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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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쓰기 강의를 많이 하시는 분인 것 같다. 글쓰기 강의는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퇴직이나 하면 가능하려나? 근데 안할 가능성이 많다. 고치라는 게 많을거 같아서... "아몰라 그냥 꼴리는대로 쓸래! 내가 뭐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럴 것 같아서.ㅎㅎ

 

그래도 동네 도서관 신간코너에 진열된 이 책을 보고 궁금해서 한번 빌려와 봤다. 두꺼웠으면 도로 내려놓았을 확률이 큰데 150여 쪽의 얇은 분량이라 읽기가 가능했다. 내가 쓰는 글이란 게 페북에 쓰는 신변잡기를 빼면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리뷰가 유일해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서평 잘 쓰는 법>

 

책 리뷰는 꽤 많이 쓴 편이다. 서재에 올린 것만 800편이 넘었으니까 그 전에 정리 안해놨던 것까지 합하면 1000편은 썼을거다. 학기중엔 주1편 정도, 방학중엔 주말빼고 거의 매일 쓴다. 근데 내가 쓰는 건 대부분 서평은 아니고 독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서두에 독후감, 서평, 비평을 구분하여 정의해 놓았는데 읽어보니 역시 그렇다. 칼로 끊듯이 딱 구분할 수는 없는데, 서평에 가깝게 쓸때도 있지만 독후감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이 서평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을 옮겨보면 이렇다.

- 서평은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글이다.

- 주관적인 견해가 여러사람의 공감을 얻고 그들의 설득을 이끌어 내도록 객관적인 근거를 갖춘 글이 서평이다. (18~19쪽)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그게 나한테 중요하진 않다. ‘이제부턴 독후감이 아닌 서평을 써야지!’ 라고 결심할 필요도 없고. 나에게 리뷰는 독서의 기록인데, 그걸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곳에 쓰는 것일 뿐이다. 쓰는 김에 잘 쓸 수 있다면 더 좋고. 이 책을 읽으면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독서기록 전반에 도움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봤다.

 

이 책은 총 6부로 되어있는데, 서평쓰기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는 '왜 서평쓰기인가'이다. 서평을 쓰는 행위 자체의 가치를 역설한다. '독서의 궁극'이라는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즉 독서는 쓰기까지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우 동의한다. 내가 리뷰를 쓰고 축적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것이다. 쓴 책과 안 쓴 책이 너무 달라서. 안 쓴 책은 입 속에 넣은 솜사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일정기간 지나고 보면 말할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물론 쓴 책도 오래 지난 다음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어 복원이 가능하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방법에 대한 지도가 나온다.

1단계 : 기본 다지기

이 기본이 낭독과 필사라고 하셔서 좀 좌절.... 한번도 안해본 방법이라... 필사할 시간이 어딨어... 근데 이것도 핑계겠지. 전체 필사는 무리라도, 좋은 대목을 필사하는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단계 : 읽기

책을 읽어야 서평을 쓸 수 있으니 당연한 단계라 하겠다. 여기선 3단계 읽기법을 제시한다.

1단계 글의 내용을 파악하면서 가볍게 읽기

2단계 밑줄 그으면서 읽기

3단계 밑줄 그은 부분을 노트에 옮게 적기 (발췌-서평을 쓰기 위한 전 작업)

이렇게 읽으면 그야말로 정독이 되겠다. 나는 한 번 읽기도 급급한데...^^;;; 주로 어린이책 서평을 쓰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좀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꼭 발췌하며 읽어야겠다.

발췌까지 해놓았으면 다음 단계는 자신의 생각, 견해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발췌한 내용 밑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본다. 이렇게 하면 기본 내용은 거의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의식하든 안하든 해왔던 과정인데, 다음 내용이 새로웠다. 바로 질문 만들기’.

-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73)

이건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의식해볼 필요가 있겠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나의 해석을 펼치는 과정이고 해석이라는 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해석의 툴도 제시하는데, 읽는다고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참고할 만한 지침이었다.

 

3단계 : 쓰기

위와 같이 의미있게 읽었으면 이제 쓰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일단 자존심과 부담의 경계를 넘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그 단계는 넘었으니 다음 내용을 보자면 구조와 문장, 독창성에 대해서 나온다.

그중 구조는 지시대로 연습하면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영역인 것 같다. 그다음 문장과 독창성은.... 잘 모르겠다. 이건 선천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음악도 운동도 소질이라는 것이 있듯이 이것도 소질의 분야가 아닌가 싶다. 찰진 문장을 원래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이건 참 부러운 일이지. 하지만 악기 전공자가 되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모여서 앙상블 정도는 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하면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창성이었는데, 서평에서 독창성이란 해석의 독창성이다. 서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나름대로의 해석, 그리고 그것을 설득력있게 잘 표현하는 일인 것 같다. 나머지는 부차적이거나 형식에 해당된다. 나는 그동안 해석을 잘 해왔던가? ... 앞으로 쓸 때는 요걸 특히 염두에 두어야겠다.

 

4단계 : 퇴고하기

저자는 퇴고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본다. 글쓰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 면에서 보면 나는 빵점...? 난 쓰면 바로 업로드한다. 나중에 오타 정도 발견하면 고칠까, 거의 고치지 않는다. 나의 리뷰가 늘 거기서 거기인 것은 이 퇴고를 안하기 때문일까?

 

5단계 : 분석하기

저자가 잘 쓴 서평으로 보는 기준(서평 분석 방법)이 나와있다.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잘 전달했는가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밝혔는가 서평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있는가. 타당한 기준이라고 본다. 나는 꼭 서평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염두에 두고 내 리뷰를 읽어보겠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경향이 강하다. 실용성+재미라고 할까? 내가 초등교사면서 동화책을 주로 읽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다. 퇴직하면 뭘 읽지? 내가 읽기는 할까? 리뷰를 쓸까?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딱히 써먹을 일 없는 책을 꾸준히 천천히 읽는 것도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퇴직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제 2의 독서인생을 살아야겠다.

 

(퇴고는 못하고, 쓴 걸 다시 한번 읽어보니 이 글은 확실히 서평이 아니구나. 완전 개인적 얘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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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천재들도 너 만큼 산만했단다 뇌과학자가 쓰는 육아서 2
김의철.이준호.곽서연 지음 / 프리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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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만큼 배웠다는 분들이 이렇게 사기를 치십니까. 해로운 사람들 같으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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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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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고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6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이었다. 소재는 모두 입양’(한국인의 해외입양)이었다. 이런 책도 나올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님이 쓰시느라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화 바탕인 작품이 많았고, 실화에서 실마리를 얻은 작품도 있다. 그만큼 사연을 접하셨다는 얘기니까, 금방 되는 작업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페친 중에 노선주 라는 분이 계신데, 두 번째 단편을 읽다가 이분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과 뒷표지 추천사에 나오시네! 여기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한글학교 교장을 하고 계신 분이고, 학생들과 요리수업도 하시던데, 작가님과 친밀하신가보다. 이분과 연관있어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좋은 역할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된다.

 

고아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해외입양을 많이 시켰던 나라다. (지금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양부모가 어떤 사람인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인격이 훌륭한 분들인 경우엔 친부모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보조금을 타먹으려고 입양을 이용하거나, 입양해놓고 학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지. 친자식과도 갈등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훌륭하게 자란 입양자녀들을 보면 잘됐다. 운이 참 좋았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들 마음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양부모 사랑 받고 부족함 없이 잘 자랐다면 난 굳이 친부모 따위는 찾을 것 같지 않고 고국? 그런게 뭐 중요해? 라고 생각하는게 내 성격이라서.....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의 마티아스도 그렇게 잘 자란 사람이다. 장성하여 자식도 있는 그는 양부모댁의 창고에서 오래 묵었던 자신의 상자를 정리하러 방문한다. 아들과 함께 상자를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쪽지. 거기엔 한글로 쓴 자필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려 해석도 할 수 없는 한글. 그 쪽지 내용이 무슨 뜻일지 독자마저도 살짝 긴장하게 되는데..... 건너건너 연결된 한글학교 선생님이 번역해 주신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겠읍니다.”

막막하고 긴장된 비행길에서 그걸 썼을 9살 소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친부모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티아스의 말에 가족 모두가 찬성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매우 행복한 입양 케이스다.

 

두 번째 [귀로 만든 수프]에서 한글학교의 요리수업 장면이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눈물 찔끔 했던 작품이 바로 이 두 번째 이야기다. 눈물 포인트는 음식인가... 화자는 프랑스의 한글학교 선생님이다. 그의 요리교실에 한국인 입양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희미하게 기억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귀가 들어간 수프라고 설명을 했다. , 순대국? 선생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셔서 검색하여 보여주었는데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뭘까? 이야기지만 너무 궁금했다. 선생님은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역시 엄마는 해결사야! 엄마는 그게 수제비라는 것을 단박에 떠올린다. 아 맞다. 수제비. 그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밥대신 먹던 음식. 그걸 아이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귀라고 기억했구나. 그는 울면서 수제비를 먹었다.

이거 맞아요. 엄마가 매일 끓여 주던 거예요. 저는 이게 귀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 와서 늘 이 귀 수프 생각을 했어요. 엄마는 왜 나에게 귀 수프를 끓여 주었을까.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 안 나지만 엄마를 만난 거 같아요. 지금.”

음식의 추억은 이토록 강렬한 것 같다. 만약 나라면 엄마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우리 아이들은 나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이 청년은 수제비를 끓여주던 엄마를 만났을까. 그 만남이 행복했기를 아주 많이 바란다.

 

[아까시꽃을 먹고]에도 먹는 기억이 담겨 있는데 그건 음식은 아니고 꽃이다. 아카시아가 많이 피어있던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따먹던 꽃. 그만큼 배가 고팠던 아이들. 그 고아원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씩씩한 루디아 이모. 자전거 여행을 하다 아카시아 꽃의 추억이 떠올라 한국방문을 했지만.... 가진 정보가 워낙 없어 친부모를 찾을 수는 없었는데, 방문단 중에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희미한 기억의 장소에 같이 있었던 사람! 친부모를 찾은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웠을 것 같다. 이 루디아 이모의 가족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 화자인 이 조카를 포함해서. 그래서 내년에 한국에 아까시꽃이 필 때 다시 가봐야겠다고 말하는 씩씩한 루디아가 자라난 것 아닐까.

 

[서 있는 아이]의 양부모에게는 고마웠다. 양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 인내심... 그래서 내가 못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낯선 땅에 보내진 소녀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나는 어디로 가나]는 이 책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작품이었다. 행복한 입양도 있지만 이처럼 불행한 입양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슬프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행에 아주 멀리 내던져진 아이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럽고 막막했을까. 이런 비극이 이제 안생겼으면 좋겠다.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는 거의 실화인 것 같은데, 한 사진작가가 작업 중 느낀 점이 있어 입양인 응원 프로젝트같은 것을 기획하는데 그 응원의 방법이 옛날 어머니들이 물 떠놓고 하던 기도 같은 것이었다. 그걸 작업 때문에 자주 만나던 만신들에게 의뢰를 했는데 신청자가 아주 많고 반응도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나를 위해 빌어주는 사람의 존재는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작품에서 우리나라 해외입양인들의 숫자가 나오는데 무려 16만명....? 입양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고 가족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이젠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다 품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입양인들, 모두 있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빈다. 6학년 국어교과서 마지막 단원에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원격수업을 하던 때여서 아이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나 걱정하면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어디에서나 이방인인 것 같은 이질감과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특했었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두 편 정도 골라서 영화랑 병행하여 진행했을텐데, 그러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읽고 생각해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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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진 2023-11-0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s://youtu.be/T0Tp4KBoyCU?si=U86MVEpveyN1qxaO
단편영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봄볕어린이문학 21
이소완 지음, 모예진 그림 / 봄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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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성함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전작 제목을 보니 희미하게 떠오른다. 읽어봤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겨울방학>이라는 책이다. 연도를 보니 20년 전이야.... 기억이 희미할 만도 하네. 그때는 지금처럼 리뷰를 꾸준히 쓰던 때도 아니어서 적어놓지 않았더니 거의 잊어버렸다. 그래도 표지그림을 보니 생각이 난다. 많이들 추천하시는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과의 사이에 나온 작품이 없다. 공백이 무척 길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펼쳤다. ! 전작이랑 느낌이 다르네?

 

모예진 작가님의 표지그림처럼 환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전작은 좀 어두운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기억이 확실치 않다^^;;) 이 책에도 아픔이 없지는 않지만 따뜻한 햇살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어서 좋았다. 책의 취향에도 성격이 반영되는지, 걱정과 불안에 취약한 나는 참혹하고 서늘한 느낌보다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 훈훈하면 무조건 오케이는 아니야! 이 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작가님에게 드는 느낌은 등장인물을 좋아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라는 거였다. 등장인물에게 호감을 느끼면 책이 맛있어진다. 맹물, 콩짱, 그리고 깜돌이 모두 친근하고 정이 갔다. 맹물과 콩짱은 아주 어릴때부터 친한 동네 친구고, 깜돌이는 이름에서 짐작하다시피 사람은 아니고 강아지다. 맹물과 콩짱이 번갈아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쪽의 심리묘사를 하기에 좋은 방식이다.

 

둘의 별명은 서로가 지어준 것이다. 싱겁고 눈물 많아서 맹물. 여자아이고 엄마가 항암치료 중이라 가족 모두가 힘들다. 콩알만 한데 짱짱하다고 콩짱. 남자아이고 아빠랑만 산다. 이혼 후 엄마는 본지 오래됐다. 이웃 얼쑤 아저씨는 형님네 아기들이 어려 깜돌이를 맡아 돌보고 있는데 임용시험 준비 중이라 제대로 산책을 못시키고 있던 중 맹물과 콩짱을 만났다. 이렇게 하여 제목의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했다.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이 주연들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고 조연들도 매력적이다. 산책길에 만나 강아지 훈련에 노하우를 전수해 주신 할머니.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19년을 키운 개 코코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계셨다. 얼마나 허전하고 외로울지 상상이 안 갈 정도인데, 할머니는 나름 꿋꿋이 살고 계셨다. 아이들을 만나 여기저기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을명당이란다. 혼자 오다가 같이 오니 더 좋구나. 깜돌아 고맙다! 맹물, 콩짱, 고맙다!”

 

또 한 조연. ‘그냥 씨가 있다. 옷가게를 하는 뽀글머리 아줌마인데 그냥이라는 말에 상처가 있는 콩짱은 처음엔 아줌마를 오해하고 싫어했었다. 하지만 세상 착하고 악의없는 이웃. 이분도 따뜻한 서사에 한몫을 한다. 가장 내어주기 힘든 공간을 내어주는 중요한 역할.

 

엄마와 헤어져 산골에 들어가 있던 동안 콩짱이 키웠던 늙은 유기견 탱이이야기가 가장 찡했는데, 그 아픈 경험으로 콩짱은 깜돌이를 더 잘 보살핀다. 하지만 깜돌이에겐 원주인이 있었지. 또다시 찾아온 이별. 하지만 완전한 이별은 아니게 인물들은 잘 연결된다. 아이들이 각 가정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의 연대로 견디고 일어나는 것. 이 작품에 대하여 나는 왜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아무리 작품 속 일이지만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요즘 동화에 많이 나오는 반려동물 이야기, 엄마의 투병과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이들의 아픔, 이들과 얽히고 연대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어찌보면 흔한 소재에다 일부러 해피엔딩으로 몰고간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읽어보면 왠지 참 좋다. 이런 이웃들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작품에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소외와 단절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그렇다고 연결과 연대를 추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나고 그렇고.

 

아이들에게 이 봄볕같은 책을 권해주고 싶다. 중학년에게 가장 적당할 것 같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니 고학년도 괜찮다. 독서수준만 된다면 저학년도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의 표지같은 색깔 속에서 자란다면 세상이 행복할 텐데 지금 아이들이 보는 색은 어떤 색일까.

(어 근데 쓰고보니 출판사 이름이 봄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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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 수업 - 재미와 역동이 넘치는 준호샘의 역사 수업 이야기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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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을 주로 하던 3,40대에는 나도 역사수업에 관심이 많아 꽤 열심히 책을 읽으며 준비했었다. 최근 몇년간은 5학년을 맡지 않아서 역사수업의 기억이 저편으로 좀 멀어져있다. 이 책을 손에 잡으니 오랜만에 추억을 손에 잡은 느낌이다. 추억이라고 해서 내 수업이 이와 같았냐면 그건 아니고^^;;;; 나에게 가장 부족한 '역동성'이 가득 들어 있어 취약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발간 소식이 매우 반가웠던 이유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서준호 선생님의 전문영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널리 알려진 것이 '놀이'인데 이 책은 역사와 놀이의 콜라보라 하겠다. 단순한 놀이보다는 연극놀이가 대부분이다. 제목은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심플한 작명으로 했다. <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수업>

본 수업 전에 역사를 보는 관점을 점검해보는 저자의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역사에는 시련이 매우 많다. 시련에 초점을 맞추면 '불쌍하다'가 될 것이고 극복에 초점을 맞추면 '대단하다'가 될 것이다. 얼마전 1회성 특강으로 강사님이 한국사개관? 같은 수업을 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불쌍해요? 하면서 어찌나 신파적인지 좀 민망하고 속이 탔었다. 그런가하면 난 국뽕수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랑스러움도 근거가 확실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가 꼭 자랑스러워야만 현재가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두가지 활동(우리나라가 사람이라면, 생명의 물줄기)은 그런 면에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활동들은 그동안의 저서에서 소개한 활동들을 새롭게 변형, 적용한 것이 많았는데 눈에 익은 활동을 만나니 반갑고, 접근에 두려움이 줄어든다. 새로운 기법을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알고있는 기법들을 응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활용성이 훨씬 높다. 저자 정도나 되니 이 책 안의 활동들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지 나는 그렇지 못하다. 긴가민가 하는 기법을 100개 알고 있는 것보다 자다가도 튀어나오는 기법 10가지를 갖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기법으로 정착시킬 것은 무엇이 있을까 꼽아보면서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는 방법도 추천한다. 초등 교육과정에선 지도 순서가 동일하니 이 책을 지도서처럼 옆에 끼고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저자와는 페친이기 때문에 가끔 올리시는 수업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안에서 아이들은 소품으로 분장하고 있었고(소품은 어려운 게 아니고 보자기 정도의 주변에 있는 것들), 몰입하고 열광하고 있었다. 그 힘이 무엇일까. 바로 서사 안에 학생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서사의 힘은 정말 놀랍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일단 서사 속에 들어가게 되면 수업은 더이상 딴세상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상황이다. (과열을 주의시켜야 할 정도^^;;;) 역사적 공감이 충분히 일어나며 지식도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대표적인 수업이 삼국의 통일 과정인데, 일정기간 동안 학생들은 특정 나라의 특정 신분 국민이 되어야 한다. 동의에 의해 추첨으로 나라와 신분을 뽑은 후 모인 국민들은 힘을 모아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에 동참해야 한다. 그 대결은 교사가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되는데, 저자는 자기나라 자랑대회, 장수들의 힘겨루기, 고백신 골든벨 등을 진행하셨다. 대결을 준비하는 동안 자발적인 학습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되어 정말 좋은 활동인 것 같다. 나도 이대로 해보고 싶다. 널리 알려진 고백신 피구를 체육시간에 추가하면 딱이고, 이때 나당연합군을 설정해 그당시 상황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한다.

후삼국통일과 고려 건국도 이렇게 역할을 부여해 실제감을 높인다. 팀을 짜는 과정에도 교실놀이백과에 있는 놀이를 활용하여 사소한 과정 하나에도 흥미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임진왜란의 전투에서 전력이 훨씬 기우는데도 전략으로 승리하는 장면을 체험하는 방법도 기발했고, 조선후기 서민문화를 국어, 미술 교과와 연계해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수업도 좋아보였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전쟁 소재가 많고(역사의 주요 사건은 아무래도), 신문지공 등을 활용하여 모형전투를 벌이고 당시 상황을 체감케 하는 활동들도 나온다. 이런 활동이 서준호 선생님처럼 깔끔하고 딱떨어지게 되지 않을수도 있다. 저경력 선생님들은 혹시 처음에 생각만큼 되지 않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않으시길 조언드린다. 일단 이 모든 활동이 학습의 과정임을 인식하고 '열정적이되 장난스럽지 않게' 참여하도록 하는 노하우, 활동의 흥분에서 침착한 사고로 바로 전환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고경력인 나도 솔직히 자신있진 않은데, 한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니 꾸준함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주요 사건과 그에 알맞은 활동을 짜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선상에 있는 역사에서 어떤 부분을 뽑아 집중적인 활동을 할지, 이 활동 안에 어떤 의미를 담고 무엇을 느끼게 할지 결정하려면 일단 역사 자체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다. 삼국-고려-조선-일제강점기-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끌어온 과정이 볼수록 대단하게 느껴졌다. 독자 교사들은 책을 읽으며 이 점에서 크게 시간을 벌 수 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을 다 놀이와 연극으로 지도하기에는 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중에서 흐름상 중요하면서도 역동적 활동으로 짜기에 적절한 사건을 골라야하고, 역사적 공감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으로 수업을 짜야한다. 이 책을 참고하면 그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교사들의 실천과 기록은 그래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이해에는 본문 뿐 아니라 사진의 역할도 지대했다. 저자가 사진에 진심인 것은 그의 이전 저서에도 잘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도 사진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에 대사나 인물설정, 간단한 상황안내 등을 글자로 넣어놓으니 본문에서 다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 번 읽고 남한테 물려주어도 될 책이 있는가하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책이 있다. 역사수업 학년을 맡았다면 이 책은 절대 못 빌려줘!ㅎㅎ 서준호 선생님이 활짝 피워 놓은 꽃 위에 여러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이 더 다양하게 꽃피우는 장면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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