듯, 2009년 이후의 이야기들은 보다 밝고 경쾌하며 따뜻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책을 넘기다 보면 등장하지만, 호연작가는 아팠던 시기가 있었다.

언제나 고통은 사람을 성숙케 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했던 시기에 완성된 그의 작품 [도자기] 와 이 책의 초~중반부가 겹쳐지고, 육체적인 병마를 떨쳐낸 최근 네이버 연재작인 [단군 할배요!] 와 이 책의 중~ 후반부가 겹쳐진다.
[도자기] 는 일상툰에 가까운 옴니버스 작품이고, [단군할배요!] 는 보다 연결성이 강한 연속극의 작품이지만 충분히 비교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언제나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이긴 하지만, 확실히 최근의 그의 작품은 보다 더 따스하고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달라진 시각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든다.

 그렇게 사금일기들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조금은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던, 감수성이 풍부한 고고미술사학과 학생이 독자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해주는 작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보인다.

 

언듯, 삶이란 엄청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생의 대부분을 잠자거나, 음식을 먹고, 그것을 소화시킨 뒤 배설하고, 멍때리거나, 낙서를 하거나 하며 보낸다. 이렇듯 엄청 작고, 소소하고, 가벼운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꼭 거창한 것만이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래처럼 자잘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루를 이루고, 그런 하루들이 모여 삶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그 모래들 속에 반짝이는 금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모래들 전부가 반짝거리는 금들일지도 모른다.
한 번 들여다 보자.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의 일상들을, 나의 삶들을.
그 모두가 사금이리라.

 

 


 

 

요건 나의 첫 3컷 만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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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9-2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롸잇나우!
^^ 열혈명호님의 사금일기, 기대됩니다!!
나오면 꼭 사서 볼께요. 꼭이요^^

열혈명호 2011-09-22 20:13   좋아요 0 | URL
ㅋㅋ 넵 감사합니다. 그리 쉽게 책으로 나올 수 있을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감사해요. ㅎㅎ 요 짦은 만화들도 여기에 올리긴 힘들어서 네이버 블로그에는 며칠 올린게 있답니다! ㅎㅎ
 
<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유려하고 독특한 그림체, 감성적인 이야기. 주변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입소문이 자자 자한 프랑스발 그래픽 노블.  

 

 

 

 

 

 

 전 세계에서 가장 기준점으로 사용되는 팬톤 컬러팔레트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 음악이 공기의 진동을 통해 귀를 거쳐 심장을 울린다면, 컬러는 빛의 파동을 통해 눈을 거쳐 심장을 울린다. 컬러. 그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팬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서적. 초 기 대!! 

 

 

   

 

 

미술 서적의 대표, 마로니에 북스의 초 야심작. 도판 인쇄에 관한 한 한국 제일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출판사의 책이라 몇배로 더 기대가 된다. 풍부한 도판으로 살펴볼 미술사!! 이런건 한권쯤 가져줘야함!!! 

 

 

 

  

 

  

 한국 미술의 정수, 민화에 대한 부드러운 해석이 녹아있을 정병모 교수님의 민화 해설서. 유머와 해학이 풍성할 도판과 해설들이 기대된다.  

 

 

 

 

 

 

 오랫만에 만나보는 김기찬 작가의 사진집.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낯선 향수를 마음껏 자극해 줄 수 있을만한 작품. 그 때 그 풍경들을 통해 가슴 한구석이 저릿할 정도의 향수를 만끽해보자. 

 

  

 

 

 

 드로잉의 대가 존 러스킨의 역작.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의 선을 보고 있으면, 화폭에 옮겨진 피사물들이 살아나와 뛰어다닐 것만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준다. 선 하나로 이뤄진 환상적인 '현실의 재구성'. 화가의 손길을 통해 되살아나는 화폭위의 세상을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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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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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건축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 쯤 들어봤을 법 한 이름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건축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 없으며 전직 권투선수, 트럭 운전사라는 독특한 이력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그의 건축물들은 언제나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빛, 물, 바람과 어우러지는 건축물들을 설계하였으며, 그래서인지 언제나 단조롭고 절제되어있는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이 책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가로서의 여행이라기 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여행기이다. 물론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건축을 좋아했던 한 사람의 여행기' 라면 당연할 것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기라면 미술관과 박물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겠는가? 좋아하는 화가의 고향, 생가, 공방, 작품 전시관등을 중점으로 여행을 다니지 않겠는가? 산을 좋아하거나 숲을 좋아하거나, 술을 좋아하거나, 여행이란, 게다가 혼자하는 여행이란 무릇 여행가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안도 다다오의 10대때 여행부터 차근차근 실려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듯, 안도 다다오의 건축 세계를 완성하게 한 자신의 여행담이 꽉꽉 들어차있다. 안도 다다오 역시 다른 여행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많은 건축물들을 본다. 세상에 건축물이 없는 도시는 없다. 때로는 우연하게 특이한 건축물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영향을 받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에세이는 일종의 '일기' 같은 글이다. 하루 중, 혹은 인생에서 겪었던 일들 속에서 얻어낸 여러가지 생각들이나 감상들을 담백하게 적어 내려간 것들이다.  여행 에세이 또한 그렇다. 저자가 여행한 곳을 다녀와 본 독자가 아니면 저자의 여행담에 깊이 동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왠지 타인의 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경험을 완벽한 타인인 내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도 있고, 조금은 아니꼽고 고까운 마음이 들어서일 수도 있겠다. 저자의 삶과 마음속을 훔쳐보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강점과 재미를 거부하거나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에세이는 누구에게나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공감하지 못할 경험과 감정, 깨달음을 적은 경우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공감할만 경험을 통해 얻어낸 깨달음을 적어낸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손에 들면 술술 읽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도 다다오의 여행담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가 비록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여행을 했지만, 건축물은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유명 관광지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 는 사실 대부분 건축물이다. 때문에 여행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도 익숙한 건물들이 많이 나오고, 안도 다다오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깊이있는 '관광' 을 할 뿐이다. 외국이라는 낯설음, 긴장과 설레임 속에서 자신이 사진으로만 보았던 건축물들을 실제로 목도하고, 그것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공정을 상상해본다. 안도 다다오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기 때문에, 그 건물들이 지어지는데 얼마만큼의 수고로움이 들었는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의 일생 또한 알고 있다. 저런 건물을 디자인해낸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저 건물에 과연 그 건축가의 어떤 삶이 녹아 들어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런 건축가의 삶과, 그 삶이 녹아있는 건축물들을 통해 안도 다다오의 삶의 축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일까? 그런 변화와 영향들이 담담하게, 하지만 때로는 격정적으로, 솔직한 필체로 그려지고 있다.  

 각 문단의 첫 행이 우리에게 익숙한 들여쓰기가 아니라 내어 쓰기로 되어있는 방식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책의 말미에는 책에서 언급된 건축물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챕터의 말미에 실려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자가 이 책이 건축물에 대한 것이 아닌, 순수한 여행담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류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완벽하게 다른 사고방식으로 삶을 산다. 때론 같은 인간이 아닌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작가는 남자와 여자를 금성인과 화성인으로 비유하기도 했지만, '타인' 이란 완벽하게 새로운 또 하나의 '세계' 인 것이다. 안도 다다오는 이런 또다른 세계와의 끊임없는 부딪힘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완성시켜 갔다. 도시방황. 인생은 어차피, 끊임없는 방황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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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7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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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솔직히 무척 좋아한다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듣지도 않는다는 것 또한 아니다. 나에게도 꽤 여러장의 클래식 CD가 있고, 몇몇 플레이어의 목록에도 클래식들이 들어있다.  

 음악이란 '취향' 이다. 가볍게 대중적인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조화를 이루는 밴드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귀청을 찢을듯한 메탈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보컬리스트의 세련된 음색과 풍부한 음량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조화로운 화음과 세련된 코드의 진행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으며, 기타의 유려한 선율, 베이시스트의 중후한 음, 드럼의 탄력적인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작곡가를 눈여겨 보는 사람도 있고, 세션들을 눈여겨 보는 사람도 있으며, 싱어를 눈여겨 보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가 즐기는 방식이다. 

 클래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독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협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칸타타를 좋아하는 사람도있고, 오페레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오케스트라라면 그 조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악단의 실력을 따지는 사람도 있다. 악단의 지휘자를 좇아 악단을 고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작곡가를 따르는 사람도 있다.  

 최근 [슈퍼스타K]가 촉발시킨 오디션 플롯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나 [불후의 명곡]을 통해 우리는 가수와 세션, 편곡에 의해 달라지는 수많은 변주들을 즐길 수 있다. 음악은 작곡자를 떠나 연주자를 통해 그 느낌이 완전하게 달라진다. 창법과 연주법이 약간만 달라져도 완벽하게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도 한다. 클래식은 그 폭이 훨씬 더 넓다. 지휘자의 악보 해석에 따라,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의 실력과 조화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은 [베토벤 바이러스] 나 [노다메 칸타빌레] 와 같은 드라마에서도 충분히 알려졌을터다.  

 이 책은 우선 '작곡가' 에 집중한 책이다. 음악도 문학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처했던 '작품외' 의 현실상황이 작풍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문학이나 그림이 언어와 붓질로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다면, 음악은 오선지의 음표로 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은 문학이나 그림보다 더 표현의 폭이 넓다고 생각한다. 즉,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파악하기에 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팝의 경우엔 작곡가와 작사자가 같은 경우 가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이 당시 음악의 경우엔 음악의 용도도 있고, 때로는 원작 이야기를 작가가 재해석해서 음악으로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  

 차이콥스키. 고등학교때 음악수업을 제정신으로 한번만 들었어도 기억할 이름이다. 호두까기 인형, 비창 등은 음을 들으면 쉽게 기억해낼 만 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차이콥스키의 삶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러 편지와 그의 생전 글들이 인용되며, 평전보다는 전기문에 가깝다. 문장들은 담백하고, 최대한 있었던 일들만이 담겨있다. 저자의 추측이나 상상이 들어있긴 하지만 최대한 배제되어 있지만, 챕터 사이사이 '간주곡' 이라는 짧은 단락은 꽤나 신랄하고 철저하게 차이콥스키의 삶과 음악을 비평하고 있다.  꽤나 독특한 구성이다. 차이콥스키의 일생을 챕터별로 나누고, 챕터 안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삶과 음악을 돌아보고, 매 챕터의 말미에 작은 '간주곡' 이라는 꼭지에는 삶과 작품을 주관적으로 비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 말미의 '서플먼트' 가 맘에든다. 먼저 책에 동봉되어있는 두 장의 CD에 실려있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CD엔 각각 12곡씩, 총 24곡이 실려있는데, 전곡이 실려있는 곡은 거의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들이 요즘 음악들에 비하면 굉장히 길기 때문인데, 차이코프스키의 작품 전반을 개괄적으로 감상할 수 있기때문에 입문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곡을 들어볼 수 있게 유도되어 있고,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풍성한 서플먼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개성적인 연표가 맘에 든다. 시기별로 문화 예술사 - 세계사 - 차이코프스키의 일생 이렇게 구성되어 주지할만한 일들이 나열되는데, 보기도 쉽고, 굉장히 실용적이다.  

 '멀티미디어 전기' 정말 훌륭한 기획이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률을 글로 옮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비평하거나 설명할 수 있을 뿐일터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런 책이 나올 줄 알았다. 만약 이 책이 E-book 으로 구성된다면 훨씬 쉽게 글과 음악을 접할 수 있을터다. 소장가치가 충분한 유익한 서적!! 이 책들을 통해 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더욱 재미있게 빠져들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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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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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었고, 의지가 있었다."
p.299

 초기의 Sci-Fi 라는 장르(이하 SF) 는 굉장히 어려운 장르였다. 초기 SF문학의 선구자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화학박사였고, 천문, 물리, 생물 등 모든 과학에 정통한 학자였다. 아서 클라크 또한 물리학, 수학박사였고, 로버트 A 하인라인 역시 뛰어난 사회학자에 가까웠으며, 어슐러 K. 르 귄 이나 필립 K. 딕, 로저 젤라즈니 같은 그 이후 세대의 작가들도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품세계를 펼쳐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순수하게 대중적인 인기에만 초점을 둔 SF 소설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자의 작품들이 철저한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한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과학 소설이었다고 한다면, 후자는 서부 활극의 배경이 우주로 바뀌었을 뿐인, 단순한 모험소설에 불과했다. 이런 우주 모험물은 후에 '스타워즈' 와 '스타 트렉' 등의 작품들의 모태가 되고, 'Space Opera'  라는 비아냥 섞인 이름을 갖게 된다. 이후로 SF장르는 '하드SF' 와 '스페이스 오페라' 로 양분된다. 
 SF 장르는 쭉 이런 두 파벌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위에 언급한 SF의 3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뒤를 이어 러브 H 크래프트, 로저 젤라즈니,어슐러 K 르귄, 필립 K 딕, 스타니스와프 렘 등이 하드SF의 줄기를 이어왔고, 그 밖의 수많은 작가들이 과학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 스페이스 오페라를 발전시켜왔다. 게임. 영화산업은 필연적으로 대중적인 장르와 시너지를 일으켰고, '스타워즈' 와 '스타트렉' 은 대중들의 인기를 업고 생명력을 쭉쭉 뻗어나갔다. 

 비아냥과 조소가 섞인 명칭이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는 이제 완전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비아냥을 받지 않는다. '스타워즈' 는 장르를 넘어 미국 문화의 근간이나 다름없다. '배틀쉽 갈락티카' 같은 TV드라마는 새로이 리메이크되어 '미국 그 자체를 그려냈다' 는 평을 들으며 Sci-Fi 채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는 드디어 하드SF와의 융합을 꿈꾼다.
충분한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 우주를 누비는 스페이스 판타지. 댄 시먼스나 존 스칼지 같은 작가들이 바로 그 전위에 서있다.  


 내가 좋은 장르 소설을 구별하는 기준은 다른 많은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나 그럴 듯 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그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이다. 장르 소설도 엄연히 '소설' 이다. '있을 법한 일' 이어야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완전 허황된 발상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서 '일어난 일' 들 조차 허황되기 짝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독자들에게 외면당한다. 만약 허황된 발상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런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 것이다.  

 SF의 거장들이 시대와 장르를 넘어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발상과 이야기들이 전혀 '허황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 너무나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상을 구체화 시켜서 세상을 만들어 내고,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과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가 비아냥과 조소를 들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워즈' 나 '스타트렉', '배틀스타 갈락티카' 등에서는 우주비행선들이 순식간에 쓩쓩 날아가며 수십광년 수백광년을 뛰어 넘는다. 이런 작품속의 우주비행선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아예 시간과 공간의 간섭 자체를 받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작품속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선과 우주비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 워즈' 는 수많은 외계 종족들과 광선검과 포스를 사용하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의 제다이 들의 이야기이다. '스타 트렉' 은 엔터프라이즈라는 우주 비행선 안에 살고있는 종족과 인종을 초월한 크루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이다. '배틀스타 갈락티카' 는 사일런의 침공에 멸종 위기에 몰린 피난민들을 태운 거대한 노아의 방주이다. 모두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그들은 우주선들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그 세계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궁금해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근의 '스페이스 오페라' 들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정보의 바다에서 뛰노는 돌고래들과 같은 세대이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너무나 쉽게 풀어낸 수많은 리포트들을 검색할 수 있고, 우주의 양자역학을 중딩도 이해할 정도로 재미나게 풀어낸 수많은 리포트들 또한 검색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수많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들. 즉,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론적으로 '어느정도는 가능한'  과학적 가설들도 접할 수 있고, 역사와 신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도 키보드를 몇번만 두드리면 찾아낼 수 있다. 우리의 선배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수많은 지식들을 너무나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의 작가들 또한 이러한 수많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 그럴듯한 논리를 적용시켜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시공간을 넘나들 것인가? 그리고 그에 따른 시간과 공간의 간섭은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류는 어떤 식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이며, 관련된 산업과 기술들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그리고 결국 그러한 기술들이 인류 사회에 미치는 궁극적인 영향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인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존 스칼지 같은 최근의 SF작가들은 결국 이러한 논리들은 너무나 정연하고 '그럴 듯 하게' 풀어낸 성공적인 작가이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는 바로 그러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SF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존 스칼지는 보다 황당하고 보다 고전적인 발상을 구체화 시켰다. 그것은 바로 [영생] 인데,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인간의 영혼을 새로운 육체로 전이시키는 발상이었다. 이 새로운 육체는 우주 시대에 맞게 새로이 개조된 육체였다. 뼈, 살, 피 모든게 새로웠다. 이렇게 개조함으로써 우주에 나간 인류는 시간과 공간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진다. 나이를 먹지 않는 육체, 바꿀 수 있는 육체에 시간이나 공간은 그 의미 자체가 상실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주로 나간 새로운 인류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외계 종족들과 마주한다. 그 외계 종족들 또한 자신의 행성을 떠나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려고 하는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우주는 놀랄만큼 광대하지만 인간이 살기 적합한 행성은 놀라울 정도로 적고, 공교롭게도 우주에는 인류와 같은 행성들을 원하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가득하다. 이들 중에서 무엇인가를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지닌 종족은 거의 없다. 인류야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들 모두는 전쟁을 하고 있다.  p.11 "
는 점이다.    
 

 [노인의 전쟁] [유령 여단] [마지막 행성] 으로 연결되는 소위 [노인의 전쟁]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전쟁' 을 화두로 삼고 있다. 폭력, 욕망, 정치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결국 우리의 역사가 거울처럼 투영되어 있다. 특히 3부작의 완결편인 [마지막 행성] 은 '콘클라베' 라는 범 외계 연합과 인류의 마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치밀한 정쟁政爭과 음모들이 섞이고 섞여 상당한 지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음모위에 음모, '계計 위의 계計' 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음모와 정쟁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잣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그려지는데, 특히 인류가 만든 '우주 개척 연합' 의 치졸한 정치놀음과 황무지 행성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개척민 사회가 대비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적 사고' 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안에는 크게 세개의 정치 조직이 등장한다. 

우선 범 외계인 연합인 '콘클라베'. 콘클라베는 우주 종족 전체가 '땅따먹기' 전쟁에 너무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종족 자체의 발전이 고착화되어 오히려 퇴보를 시작하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조직된 연합이다. 이미 엄청나게 오랫동안 수백종에 달하는 외계 종족들은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남이 가지고 있는 행성을 빼앗고 빼앗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인류, 즉 '우주개척연맹' 이 새로이 가세한 형국이었다. 이제 막 개척사업을 시작한 인류는 콘클라베가 기치로 삼고 있는 '개척 중지' 라는 현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정치적인 모략으로 콘클라베라는 연합 자체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콘클라베의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신 개척지 '로아노크'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이제 한 가족이 된 [노인의 전쟁] 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존 페리' 와 [유령 여단] 에서 등장했던 '제인 세이건' 그리고 '조이' 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이 이야기의 주제는 '정치' 이다. 이 모양새는 마치 현재 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범 외계종족 연합인 콘클라베는 역시 크게 두개의 파로 나뉘어 주도권을 쥔 싸움을 하는 중이고, 우주개척연맹은 로아노크의 개척민들을 미끼로 도박을 벌이는 중이며 그 안에도 구성원들의 정치적인 파벌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존 페리가 책임자로 내정된 로아노크의 개척민 사회 또한 트루히요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개척민 평의회의 주권을 쥔 정치싸움이 은근하게 벌어진다.
 그 안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 정말 손을 뗄 수 없을정도로 재미있다. 음모 위의 음모를 밝혀내 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특히나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개성적이고 사랑스럽다.
 결국 정치를 둘러싼 음모와 음모, 계책과 계책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음모의 소용돌이 가운데에 위태롭게 서있는 존 페리의 인간성 - '진심' . 그것은 무엇이며, 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 거대한 우주 전쟁의 엔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장르 문학은 - 그렇다, 지나치게 따지고 들어가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우주로 나가든, 바닷속으로 들어가든, 핵폭발로 폐허가 되든, 모두 좀비가 되든 인류의 본성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장르 문학이랑 상상력에서 기반한 것이고, 순문학보다 더 '먹어주는' 구라를 얼마나 '완벽하게' 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 안에 인류 문화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문이나 해답 등이 들어가면 문학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장르 문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존 스칼지는 그러한 고전 문학의 클래스와 영상 세대에 어울리는 놀라운 상상력과 묘사를 두루 갖춘 작품들을 뽑아 낼 수 있는 재능을 보여준 작가로서, 이 3부작보다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작가임도 사실이다.  

 '정보의 바다, 영상의 세대'  

과연 존 스칼지는 SF장르 소설 매니아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 것인가? 

정말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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